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계의 거장, 안도 다다오는 ‘건축은 외형보다 내부의 체험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으로 공간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는 콘크리트로 세운 건축물에 물과 빛, 그림자를 이용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든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안도 타다오>를 통해 그의 건축 철학을 엿보고 대표작을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의 공간을 실제로 거닐어 보고 싶다면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과 베네세하우스, 그리고 이우환 미술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제주도의 본태박물관과 글라스 하우스, 서울의 JCC 아트센터,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Museum SAN)’ 등 한국에도 여러 곳에 그의 작품이 있다. 특히 뮤지엄 산에는 최근 신축공간으로 명상관이 오픈했는데 이 또한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자연 속 미술관으로 알려진 뮤지엄 산은 봄날에 근교 여행하듯 방문해보기 좋은 곳. 뮤지엄 산의 명상관과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을 소개한다.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

 

평온을 찾아가는 공간, 안도 다다오의 명상관

서울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자리한 뮤지엄 산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답게 주변 지형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전시실이 있는 본관과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작품관인 제임스터렐관 외에도 플라워가든, 스톤가든, 워터가든 등이 모두 기존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자리한다. 2013년 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Space’, ‘Art’, ‘Nature’의 첫 글자를 딴 그 이름대로 ‘자연 속 예술 공간’이다. 상설전과 기획전, 그리고 제임스 터렐의 작품까지 뛰어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한편으론 그저 산책하듯 걷고 바람을 즐기며 카페 테라스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안도 다다오가 경주의 고분에서 영감을 얻은 뮤지엄 산 명상관

올해 초부터 뮤지엄 산은 명상관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안도 다다오가 추가로 설계한 공간으로, 그는 경주의 고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돔 형태를 구상했다고 한다. 스톤가든에 자리한 이 건물은 외부가 자연석으로 이루어져 정원과 조화로운 모습이고, 내부는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중앙을 가르는 아치형 천장에는 시간대에 따라 다른 빛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명상관을 찾는 이들이 자연과의 교감을 느끼길 바라는 의도가 담겼다. 이곳에서는 명상 프로그램을 상설 운영하며 30분 간격으로 쉼, 자연소리, 보이스, 침묵 명상 등이 진행된다.

뮤지엄 산 명상관 내부

상설 프로그램 외에 스페셜 프로그램도 있는데, 5월에는 봄바람과 함께하는 걷기 명상, 마음을 연결하는 명상, 아로마와 함께하는 요가 명상 등이 진행된다. 편안하게 마음을 살피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시간을 선사하는 프로그램들이다. 30여 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명상관에 들어가기 전과 후, 마음 상태가 달라졌음을 알아챌 수 있을 것. 미술관에서 경험하는 색다른 휴식이다.

 

단순함 속에서 본질을 찾다, <기하학, 단순함 너머>전

<기하학, 단순함 너머>전 설치 전경

삼각 형태의 중정이나 원형 건물, 날렵하게 꺾인 벽 등 뮤지엄 산은 기하학적 형태가 매력적인 곳. 지금 뮤지엄 산에 방문하면 이 공간과 매우 잘 어울리는 기획전을 감상할 수 있다. <기하학, 단순함 너머>전은 동시대 한국 작가들이 기하학적 형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그래픽 이미지의 픽셀을 입체로 작업한 홍승혜 작가의 ‘온 & 오프’, 거울을 소재로 활용해 빛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박선기 작가의 ‘조합체 20190306’ 등 20여 명 미술가의 작품이 모였다.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등으로 이루어진 총 40여 점의 작품 중에는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도 있고 신작도 있다.

<기하학, 단순함 너머>전 설치전경

특히 미술관 복도를 직선으로 분할해 역동적인 공간을 연출한 강은혜 작가의 ‘인터스페이스’와 미술관의 노출 콘크리트 기둥 중 하나를 색색의 패브릭과 프레임 등으로 감싼 ‘자연으로부터: 자연스럽게’는 전시관의 일부를 재료로 활용해 시선을 끄는 작품들. 전시 공간과 작품의 관계성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단순함 속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이 전시는 8월 25일까지 계속된다.

이와 함께 소장품 기획전인 <한국미술의 산책 Ⅴ: 추상화>도 동시에 열리고 있다. 유영국, 전혁림, 김환기 등 근현대 추상화가 9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뮤지엄 산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과 다양한 전시를 감상하고 명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하루쯤 시간을 내어 여유롭게 방문한다면 자연과 예술작품 속에서 특별한 ‘마음 챙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엄 산 홈페이지

뮤지엄 산 인스타그램

 

뮤지엄 산

관람시간 10:00~18:00 (매표마감 17: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뮤지엄권: 대인 18,000원 / 소인 10,000원, 제임스터렐권(뮤지엄+제임스터렐관): 대인 28,000원 / 소인 18,000원, 명상권(뮤지엄+명상관): 대인 28,000원
관람문의 033-730-9000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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