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6월은 ‘LGBTQ Pride Month’, 즉 성 소수자 인권의 달로 지정되어 각종 문화 행사와 축제가 열린다. 오늘날 이러한 축제가 모두의 축제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여기 소개하는 드라마들은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LGBTQ 커뮤니티의 노력과 그 결실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When We Rise>(2017)

2017년 미국 ABC 방송사를 통해 방영된 8부작 미니시리즈 <When We Rise>는 1970년대부터 2010년대에 걸친 미국 LGBT 커뮤니티의 역사를 그린 동시에, 미국의 대표적인 LGBT 운동가 클리브 존스의 개인사 및 정치적 투쟁을 담았다. 1970년대는 흑인 민권 운동, 여성 인권 운동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동성애는 별개의 문제였으며, 미국 사회 전반에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고 이해가 부족하던 시기였다. 드라마의 배경은 성 소수자 차별법이 철폐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스톤월 폭동 직후로, <When We Rise>는 Shea Diamond의 I'd Love to Change the World의 노래로 시작된다. 노래 속 'I'd love to change the world but i don't know what to do'란 가사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차별과 폭력을 감내하던 그들이 서서히 변화를 주도하는 내용은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8부작에 걸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나서야 했던 사람들의 용기와 끈기 그리고 긴 투쟁 끝에 결실을 맺기까지 미국 LGBTQ+ 커뮤니티의 역사와 배경을 이해하고 싶다면,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Shea Diamond ‘I’d love to Change the World’(원곡자 : Ten Years Later)

<When We Rise>는 가이 피어스, 레이첼 그리피스, 메리 루이즈 파커, 우피 골드버그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뜻깊은 참여로 화제를 모았으며 그 내용 역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시의적절하고 교육적인 메시지로 미국 사회에서 누구나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작품으로 꼽히기도 했으며, 그 결과 미국 LGBTQ를 다룬 작품들을 시상하는 대표적인 시상식 제 29회 GLAAD 미디어 어워드에서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Pose>(2018)

<Pose>는 <American Horror Story>, <American Crime Story> 제작자 라이언 머피가 제작 및 연출을 맡았다. 라이언 머피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에반 피터스, 케이트 마라 등이 출연했을 뿐 만 아니라 트랜스 젠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화려하면서도 압도적인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우리에게는 생소한 ‘볼 컬쳐’를 조명한 <Pose>는 지난 6월 11일부터 미국 FX 채널을 통해 시즌2가 방영 중에 있으며 지난 시즌 보다 10% 상승한 시청률로 일찍이 다음 시즌을 확정했다. <Pose>의 중심 소재인 ‘볼 컬쳐(Ball Culture)’, ‘볼룸 커뮤니티(Ball Room Community)’는 LGBTQ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문화로 우승을 걸고 댄스, 패션, 음악들을 대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볼룸 커뮤니티는 갈 곳을 잃은 어린 성 소수자들의 안전한 도피처로써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야기는 전설적인 하우스, ‘어번던스’의 하우스 소속 ‘블랑카’가 HIV 선고를 계기로 자신만의 하우스를 열고, 집에서 쫓겨난 어린 소년 ‘데이먼’을 영입하면서 시작된다. ‘어번던스’에게 대항하고 전설적인 하우스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다수 LGBTQ+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성 소수자가 주류 사회에 진입하고자 보이지 않는 장벽과 맞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포즈>는 다르다. <포즈>는 비주류 사회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주도하고 스스로 트로피를 쟁취하며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이야기다. 한편, <Pose>는 트렌스젠더 배우들을 주, 조연으로 대거 합류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그동안 TV드라마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광경으로 <Pose>는 2019 GLAAD 어워드 드라마부문 작품상등을 수상했으며 Television Academy Honors에서 선정하는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TV 작품에게 주는 상을 수여한 바 있다.

 

<Everything Sucks>(2018)

<Everything Sucks(판타스틱 하이스쿨)>은 지난 2018년 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틴 드라마로, 비록 공개된 지 두달여만에 캔슬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1990년대 중반, 보링 고등학교 방송반, 연극반 친구들이 함께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 지향성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신입생 ‘루크’는 방송반 1년 선배 ‘케이트’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케이트’는 자신의 성 지향성을 두고 고민을 하던 중 교내에 자신을 둘러싼 소문이 퍼지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루크’와 사귀게 된다. ‘케이트’의 이야기는 90년대 작은 마을에서 성 소수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Everything Sucks>는 ‘케이트’가 자신의 성 지향성을 고민하는 여정을 통해 오늘날 자신의 성 지향성을 두고 고민할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지침서를 반영하고 있다.

10대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봤음직한 고민들과 더불어 한부모 가정의 고충 등 <Everything Sucks> 속 이야기는 오늘날 실제 미국 10대 청소년들의 것과도 다름이 없어 공개 당시 평단 뿐만 아니라 1020세대 나아가 90년대 향수에 젖은 3040세대까지 폭넓은 지지를 끌어냈다.

 

<Transparent>(2014)

<Transparent>는 2014년 아마존에서 공개된 이래, 골든 글로브 TV 코미디 부문 작품상 및 남우주연상, 에미상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아마존을 대표하는 코미디 시리즈다. 비록 작년 주연 배우 제프리 탬버의 성추문으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야 했으나, <Transparent>는 미국 TV 미디어의 환경을 바꾼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작자 질 솔로웨이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된 이 이야기는 철없는 3남매가 ‘트랜스젠더’로서 새 삶을 시작한 아버지를 응원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진솔하면서도 가감 없이 담아냈다. 나아가 이기적이고 자포자기한 인생을 살던 3남매가 한층 성장하는 이야기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공감과 동시에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Transparent>가 미국 TV 미디어의 환경을 바꾼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다양성이 존중받고 개방적인 미국 할리우드 TV 드라마 업계에서도 여태껏 보지 못한 캐릭터,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대인에다가 성인 자녀들을 둔 은퇴한 중년의 대학교수가 트랜스 우먼 ‘마우라’로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계기, 자녀들과 주변인들에게 커밍아웃하는 일련의 과정 그리고 그녀가 현실에서 직면하는 어려움 등은 우리가 오늘날 LGBTQ 커뮤니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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