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독립 출판과 독립 서점은 출판 업계에서 새롭게 생긴 독자적인 노선이라 여겨졌다. 전형적인 출판 형식에서 벗어난 책들은 기존 시중에 나오는 책과 모양새도 내용도 매우 달랐고, 판매 및 유통 방식 또한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경계가 최근 들어 좁혀지기 시작했다. 독립 출판으로 출판된 책이 그 내용과 주제의 대중성을 인정받아 대형 서점에 유통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독립 서적의 개성과 기존 출판업계가 쌓아온 노하우가 합쳐져 거대한 서점을 빼곡히 채운 책들 가운데서도 빛을 내며 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개인의 이야기가 곧 모두의 이야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작년 출판계를 관통한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우울’이었다. 자신의 우울을 고백한 책들은 대중의 공감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그 유행의 선두에 서 있는 작품이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와 불안장애에 시달린 백세희 작가 본인이 직접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상담 내용을 잊을까 싶어 녹취를 기록하던 것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책이 나올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 처음에는 정식으로 책을 출간한 것이 아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독립 출판 형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펀딩은 목표액의 1,369% 되는 금액을 모았고, 점점 입소문이 나 독립 서점에서 베스트 셀러 순위에 올랐다. 결국 6개월이 지난 후 책은 전국 서점에 유통되는 정식 출간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당시 내로라하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을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2019년 올해 후속작인 2편이 출간됐다. 이는 너무 개인적인 기록이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독립 출판물에 관한 편견을 깨는 대표적인 예가 되었다.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일상의 온도를 따뜻하게, <언어의 온도>

밀리언셀러를 넘어서 150만 부의 판매기록을 세운 도서. 2017년 최고의 화제작이자 2년이 지난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리는 도서. 바로 <언어의 온도>의 이야기다.

이기주 작가가 쓴 <언어의 온도>은 미약하게 시작했다. 저자가 대표로 있는 1인 출판사로 발간한 책은 출간 당시에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에 저자는 절망하기보다는 스스로 발 벗고 나서기를 택했다. 그는 직접 책을 들고 전국 주요 서점을 돌았다. 공간을 탐방하고, 담당 MD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다. 이후 책의 내용이 SNS를 통해 회자되기 시작하더니 발간한 지 6개월쯤이 되자 점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음원 순위에서나 가끔 볼 수 있던 역주행이었다. 출판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좋은 책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책을 독자에게 연결하는 것이다. 이기주 작가는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며 마케팅을 담당할 직원도, 자본도 부족했지만 스스로 고민하며 직접 독자에게 다가갔다. 이러한 방법은 그가 한 글자씩 활자마다 책에 꾹꾹 새겨 넣은 그의 마음과 같이 정성스러웠고, 그 마음은 그대로 대중에게 전해졌다. 일상 속 언어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은 대중에게는 위로를, 독립 출판업계에게는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의 고민, <저 청소일 하는데요?>

“누가 보기에도 보편적이지 않은 ‘청소일’은 저에게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선물해줬습니다.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

책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청소 일을 하는 저자가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정리해 담은 책이다. 대학을 졸업한 김예지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 분야에서의 취업이 힘들어 엄마의 권유로 청소 일을 시작했다. 돈을 버는 동시에 남는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엄마와 동행했던 저자는 처음에는 자신의 일이 부끄럽고 싫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뿐인데도 뒤처지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그런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티기보다는 자신의 고민과 일상에서의 깨달음을 만화로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는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책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책은 누군가에게는 자존감의 회복을, 누군가에게는 일에 대한 열정을, 또 누군가에게는 직업에 관현 편견을 깨는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저자의 일상과 직업은 그 나이대의 사람과 비교했을 때, 보편적이지 않지만, 그가 하는 고민만큼은 보편적이다. 이러한 공감되는 정서를 담은 책은 독립 책방에서 운영하는 독립 출판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점차 독립출판업계에서 유명해지며 이후 출판사 21세기북스를 통해 좀 더 정돈된 모습으로 재단장을 하고 정식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그리고 이는 더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에게 책이 연결되는 기회를 마련했다. 어머니, 아버지 세대 또한 지금의 청년들을 이해하고 지금의 시대에 공감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결국, 책을 전달하는 것은 누군가의 삶을 전달하는 것이며, 그 삶이 대변하고 있는 세대의 생각을 전달하는 일이다. 다양한 개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 독립 출판이 기존 출판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작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채롭고, 관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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