바(Bar)는 일상과 환상 사이에 있다. 들어가는 순간 현실을 잊게 만드는 바를 소개한다. 뜻밖의 장소에 숨어 있는 곳으로 추렸다. 

 

연남마실

출처 – 연남마실 인스타그램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공원 길을 따라 걷자. 눈에 익은 가게들을 지나 낯선 풍경이 나올 때까지. 몇 개의 아파트를 지나치면, 연트럴파크의 소란은 간데없고 사위가 잠잠해진다. ‘여기에 바가 있다고…?’ 슬그머니 의심이 피어오를 때, 의심을 걷어내고 좀 더 걸으면 아늑한 오두막 같은 연남마실을 만날 수 있다.

이민규 바텐더의 ‘멕시칸 히트’, 출처 – 연남마실 인스타그램

마당을 지나 실내로 들어서면 바쁜 일상과 북적거리는 도시는 잊힌다. 라탄과 목재로 만든 가구, 러그와 벽난로, 알맞게 자리한 독특한 소품과 식물이 어우러져 남국의 리조트에 온 듯한 기분을 안기므로. 환상적인 분위기 덕분에 맛이야 아무렴 어떠냐 싶지만, 이 바는 술과 요리마저 완벽하다. 이는 연남마실을 지키는 이민규, 이은지 부부의 공이다. 이민규는 월드클래스 2011 우승자이자 W호텔 우바, JW 메리어트 호텔 더 그리핀 바에서 경력을 다진 실력 있는 바텐더고, 이은지는 오랜 시간 쉐라톤 호텔에서 실무를 총괄했다. 두 사람이 자신 있게 내놓는 메뉴에서는 내공과 센스가 느껴진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공간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51길 129-2 연남마실
영업시간 화~금 17:00~01:00, 토~일 15:00~01:00, 월 휴무
연남마실 인스타그램

 

로빈스 스퀘어

* 로빈슨 스퀘어는 현재 폐업했다.
출처 – 로빈스 스퀘어 인스타그램

해가 저물어도 홍익대 앞에서 삼거리 포차까지 이어지는 길은 불야성이다. 커다란 음악 소리, 부푼 젊음들, 취기 어린 고성이 뒤섞인 분위기는 분명 이 거리의 개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끔 그것들을 뒤로 한 채 고요한 곳으로 숨어들고 싶을 때가 있다. 로빈스 스퀘어(Robin’s Square)는 이럴 때 찾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삼거리 포차 맞은편 반스(VANS) 매장 옆, 그림처럼 자리 잡은 나무 문을 밀고 지하로 내려가자.

전대현 바텐더의 ‘마티니’

그곳에 로빈스 스퀘어가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바깥의 일일랑 꿈같이 아득해진다. 로빈스 스퀘어는 부침 잦은 서교동에서 1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켜 온 바다. 단골이 많은 것도 당연한 일. 격식을 갖춰 단정하면서도 편안한 이곳에선 누구나 무리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버텨 온 데는 응당 이유가 있다. 섬세하고 훌륭한 칵테일, 세련된 서비스, 자연스러운 분위기까지. 지금 당신의 기분이 어떻든, 로빈스 스퀘어를 나올 땐 더 나아져 있을 거다.

로빈스 스퀘어 인스타그램

 

다희

출처 – 인스타그램 @yoori_0923

네모반듯한 빌딩이 가득한 여의도. 여의도는 정 붙일 공간이라기보다는 갖가지 비즈니스가 이뤄지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업무 지역이라는 인상이 짙다. 그러나 사람 있는 곳엔 정(情)도 피어오르는 게 당연할 테다. 커다란 빌딩 지하, 한구석에 자리한 바 다희에 가면 그 진리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명렬 바텐더의 ‘진토닉’

1986년 개업한 국내 최장수 바, 현역 최고령 바텐더. 다희를 검색하면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설명이다. 정말이지 다희에서는 오랜 시간 다듬어진 것이 가지는 모든 미덕을 느낄 수 있다. 이명렬 바텐더는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첫 잔은 진토닉이야!”를 외치며 진토닉을 만들기 시작한다. 계량 도구 하나 없이 척척 칵테일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그의 지난 시간을 본다. 3평 남짓한 다희의 의자에 앉으면 나를 괴롭히는 고민이나 슬픔 따위 잊게 된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수한 일들이 일어났을 테지만, 단단하게 살아남은 이 공간이 주는 위로 때문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7 충무빌딩 지하 1층
영업시간 월~금 오후 4:00~10:00, 토~일 휴무(변동 가능, 미리 전화로 문의하기를 추천)
연락처 02-783-9919

 

바코드

출처 – 바코드 인스타그램

 신촌은 ‘학교 앞’ 이미지가 강한 지역이다. 홍대나 이태원과는 달리 몇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학생들의 구역처럼 다뤄질 때가 많다. 그래서 ‘신촌에서 마시는 술’을 생각했을 때 칵테일이나 위스키를 먼저 떠올리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신촌에도 근사한 칵테일을 내놓는 바들이 적지 않다. 바코드(Bar Code)도 그중 한 곳. 소주와 막걸리를 파는 주점이 늘어선 거리,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검은색 입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에 신촌의 여느 가게와 사뭇 다른 공기를 내뿜는 바코드가 있다.

임건국 바텐더의 ‘맨하탄’

바코드의 내부는 바 탑(bar top)부터 백바(backbar), 그리고 벽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이뤄져 있다. 열기 넘치는 신촌 거리와는 동떨어진 분위기지만 되레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을 안긴다. 이곳에선 억지로 들뜨지 않아도 될 것만 같기에. 바코드에서는 개성 강한 인테리어만큼이나 흥미로운 칵테일을 만날 수 있다. 메뉴판이 따로 없으니, 바텐더에게 그날의 기분이나 원하는 느낌을 전해 보자. 언어가 한 잔의 술로 구현되는 순간을 보게 될 거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9길 26 지하 1층
영업시간 19:00~3:00
바코드 인스타그램

 

메인 이미지 로빈스 스퀘어, 출처 – 인스타그램 @bartender_hidden 

 

Writer

sommardance@gmail.com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