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유독 사랑했던 미국 작가들이 있다. 잭 케루악, 도로시 파커, 스콧과 젤다 피츠제럴드. 이들이 사랑한 칵테일과 여기 얽힌 흥미로운 얘기들.

 

스콧과 젤다 피츠제럴드 - 진 리키

F. Scott and Zelda Fitzgerald in Westport, Conn., in 1920 ©Princeton University Library

<밤은 부드러워라>와 <위대한 개츠비> 등 오래 사랑받는 소설을 남긴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소설, 무용, 그림 등 여러 예술 분야에 두루 재능을 보였던 젤다 피츠제럴드. 부부였던 둘은 술을 사랑했다. 어떤 사람은 이들을 두고 “열정을 다해 헌신적으로 술을 마신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특히 풋풋한 식물의 향이 나는 증류주 진(Gin)을 좋아했는데, 이는 스콧이 진은 마셔도 술 냄새가 나지 않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진을 베이스로 하는 칵테일 진 리키(Gin Rickey)를 즐겼다.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진 베이스 칵테일이라면 진 토닉이겠지만, 단맛이 강한 진 토닉에 비해 진과 라임 주스, 탄산수로 만드는 진 리키는 깔끔하고 상큼하다.

진 리키, 출처 – Liquor.com 

스콧 피츠제럴드는 아예 자신의 책 <위대한 개츠비>에 진 리키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벌컥벌컥 들이켤 만큼 청량한 진 리키를 좋아했기 때문일까? 스콧과 젤다는 완전히 취하는 날이 많았는데, 어느 날은 만취한 채 호텔 분수대에 들어가 벌거벗고 춤을 추었다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2011) 속 젤다와 스콧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런 말도 남겼다. “First you take a drink, then the drink takes a drink, then the drink takes you. (처음엔 당신이 술을 마시고, 다음엔 술이 술을 마시고, 그 후엔 술이 당신을 마신다.)”

 

도로시 파커 – 마티니

Dorothy Parker, 출처 – Poetry foundation 

얼마 전 개봉해 큰 인기를 얻은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원작은 1937년 제작된 영화 <스타탄생>이다. 그리고 원작의 각본에 참여한 사람 중 한 명이 도로시 파커다. 각본 이야길 먼저 했지만, 그는 시인으로 더 유명하다. 예리한 감각과 섬세한 표현력을 지녔던 그는 시뿐 아니라 단편 소설, 비평 등 글로 표현하는 모든 분야에서 뛰어났다. 도로시 파커는 1920년대 미국 문학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알곤퀸 라운드 테이블(Algonquin Round Table)’이라는 비공식 작가 모임의 창립 멤버였다. 그는 호텔에 묵으며 글을 썼고, 그곳에서 동료들과 사회와 예술을 논했다. 도로시 파커의 삶엔 아주 중요한 세 가지가 있었다. 애인과 개, 그리고 진(Gin).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세 가지로 수많은 글을 썼다. 진으로 만든 마티니를 좋아했다는데, 마티니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이런 구절도 남겼다.

I like to have a martini,
Two at the very most.
After three I'm under the table,
after four I'm under my host.

난 마티니를 사랑해,
하지만 두 잔이면 적당해.
세 잔이면 나는 테이블 밑에 있고,
네 잔이면 호스트 아래에 있지.

마티니, 출처 – Connox 

도로시 파커는 “The first thing I do in the morning is brush my teeth and sharpen my tongue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고 혀를 벼린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 덕분에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예민하게 마티니의 맛을 느꼈을지 짐작했다. 화려한 색과 쉽게 이끌리는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날카로움을 품은 마티니. 이 칵테일과 도로시 파커는 너무도 어울리는 조합이다. 덧붙여 뉴욕 증류회사(New York Distilling Company)는 도로시 파커의 진에 대한 애정, 글을 쓰며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이었던 행보, 남긴 작품과 성취를 기리며 그의 이름을 딴 진을 내놓기도 했다.

Drink and dance and laugh and lie,
Love, the reeling midnight through,
For tomorrow we shall die!
(But, alas, we never do.)

술에 취하고 춤추고 웃으면서 거짓말을 늘어놓고
사랑을, 밤새 돌아가며 나눈다.
내일이면 우리 모두 죽을 운명이니까!
(그러나, 슬프도다, 우리는 결코 죽지 않을 테니.)

- 도로시 파커, 〈이교도들의 잘못(The Flaw in Paganism)>

 

잭 케루악 – 마가리타

Jack Kerouac, 출처 – pdx jazz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웠으나 사회 구조가 획일화되면서 개인의 가치는 낮아지고, 인간을 거대한 사회 조직의 부속품처럼 다뤘던 1950년대 미국. 비트 세대(Beat Generation)는 이 풍조에 대항하며 탄생했다. 이들은 문학에 반향을 일으켰고 히피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킬 유어 달링>(2013)은 비트 세대의 주요 인물들을 비추는 영화다. 영화에서 배우 잭 휴스턴이 연기한 ‘잭 케루악’은 발 닿는 대로 걷고 여행하며 느낀 것으로 글을 썼다. 특히 1957년에 발표한 소설 <길 위에서>는 비트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마가리타, 출처 – Liquor.com 

고독하게 글을 써 내려가는 작가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왠지 버번이나 스카치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잭 케루악은 새콤달콤한 칵테일 마가리타를 가장 좋아했다. 여행과 방랑 사이를 자유로이 오갔던 그는 자주 멕시코에 갔다. 멕시코는 테킬라의 주재료인 아가베(agave)를 생산하는 나라고, 마가리타는 테킬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다. 그는 멕시코를 자주 여행하며 마가리타에 푹 빠진다. 그는 취하면 더 밝고, 재미있으며 산만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기에 딱 맞게, “Don’t drink to get drunk, drink to enjoy life (취하려 마시지 말고, 인생을 즐기려고 마셔라)”라는 말을 남겼다. 인생을 너무 즐겼던 걸까? 당시 뉴욕의 레스토랑 White Horse Tavern의 화장실 소변기 위엔 ‘Jack, go home (집에 가라, 잭)’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White Horse Tavern의 모습

 

 

메인 이미지 잭 케루악, A photo of the author wandering along New York’s East 7th Street featured in the "Beat Memories" show at the National Gallery of Art. THE ALLEN GINSBERG LLC/NYT, 출처 – the globe and 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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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