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Sleeper Hit’라는 용어가 있다. 영화나 음악 분야에서 성공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던 작품이 갑자기 대단한 성공작으로 등극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할리우드에서는 이 용어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 1976년에 등장했다. 2년 전 할리우드에 입성하여 무명배우 생활을 하던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은 우연히 TV에서 복싱 경기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 언더독 파이터 ‘Rocky Balboa’ 캐릭터를 기반으로 며칠 만에 쓴 시나리오는, 향후 40여 년 동안 초대형 프랜차이즈로 군림한 <록키> 시리즈의 신호탄이었다. 모두 여덟 편의 영화로 구성된 영화 시리즈는 총 2억 달러의 제작비로 16억 달러(약 2조 원)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두었다.

영화 <로키> 예고편

그에게 영감을 준 복싱 경기는 1975년 3월에 열린 무하마드 알리와 척 웨프너 간 경기였다. 알리는 이전 경기에서 무적이었던 조지 포먼을 KO 시킨 최고 기량의 복서였고, 척 웨프너는 전성기를 지난 35세의 평범한 복서였다. 모든 전문가들이 알리가 손쉽게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알리는 다운을 뺏기며 고전한 끝에 15라운드에 가까스로 웨프너를 이겼다. 웨프너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 스태미너와 반칙으로 챔피언을 괴롭히며 언더독 파이터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는 대박을 터뜨린 영화 <록키> 측을 제소하여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영화 제목의 별명은 실베스터 스탤론과 같은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적 복서 로키 마르시아노(Rocky Marciano)나 로키 그라지아노(Rocky Graziano)에서 땄다는 설도 있다.

대단한 화제가 되었던 복싱 경기 <Muhammad Ali vs. Chuck Wepner>

시나리오를 보고 낙점한 영화사 United Artist는 로버트 레드포드나 버트 레이놀즈를 캐스팅하려고 했으나, 실베스터 스탤론은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배수진을 친 끝에 자신이 주연으로 낙점되었으나 대신 제작비는 대폭 삭감되었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107만 5천 달러, 약 12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영화는 초대박이었다. 영화관에서 2억 2,000만 달러를 벌어들여 무려 제작비의 220배를 벌어들였고, 아카데미 3관왕 뿐만 아니라 주제곡 ‘Gonna Fly Now’는 빌보드 1위에 올랐다. 영화 안에서 로키 발보아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것처럼, 실베스터 스탤론 역시 하루아침에 할리우드 스타로 올라섰다.

록키가 트레이닝하던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Museum of Art)의 계단은 ‘Rocky Steps’로 불리며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록키>는 후일 등장한 <람보> 시리즈와 함께 실베스터 스탤론의 프랜차이즈 영화로 발전했다. <로키> 제목으로 여섯 편의 영화가 제작되었고, 그가 트레이너로 출연하는 스핀오프 영화 <Creed>로 두 편이 제작되었다. 여덟 편의 영화의 총제작비는 2억 달러인 반면에 박스오피스 수입은 16억 5천만 달러로 프랜차이즈의 수익성 역시 대단하다. <람보> 시리즈 영화 다섯 편으로 벌어들인 7억 3천만 달러를 합하면, 두 프랜차이즈 영화로 모두 24억 달러(약 2조 9천억원)를 벌어들인 셈이다.

스핀오프 영화 <Creed II>(2018) 예고편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에 자리잡은 록키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