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원전 사고의 척도 중 최악인 7등급 사고는 이제까지 두 번 있었는데, 최근 후쿠시마 사고와 함께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난 바로 이 사건이다. 이때는 구소련이 해체되기 이전의 냉전기로 소련 당국은 사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더 큰 피해가 발생했고, 자체 원전기술의 결함을 밝히기를 주저하여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은폐하였다.

미니시리즈 <체르노빌> 예고편

미국 HBO와 영국 Sky UK가 공동 제작한 5부작 미니시리즈는 당시 조사위원이었던 실존 인물 발레리 레가소프(Valery Legasov)가 사건 2년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원전 사고 후 10여년의 끈질긴 탐사 끝에 1997년에 출간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참고하여 대부분 실존 인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올해 5월 6일에서 6월 3일까지 방송된 <체르노빌>은 근래 HBO 드라마 중 최고라고 평가되며, HBO에 따르면 <왕좌의 게임>의 기록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례 없는 최악의 원전 사고

1986년 4월 26일 1시 23분 45초 소련 연방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번 원자로가 폭발한다. 관계자들은 원자로가 아니라 주변 탱크가 폭발한 것으로 알았고, 당시에는 방사능 계측기도 부실했다. 화재 경보를 듣고 출동했던 소방관들은 엄청난 방사능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화재 진압에 열중했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이 입었던 방재복이 폐쇄된 병원 지하에 쌓여 있는데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엄청난 방사능을 뿜고 있다고 한다. 당시 원전 근처의 철로 위에서 불구경을 하던 민간인들도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폭발 이후 36시간 동안 3 km인근 프리피야티(Pripyat) 시민들은 방사능 물질 누출 사실을 모른 채 학교와 직장으로 나간 것이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기록 영상

 

재난을 다루는 국가의 자세

<체르노빌> 에피소드 2의 소제목은 “Please Remain Calm”이다. 드라마는 정확한 정보와 진실을 공개하지 않고 은폐한 관계 당국의 자세를 내내 비판적으로 다룬다. 원전 폭발 36시간이 지나서야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이때도 “잠깐 대피할 것이니 조용하게 질서를 지키기 바랍니다”라고 방송했고, 사람들은 2~3일 있으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당국은 사고사실을 외부에 숨겼지만, 바람을 타고 퍼진 방사성 물질까지 막을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사고사실을 인정한다. 공식적으로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31명이 사망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지는 지금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프리피야티 시민 강제 이주 당시 당국의 방송 원문

 

재난에 맨몸으로 맞선 실존 인물들

핵에너지 연구소 부소장이던 주인공 발레리 레가소프는 녹음 테이프에 진실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당국은 사고의 원인을 발전소 근무자들의 잘못과 태만으로 떠넘겼지만, 그는 기술 설계상 결함이 있었다고 역설한다. 이에 따라 기술적인 결함을 인정하고 개선하게 되어 더 이상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았다. 그가 자살한 지 8년 후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그에게 러시아 연방훈장을 수여했다. 또한 세 명의 엔지니어들이 급수밸브를 열기 위해 방사능으로 가득한 시설에 자발적으로 들어갔고, 수 백명의 광산 노동자들이 원전을 식히기 위해 지하를 뚫었다. 수많은 군인들이 방사능을 견디지 못하고 고장나는 기계를 대신하여 현장에 투입되었는데 그들을 “바이오 로봇”이라 불렀다.

<체르노빌 3인의 영웅> 영상

 

러시아 공산당의 분노

드라마는 당시 소련 체제 아래의 동구권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리투아니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촬영되었다. 당시 공산당 치하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묘사했고, 레닌 사진이나 동상은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사실과 정보는 서로 공유되지 않고 수직적인 의사 결정의 비효율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드라마 방송 후 러시아 당국은 사실과 다르다며 분노했고, 자국에서 이 사건에 대해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러시아 공산당은 드라마 제작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 밝혔다.

발레리 레가소프 역을 맡은 자레드 해리스(Jared Harris) 인터뷰 영상

 

체르노빌 현지의 관광객 증가

체르노빌 원전 지역은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로 편입되어 2011년부터 제한적으로 관광이 허용되었다. 미니시리즈 <체르노빌> 방영 이후로 예약률이 급증하여 올해에는 작년 두배인 15만명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관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니시리즈 제작자 크레이그 마진(Craig Mazin)은 자신의 SNS에 “그곳에서 대재앙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면서 “예의를 갖춰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체르노빌 현지 1박 2일 여행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