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길가에 위치한 한낮의 헤어 숍. 주인공이 일하는 이곳은 온통 여성 고객뿐이다. 그때 백발이 성성한 남자 손님이 들어와 환히 웃는다. 주인공이 돌아본 그곳에는 말도 없이 훌쩍 찾아온 그의 아버지가 서 있다. 아버지를 발견한 딸은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세상에 부모와 자식만큼 멀고도 가까운 관계가 있을까? 조금 당황한 듯 보였던 주인공은 이내 아버지와 밝게 대화하며 그의 머리를 손질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이렇게 대화한 게 얼마 만이지?’, ‘내가 태어나고 나서 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많이 축하해줬지?’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계산하고 문을 나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딸은 “이제 내 차례”라고 말한다. 딸이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 작품이 다른 구체적인 힌트나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딸의 일을 존중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는 딸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든 평화로운 세대교체의 풍경을 발견한다.

밝고 선명한 화면과 서정적인 음악이 아름다운 영상미를 더하는 이 작품은, 도쿄에서 활동하는 영상 제작자 쿠보타 야스유키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아래 링크에서 그의 작품을 더 찾아보자.

 

쿠보타 야스유키 홈페이지

쿠보타 야스유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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