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은 사용이 용이하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 도구다. 아마도 어릴 때 한번쯤은 미술에 입문하기 위해 색연필로 색칠 공부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별도의 준비물이 필요하지도 않고 종이에 슥삭 그리기도 편해, 일상의 단면을 재빨리 담는 데엔 색연필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

색연필을 주재료로 삼아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을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있다. 이들의 그림을 살피다 보면 서랍 속에 묵혀 뒀던 색연필을 꺼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색연필 일러스트에서 도드라지는 특징들을 읽고 직접 ‘내’ 일상에 관한 특별한 기록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소소한 오브제 – 메이곰

색연필 일러스트에서 보통 소재로 삼는 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작은 오브제들이다. 앞에 놓인 커피잔, 연필과 노트, 어제 먹었던 오믈렛 등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풍경이 피사체가 된다. 일러스트레이터 메이곰은 색연필로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을 캡쳐한다. 작품을 통해 보는 이를 천천히 안아주고 위로를 건네겠다는 의미에서 ‘슬로우허그’라는 브랜드를 런칭한 그는 엽서, 캘린더, 메모지 등 핸드메이드 문구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일러스트 페어, 플리마켓에 참여하고 있으며 여러 소상공인과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전하고자 하는 그의 일러스트는 단조롭던 우리의 일상까지도 따뜻하게 품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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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곰 블로그

 

 

연필 심과 종이의 질감 – 빈티지걸

색연필은 색이 있는 심을 넣어 만든 연필이다. 색연필을 손에 쥐고 종이 위에 선을 그리다 보면 연필심과 종이의 부딪힘이 손 끝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과 종이의 아날로그적인 감각이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이다. 색연필를 주재료로 쓰는 빈티지걸의 일러스트엔 연필 획의 여백이 많아 거친 종이의 질감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따뜻한 봄을 머금은 듯한 그의 그림에는 색연필 심이 사각사각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오돌토돌한 종이 재질이 물씬 느껴지는 그림들은 그의 필명처럼 ‘빈티지’한 매력이 더욱 살아난다. 엽서, 마스킹 테이프 등은 물론 자수를 활용한 각종 핸드메이드를 만드는 그는 색연필 입문자들을 위한 클래스를 열고 다양한 일러스트 가이드북을 출간하기도 했다. 심과 종이를 근간으로 삼는 색연필 일러스트 본연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빈티지걸을 찾아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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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걸 블로그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는 색감 – 바이냉

색연필 일러스트는 다른 재료에 비해 획이나 명도에서 큰 차이를 주기가 어렵다. 따라서 작가의 개성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건 바로 색 조합이다. 다양한 색 중 어떤 색깔들로 그림을 그릴지 컬러 팔레트를 짜서 표현하고 싶은 색감을 정할 수 있기에 색 조합을 어떻게 선정했는지가 작가의 색깔을 또렷이 보여준다. 일러스트레이터 바이냉은 촛불, 주전자 등 빈티지한 소품을 자신만의 색감으로 담아낸다. 색연필 일러스트들은 보통 알록달록한 색감을 주로 선정하는 반면, 바이냉은 채도가 낮은 유사색 위주로 팔레트를 짠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을 준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취향에 쏙 맞는 색감을 만나고 싶다면 개성이 또렷한 바이냉의 일러스트를 추천한다.

바이냉 인스타그램
바이냉 블로그

 

 

나만의 특별한 일기 – 설찌

색연필 일러스트는 그림을 그리기에 비교적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중 하나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일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다. 문득 색연필을 들고 손그림을 그리고 싶은 순간은 단조롭던 생활 속에서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발견했을 때가 아닐까. 반짝이는 일상의 단면을 특별히 기록으로 남기고 싶을 때 색연필 일러스트를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설찌는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생동감 넘치는 색감으로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다양한 책 표지를 작업했고 기업들과도 콜라보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했으며, 최근에는 직접 그린 그림책을 출간했다. 그가 쓴 일러스트 북 <오늘의 기록>는 평범한 하루를 일기에 어떻게 다채롭게 남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방법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인생에서 아름다웠던 순간을 더욱 오래토록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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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찌 그라폴리오

 

Writer

소소한 일상을 만드는 주위의 다양한 것들을 둘러보길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이야기’들엔 사람들의 일상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믿음을 갖고 공연, 영화, 책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소개해,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화예술 큐레이터가 되길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