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극장을 찾는 관객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영화의 얼굴은 바로 포스터다. 사람으로 치면 ‘첫인상’ 격인 영화 포스터는 오늘날 스토리, 출연 배우, 흥행 성적 못지않게 영화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다. 스토리를 함축하는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가장 잘 드러내는 포스터. 그 중 국내 영화의 한국판, 해외판 포스터를 모아보았다. 두 포스터의 차이가 뚜렷하니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니, 아직도 안 본 영화가 있다면 눈 여겨 둘 것!

 

<아가씨>(2016)

<아가씨>의 티저 포스터는 <007> 시리즈,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같은 영화의 독창적인 포스터를 만들어낸 영국 엠파이어 디자인(Empire Design)의 작업물이다. 영화의 주요 장면을 포스터 곳곳에 배치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깨알같이 다른 점이 보인다. 그 차이점을 발견하다 보면 해외 포스터가 영화의 주요 스토리를 좀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해외 포스터에서는 아가씨(HANDMAIDEN)가 ‘2016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며, <올드보이>, <스토커>로 해외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박찬욱 감독의 작품임을 제목 위에 배치하여 강조했다.

 

<해무>(2014)

영화 <해무>의 국내와 해외 포스터의 현저한 차이는 바로 인물과 화면 구도. 국내 포스터에서는 배우 김윤석, 문성근, 김상호 등 주요 등장인물이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지만, 해외 포스터는 웅크리고 누워있는 배우 한예리(홍매 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망망대해 위에서 해무에 휘말리는 선원들의 고군분투, 그 속에 드러난 인간들의 추악한 본성에 희생양이 되어버린 홍매의 모습은 국내 포스터만 봤을 때 다소 반전 요소일 수 있겠다.

 

<설국열차>(2013)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그래픽노블 ‘Snow Piercer’를 원작으로 한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다. 틸다 스윈튼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의 연기파 배우를 섭외해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다.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두 포스터에서 내세우는 인물은 다르다. 국내의 경우 한국의 대표 연기파 배우 송강호를 전면에 배치했고, 해외 포스터는 <어벤져스>로 이름을 알린 배우 크리스 에반스를 중심으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존 허트, <빌리 엘리어트>의 발레 소년 제이미 밸처럼 좀 더 글로벌하게 이름을 알린 배우들을) 배치했다.

 

<스토커>(2013)

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헐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는 살인을 통해 완벽히 자유로운 자신을 깨닫는 주인공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의 성장기를 다뤘다. 두 포스터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두 인물(니콜 키드먼, 매튜 구드)이 삼각구도를 이루는 점이 비슷하다. 하지만 해외 포스터가 좀 더 의미심장하다. 삼촌과 엄마 역할의 두 인물은 화면에서 잘려 있고, 미아 바시코브스카의 웃는 듯 섬뜩한 표정이 두드러진다. 또한 피아노에 비친 매튜 구드의 모습은 결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끝까지 간다>(2013)

개봉 이후 프랑스, 영국 등 해외 30개국에 배급권을 판매하는 쾌거를 이룬 영화 <끝까지 간다>. ‘기대보다 훨씬 재밌다`는 평을 유독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국내 포스터는 극 중 형사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의 모습을, 로우핸드 스튜디오가 제작한 해외 포스터는 극 전체를 이끄는 두 주인공의 대립을 선명히 부각시켰다. 인물들 뒤로 까마귀 때가 지나가는 스산한 배경을 보면 같은 영화인데도 다른 스토리가 펼쳐질 것만 같다.

전반적으로 국내 포스터는 상업적 목적을 가미하여 인물 중심의 구도를 띈 반면, 해외 포스터는 배경과 장르의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후자가 훨씬 자유롭고, 과감하고, 강렬한 느낌을 자아낸다. 아래의 영화들은 해외 포스터만 선별했다. 포스터만 보고 어떤 영화인지 알아 맞춘다면 당신은 섬세한 감각을 지닌 사람!

<살인의 추억>(2004) 해외 포스터
<추격자>(2008) 해외 포스터
<악마를 보았다>(2010) 해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