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연도 수없이 반복해 관람하는 뮤지컬 마니아 중에는 작품이 주는 아름다움에 끌린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아름다운 순간을 느끼고 그로 인해 힐링을 한다면 공연 관람 또한 일상에서 놓여나 자신을 위한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마치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를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8월, 관객들을 찾아온 대작 뮤지컬들이 많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라이선스 뮤지컬부터 국내 창작 뮤지컬까지 다양하니, 이맘때 도심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뮤지컬 한 편을 관람해보길 추천한다. 멀리 휴가를 떠나지 않아도 시원하고 스펙터클하며, 감동적이기까지 한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벤허>

<벤허>는 루 월러스(Lew Wallace)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2017년 한국에서 제작한 창작 뮤지컬. 귀족 가문의 자제였지만 노예로 전락해 기구한 삶을 살게 되는 ‘유다 벤허’의 이야기로,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왕용범 연출가와 이성준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해 원작의 장대한 서사를 촘촘하게 담아내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더해 2017년 초연을 올렸다. 당시 다양한 연령의 관객층을 극장을 끌어들이며 흥행했고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으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유다 벤허’ 역의 카이

2년 만에 다시 공연하는 <벤허>는 기존 작품에 새로운 뮤지컬 넘버를 추가해 극적인 면을 배가시켰다. 초연에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배우 카이가 다시 벤허 역을 맡았고, 다양한 뮤지컬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한지상과 안정된 연기력을 갖춘 민우혁이 처음으로 벤허를 연기한다. 소설과 영화를 통해 익숙한 스토리가 한국 창작 뮤지컬로 어떻게 재탄생했을까? 웅장한 무대와 강렬한 안무 등 오직 대작 뮤지컬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벤허>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공연일정: 7월 30일~10월 13일

 

<시티 오브 엔젤>

198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인기를 누린 <시티 오브 엔젤>이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새로운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각본가 ‘스타인’과 그의 시나리오 속 주인공인 탐정 ‘스톤’의 이야기를 오가는 블랙 코미디이자 누아르 장르의 뮤지컬. ‘영화제작 현장’이라는 배경과 ‘영화 시나리오 속 세계’라는 이중구조를 표현한 무대가 볼거리이며, 주요배역들이 모두 1인 2역을 맡는 작품이므로 캐스팅도 주목해야 한다. ‘스타인’ 역에 최재림과 강홍석이, ‘스톤’ 역에 이지훈과 테이가 캐스팅돼 현실 세계와 영화 속 세계를 넘나들며 열연을 펼칠 예정. 그 외에도 정준하, 임기홍, 백주희, 가희, 리사, 방진의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한다.

‘스타인’ 역의 최재림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데 뮤지컬 넘버를 작곡한 이는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사이 콜맨(Cy Coleman)이다. 2004년 작고한 그는 <시티 오브 엔젤>을 위해 모던재즈와 쿨재즈를 중심으로 스타일리시한 곡들을 탄생시켰다. 한국 공연에서는 김문정이 음악감독을 맡아 18인조 빅밴드 편성으로 매력적인 넘버를 연주한다.

<시티 오브 엔젤>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연일정: 8월 8일~10월 20일

 

<마리 앙투아네트>

성공적인 초연 이후 5년 만에 다시 찾아오는 작품도 있다. 2014년 한국에 첫선을 보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시 많은 사랑을 얻었던 작품.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과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했다. 초연 당시 원작자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ey)가 한국 버전을 위해 대대적인 각색을 했고 해외 버전에서 공개한 적 없는 새로운 곡을 추가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의 김소현

이번 공연도 초연과 마찬가지로 연출은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이 맡았다. 이 작품은 음악뿐 아니라 볼거리도 화려한데 호사스러운 베르사유 궁전을 재현하고 드레스와 가발, 보석 등 로코코 시대 유행했던 귀부인들의 패션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소현과 김소향이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장은아와 김연지가 마그리드 아르노 역을 맡는다.

<마리 앙투아네트>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공연일정: 8월 24일~11월 17일

 

<블루레인>

또 하나의 창작 뮤지컬 <블루레인>도 올여름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2018년 대국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하고, 올해 공식 초청작에 오른 화제의 뮤지컬이기 때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친부 살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차용해 ‘선과 악’이라는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추정화 연출가와 허수현 작곡가, 김병진 안무가가 참여했고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대결도 볼만할 것.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주인공 ‘테오’ 역에는 이창희와 이주광이 서로 다른 매력의 테오를 연기할 예정이고, 테오의 동생이자 변호사인 ‘루크’ 역에는 임병근과 박유덕이 캐스팅됐다. 그 외에도 테오와 루크의 친부로 절대악을 보여줄 ‘존 루키페르’ 역에 김주호와 박송권, 테오의 여자친구 ‘헤이든’ 역은 김려원과 최미소가 맡았다. 그 외에도 한지연, 한유란, 임강성, 조환지 등이 출연한다. 계속되는 반전과 미스터리한 전개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리란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블루레인>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공연일정: 8월 9일~9월 15일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