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등장했던, 18세기 말~19세기의 파리를 더 파리다워지게 만들던 공간. 헤밍웨이,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 19세기 문화와 예술에 한 획을 그은 당대의 예술가가 살롱에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던 바로 그 장소. 한때 유럽에서 유행했던 살롱이 현대의 한국에서 ‘소셜 살롱’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해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 모이는 이들은 취향을 탐독하기 위해 모임에 나오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영감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소셜 살롱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수가 많아지고 있으며, 종류나 형태 또한 세분되고 있다.

 

취향관

이미지 출처 – 취향관 인스타그램

합정동에 있는 ‘취향관’은 유료 회원제 기반 살롱이자 소셜 클럽이다. 회원이라면 언제든 취향관에 나와 다른 회원들과 관심사를 나눌 수 있다.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이 모여 소모임을 개설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특정 주제를 기반으로 한 공동 작업과 작은 전시회도 진행할 정도로 깊이 있게 취향을 탐독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 2018년까지만 해도 비회원이라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회원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는 완전히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공간’이라니, 외부와의 간격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수 없다. 오래된 단독 주택을 개조한 외관과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내부 역시 취향관의 매력 중 하나. 어딘가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 친구네 집에 놀러온 듯한 기분으로 입성하면 살롱의 다른 회원들과 경계 없이 어울릴 수 있다.

취향관 공식 홈페이지

취향관 인스타그램

 

문토

이미지 출처 – 문토 인스타그램

‘묻고 토론한다’는 뜻의 ‘문토’. 미술, 재즈, 글, 요리 등 주제에 맞춰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리더를 중심으로 모이는 시즌(3개월)제로 구성돼 있다. 각 주제에 걸맞는 전문가가 함께 하기 때문에 더욱더 깊이 있게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문토의 슬로건인 ‘취향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문장처럼 대화를 통해 서로의 관심사를 들여다보고 오직 취향에 집중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다양한 활동과 토론을 통해 사유의 반경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 마치 17세기 유럽의 살롱이 재탄생한 것만 같다. 문토의 모임에서는 딱딱하기만 한 ‘타인’이 아니라 느슨한 ‘우리’가 형성된다. 3개월 멤버쉽에 참여 중인 회원의 경우 다른 모임의 일일 멤버 참여권도 제공되니, 선뜻 3개월이라는 기간이 부담되는 모임의 경우 이를 활용해 보길 추천한다.

문토 공식 홈페이지

문토 인스타그램

 

트레바리

이미지 출처 – 트레바리 인스타그램

트레바리는 최대 20여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활동할 수 있는 유료 독서 모임이다. 참가비와 별개로 책도 직접 구매해야 하며,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모임에 참가할 수 없다. 비용을 모두 지불한다고 해도 과제를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니, 얼마나 단호한 규정인가? 오직 독서를 위해 유료 모임에 나간다는 것 자체를 의아해하는 이들 또한 많다. 이렇듯 회의적인 시선이 많은 와중에도 현재 트레바리는 소셜 살롱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트레바리의 인기 비결은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서술한 단호함에 있다. 의무적으로 수행하던 일이 반복되면서 독서 모임의 실질적 효과를 낳는 것. 내가 책을 얼마나 읽는지, 어떻게 읽는지, 무엇을 나누고 싶어 하는지. 나의 독서 습관은 물론 의견을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타인의 시선까지 알 수 있다.

트레바리 공식 홈페이지

트레바리 인스타그램

 

넷플연가

이미지 출처 - 넷플연가 인스타그램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작품에 대해 검색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살핀 적 있는가? 감명 깊게 본 작품에 대해 밤새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이런 우리의 바람을 꿰뚫어 본 것 마냥, 각자의 ‘인생작’을 두고 다각도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탄생했다. 바로 넷플릭스 기반으로 전개하는 소셜 살롱, ‘넷플연가’. 넷플릭스의 드라마 혹은 주제에 맞는 영화를 선정해 작품에 관해 토론하는 모임을 주최한다. 넷플연가의 모임은 한 주제당 3회차로 이뤄져 있으며, 회차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이 달라진다. 하지만 한 주제 아래 묶인 작품은 모두 비슷한 결을 지녔기 때문에 비슷한 톤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몽상가들 보는 날이면 샤로수길에 가야 한다’는 모임 이름처럼, 주제와 어울리는 공간을 선정하는 점 또한 눈에 띈다. 비교적 주제가 다양한 편은 아니지만, 영화에 특화된 곳인만큼 ‘영화 덕후’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넷플연가 공식 홈페이지

넷플연가 인스타그램

 

문래당

이미지 출처 – 문래당 인스타그램

‘나만의 아지트’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소셜 살롱, 문래당을 소개한다. 문래당은 인문학 연구자와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인문예술공유지이다. 학교나 전공,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며 각종 모임과 강좌 및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소셜 살롱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고 비정기적으로 주제를 선정해 모임이 개최된다. 현재 진행 중인 소모임은 시와 친해지는 시간인 ‘시시한 문래당 저녁 모임’과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음이 힘든 우리들을 위한 이야기 모임’이 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문래 CINE 사랑방’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들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 소박한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고자 하거나, 다정한 관계를 쌓아 올리고 싶다면 방문해보길.

문래당 공식 홈페이지

문래당 인스타그램

 

메인 이미지 <미드나잇 인 파리> 스틸컷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