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의 밥 딜런(Bob Dylan)은 이미 명성을 얻은 유명세를 타는 스타였다. 서사로 가득한 노래에 하모니카와 기타를 들고 수만 명이 운집하는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전성기였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했고 무언가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는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작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별로 크지 않은 공연장에서 관객과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는, 그런 투어를 기획했다. 1975년 가을에는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를 돌았고, 중간에 17번째 앨범 <Desire>(1976)를 낸 후 다시 남서부를 돌아 모두 57회의 공연을 소화했다. 당시 그 투어가 바로 레전드로 남은 <Rolling Thunder Revue>다.

<Rolling Thunder Revue>의 실제 포스터. 입장료는 8.75 달러로 저렴했다

그는 대중적인 가수라기보다는, 방랑하는 음유시인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밴드 멤버와 스태프를 합쳐 30여명이 움직이려면 최고 2만명 규모의 공연이 필요하다는 매니저의 권유를 무시했다. 고작 수천 명을 모을 수 있는 공연장을 섭외했고, 당연히 상업적으로는 적자 공연이었다. 매 회마다 다른 스타일의 아티스트나 지역 가수들을 초청했다. 포크 가수 조안 바에즈(Joan Baez), 더 버즈 출신의 로저 맥귄(Roger McGuinn), 조니 미첼(Joni Mitchell) 등 그 시절의 수많은 포크, 록 싱어송라이터들이 참여했고, 인기 배우가 되기 전의 어린 샤론 스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밥 딜런은 직접 버스를 몰았고, 무대에 오를 때는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거나 마스크를 쓸 정도로 역동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연히 최고의 음악을 연출했다.

넷플릭스 다큐 <롤링 선더 레뷰> 예고편

당시 모든 영상과 음성이 기록되었고 밥 딜런 스스로 감독이 되어 제작한 영화 <Renaldo and Clara>(1978)로 편집되었다. 하지만 그의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영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포크의 여왕으로 불리던 조안 바에즈(Joan Baez)와 함께 직접 주연급으로 출연하였고 방대한 공연 영상을 덧붙였으나, 러닝타임이 네 시간으로 너무 길었고 평단의 악평에 시달렸다. 그 후 드라마 부분을 빼고 공연 영상에 집중한 두 시간으로 편집한 버전을 냈으나, TV에서만 가끔 방영된 채 서서히 잊혔다. (당시의 오디오는 14장의 CD에 수록되어 박스 세트로 출간되었다.)

당시의 방대한 오리지널 영상이 40여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더 라스트 왈츠>(1978)로 콘서트 다큐멘터리 영화의 클래식을 만들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다시 한번 같은 장르에 도전한 것이다. 올해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롤링 선더 레뷰: 마틴 스코세이지의 밥 딜런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인터뷰 영상

당시에 촬영된 수많은 장면을 보고 나서 스콜세지 감독은 하나의 스토리로 맞춰 나갔다. 밥 딜런의 전설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창작자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탐구해 나가는 열정에 집중한 것이다. 밥 딜런 자신도 자주 언급한 즉흥 연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의 과정을 담으려고 했다. 영화의 첫 장면에 미국 독립 2백주년을 맞은 당시 장면을 보여주며 그 혼란기의 방랑시인 밥 딜런의 모습을 교차한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감격에 겨워 우는 여성 관객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Rolling Thunder Revue> 중 ‘Hard Rain’ 실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