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노란색 피부를 가진 동글동글한 그림체의 캐릭터? 독특함을 넘어서 괴상하기 짝이 없는 바트 심슨의 머리 모양? 것도 아니면 호머 심슨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마음껏 먹고 싶다”고 말했던 도넛?

1989년 첫 방영한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은 '문제 많은' 미국의 중산층 가족을 주인공으로 미국의 전반적인 사회, 문화, 정치 같은 다양한 부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풍자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주로 보여준 귀엽고 아기자기한 요소들 대신, 어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심슨 가족>은 여태껏 본적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선정적이고 잔인한 화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심슨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그들이 가진 엉뚱함, 졸렬함, 억울함, 사랑스러움 따위가 우리의 깊은 내면 속 어딘가와 꼭 닮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심슨 가족. 왼쪽부터 리사, 마지, 매기, 호머, 바트

<심슨 가족>은 매년 찾아오는 할로윈 특집부터 시작해 2007년 개봉한 극장판 <심슨 가족 더 무비>, 방영 2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등 여러 형태의 영상물로 확장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슨 가족>만의 전매특허이자 시청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바로 매회 오프닝을 장식하는 ‘카우치 개그(Couch gag)’ 즉, ‘소파 개그’다. 말그대로 소파와 관련된 오프닝 영상인데 에피소드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무궁무진하게 들고 온다. 유명 팝가수의 음악으로 '심슨 판'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버리는가 하면, 각종 영화와 TV 드라마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하기도 한다. 변화가 있다면 시즌 초반에는 정말 소파에 많이 ‘앉았고’,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고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차이 정도다. <인디포스트>는 3회에 걸쳐 <심슨 가족>의 다양한 카우치 개그 영상과, 사회 풍자적인 에피소드를 ‘짤방’으로 소개한다. 첫 번째는 유튜브에 올라온 끝없는 카우치 개그 영상 중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한 <심슨 가족>의 카우치 개그 영상들’이다.

 

신체 훼손과 같은 기괴하고 수위 높은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빌 플림턴(Bill Plympton)의 영상이다. 그는 국내에서 신혼부부가 결혼 첫날밤에 겪은 이야기를 담은 장편 애니메이션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1997)로 알려진 바 있다.

영상의 주인공은 호머 심슨과 ‘소파’다. 지금보다 훨씬 날씬하고 머리숱도 많은 젊은 시절의 호머 심슨은 소파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함께 꽃밭도 거닐고 데이트도 하고 호텔도 간다. 웃긴다. 남들이 손가락질하며 비웃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파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호머의 사랑은 마지를 만나 방향이 바뀐다. ‘아기 소파’까지 낳은 뒤 울며불며 매달리는 소파를 배신하고 마지와 결혼하는 것. 실로 막장드라마 같은 스토리다. 그러나 영상을 보듯 결국 소파는 심슨의 집으로 들어가고, 심슨 가족의 안락한 소파로 자리잡게 된다. 마지막, 이를 드러내며 웃는 소파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고 섬뜩하다. 사랑도 세태도 빠르게 변하고 마는 현대 사회의 소외와 우울,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전쟁, 인종차별, 동물 학대 같은 여러 사회 문제를 풍자하는 작가로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ksy)의 작품이다. 빌 플림턴이 카우치 개그를 통해 인간 사회의 소외감과 우울감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뱅크시는 사회의 부조리를 여과 없이 풍자한다. 영상 초반에 뱅크시의 그래피티 이미지가 살짝 노출되는 것을 제외하면 평소와 별다를 게 없지만, 화면이 암전되면서부터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심슨 가족>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인형들을 만들기 위해 가혹한 노동에 취해지는 아이들과 희생되는 동물들을 참담하고 충격적인 무언극으로 담아냈다. 영상 공개 당시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내용으로 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심슨 가족> 최고의 오프닝 중 하나로 손꼽히며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시즌 24의 할로윈 특집 카우치 개그는 호러, 괴수, SF 장르의 대가인 길예르모 델 토로 (Guillermo del Toro)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러 괴수 영화와 소설의 캐릭터로 3분을 빈틈없이 꽉꽉 채워 넣은 엄청난 스케일의 오프닝은 그의 전작들을 재미있게 본 관객에겐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상이다. 감독의 영화인 <퍼시픽 림>(2013), <판의 미로>(2006) 캐릭터들은 물론, <왕좌의 게임>(2011>, <블레이드2>(200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951) 등 옮겨 적기도 힘든 수많은 영화의 패러디 요소들을 깨알같이 박아 넣었다. 영상을 보면서 어떤 장면인지 찾아내는 것도 큰 재미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미처 다 찾아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정답(?) 영상을 제공한다. 화면을 정지해가며 패러디한 영화 제목과 연도를 친절하게 알려주니 머릿속에 미리 생각했던 답과 맞춰보는 것도 좋겠다.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