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영화 하면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 <원스>(2007), <싱 스트리트>(2016), 아카데미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아버지의 이름으로>(1993)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아일랜드 호러 영화라면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2019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The Hole in the Ground>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첫 아일랜드 호러 영화로 기록된다. 감독, 배우 모두 아일랜드인이고 주요 로케이션 역시 아일랜드이며 아일랜드 필름 펀드가 제작비를 투자했다. 같은 해 3월, 유럽과 미국 영화관에서 상영했으며, 미국 시장의 배급을 <문라이트>(2017)와 <유전>(2018)의 제작사 A24가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The Hole in the Ground> 예고편

리 크로닌(Lee Cronin) 감독은 그동안 인상적인 단편 호러영화를 만들어 주목받은 신예 작가 겸 감독이다. 어린 시절부터 <샤이닝>(1980), <나이트메어>(1985)와 같은 호러영화를 보며 영화제작의 꿈을 키웠고, 근래 제작한 단편영화 <고스트 트레인>(2013)이 유럽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Méliès d'Argent’ 상을 받으며 머지않아 장편영화 감독으로 등단할 것이라 점쳐졌다. <고스트 트레인>은 소원한 사이인 ‘마이클’과 ‘피터 형제’가, 어릴 적 친구인 ‘샘’이 실종된 오래된 놀이공원으로 1년에 한번씩 내키지 않는 순례를 떠나는 이야기로, <The Hole in the Ground> 개봉을 맞아 작년 말부터 유튜브에 올라왔다.

리 크로닌 감독의 단편 <Ghost Train>(2013)

<The Hole in the Ground>는 거대한 싱크홀에 다녀온 어린 아들의 이상 행동과 초자연적 현상을 의심하는 젊은 엄마 ‘사라’의 이야기로, 아일랜드 배우 시에나 커슬레이크(Seana Kerslake)가 사라 역을 맡았다. 엔딩 타이틀에는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리사 해니건(Lisa Hannigan)의 ‘Weile Weile Weile’이 흘러나와 영화의 음울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 노래는 자식을 살해하는 엄마에 관한 민담 <The Cruel Mother>에서 유래한 아일랜드 동요다.

Lisa Hannigan ‘Weile Weile We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