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거나 넓게, 비틀거나 뒤집어서 보는 사람들은 올해도 무언가 만들어냈다. 그것들이 쏟아진 밭에서도 두드러지는 건 당연히 있다. 인디포스트 에디터의 취향으로 짚은 2018의 인상적인 무엇들. 이번에는 음악이다.

 

올해의 발견, 동찬 <안개(Fog)>

동찬 '관망 (feat. 오요)' MV

넘쳐나는 괴로움을 마주 볼 수 없어 우리는 밝은 음악을 듣고 신나는 분위기가 흐르는 공연장에 간다. 동찬(Dongchan)의 <안개(FOG)>는 그 자신이 지나온 삶의 시기와 거기에서 파생한 일련의 감정들을 회피하지 않고 또렷하게 바라본 앨범이다. 동찬은 2014년 커널스트립(Kernelstrip)이라는 이름으로 두 장의 EP를 발매했고, 이 앨범에서는 그 후로부터 4년간, 컴컴한 안개 같았던 삶의 시기를 담아냈다. 그러니까 우리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몽롱한 사운드로 엮어낸 이 50분 남짓의 앨범을 재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내면에 숨겨진 아름답고도 슬픈 세계를 유랑하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위 영상은 앨범의 수록곡인 ‘관망’ 뮤직비디오다. 새벽녘의 푸르스름한 빛을 포착한 화면을 보라. 다른 차원의 세계에 도착한 것 같은 신선함과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동찬은 이번 앨범에서 자신의 감정을 또렷하게 드러내기 위해 본명을 썼다고 했다. 이 솔직하고도 아름다운 앨범을 필히 올해의 ‘발견’으로 꼽는다. |에디터 최은제

 

올해의 케이팝 뮤직비디오, 태연 ‘Something New’

올해 6월 태연의 세 번째 미니 앨범 <Something New>가 나왔다. 그간 또렷한 음악적 색깔을 드러내며 그룹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 전혀 부족함 없는 단단한 에너지를 꾸려온 그의 오래간만의 컴백이라 더욱 반가웠다. 그리고 그는 잘 정제된, 이 앨범을 통해 솔로 아티스트로서 한층 무르익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내 보였다. 타이틀곡 ‘Something New’는 태연이 처음 선보이는 네오 소울 장르의 팝 넘버. 재미있는 건 곡의 뮤직비디오다. 많은 이들이 영상이 공개되자 그 속에 숨은 의미를 해석하느라 분주했다. 뮤직비디오에는 사생활의 영역이 침범당한 연예인과 톱스타, 그들에게 가해지는 압박과 스트레스들이 담겼다. 영상 속에서 태연이 목숨처럼 사수하는 캐리어를 주목하자. 이 오브제에 많은 은유와 복선이 깔려 있다. |에디터 최은제

 

올해의 존재감, 예서

예서 ‘Bitches Rule’ MV

공식적인 데뷔 1, 2년 만에 평단은 물론 대중과 해외의 이목까지 집중시키며 작년 한 해 가장 돋보이는 신인 중 한 사람이었던 예서.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발매한 1집에 더욱 강렬한 사운드와 짙은 무드, 날이 선 메시지를 글로벌 명반 부럽지 않은 높은 완성도로 담아내며 사람들의 높아진 기대마저 충족시켰다. 사진작가 김문독이 촬영한 앨범의 아트워크는 음악 못지않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고, ‘SM Station’과 ‘UNFRAME SEOUL’ 프로젝트, <보이스 2> OST, 피처링에도 참여하며 같은 듯 다른 자신의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올해를 예서의 해라고 불러도 충분하지 않을까? |에디터 정병욱

 

올해의 이별 노래, 장기하와 얼굴들 ‘나란히 나란히’

장기하와 얼굴들 ‘나란히 나란히’ 라이브 비디오

슬픔은 덤덤히 말할 때 더 슬프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 <mono> 수록곡 ‘나란히 나란히’도 그래서 더 슬프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툭툭 내뱉듯 애수와 후회를 노래한다. 노래 속 인물은 사랑에 빠지면 보통 그렇듯, “헬리콥터를 빌려 같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달나라로 가는 우주선까지 예약”하는데, 뒤돌아보니 사랑은 떠나고 없다. 비현실적인 단어를 썼지만 이 노래가 그리는 이별은 지극히 평범하다. 달나라도 우주선도,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에겐 공허하다. 그저 나란히 나란히 함께 걸으며 상대의 마음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 사랑의 기본인 줄 알면서도 참 어려운 일이다. 덧붙여 이제 우리는 장기하와 얼굴들과도 이별해야 한다. 이들과는 슬퍼도 산뜻하게 인사해야 할 것만 같다. 10년 동안 진한 음악을 들려준 밴드에게 고맙다. |에디터 김유영

 

올해의 라이브 비디오, Superorganism

Superorganism NPR Music Tiny Dest Concert 라이브 비디오

영국 다국적 인디밴드 슈퍼올가니즘(Superorganism)의 라이브 영상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슈퍼올가니즘의 라이브 영상이 특별한 이유는 대단하지 않다. 일상의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신선한 곁가지 소리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음악과 무대를 이들이 진심으로 즐기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들뜨지 않는 차분함도 특유의 매력이다. 여러 영상 가운데 NPR Music의 대표 콘텐츠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 영상을 소개한다. 평소처럼 작고 어수선한 책상과 빼곡한 책장으로 꾸민 무대가 마치 이들을 위한 무대처럼 여겨진다. 마지막 곡에서 한국인 멤버 소울(Soul)이 외치는 한국어 코러스에 귀를 기울여도 재미있다. 슈퍼올가니즘은 2019년 1월 한국을 찾는다. |에디터 정병욱

 

올해의 전율, Florence and the Machine ‘Big god’

이별, 죽음, 사랑, 폭력과 같은 주제를 이야기해온 밴드 플로렌스 앤 더 머신(Florence and the Machine)이 지난 6월 4집 <High as Hope>를 발표했다. ‘Big god’은 그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트랙이다. 밴드의 트레이드마크인 웅장하고 직선적인 사운드, 강렬하고 거칠 것 없는 보컬이 이 곡에 잘 녹아 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여성들이 물이 흥건한 세트장에서 춤을 춘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쓰고 있던 면사포를 집어 던지고 더욱 파워풀하고 자유로이 춤춘다. 암흑의 공간, 여성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 절규하는 듯한 육성이 뒤엉킨 영상을 보고 있으면 압도당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몇 번을 돌려봐도 벅찬 전율이 느껴진다. |에디터 최은제

 

올해의 정체불명, 모임 별 <주인 없는 금>

모임 별 ‘친밀한 적들’ MV(<주인 없는 금> 선공개곡)

음악인지 소음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소리로 묘한 쾌감을 주는 음악들이 있다. 선정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올해는 이 분야 강력한 우승후보로 3년 만에 앨범을 낸 공중도둑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모임 별의 손을 들어 주기로 했다. 물론 이들의 정규앨범이 7년 만이어서는 아니다. 모임 별은 지난 2000년부터 음악, 영화음악, 디자인, 아트디렉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예술공동체다. 올해 발표한 2집 <주인 없는 금>에는 새소년 황소윤이 가세하며 언제나처럼 실험정신 가득한 이들의 앰비언트, 노이즈 사운드에 사이키델릭을 가미했다. 사실 이들 음악에 구태의연한 설명을 덧붙이는 건 도리어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들어보자. 그걸로 충분하다. 흐릿한 고속도로 이미지의 조각들을 엮은 ‘친밀한 적들’의 뮤직비디오는 비주얼 아티스트 김희천이 연출했다. |에디터 정병욱

 

올해의 퍼포먼스, 모지민X김해원

김해원 '불길' 앨범 발매 쇼케이스 라이브 비디오

올해 3월, 김해원이 자신의 이름으로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김사월X김해원 듀오로, <셔틀콕>, <소셜 포비아>, <피의 연대기> 등 작품의 영화음악 감독으로 활동한 지난 10년간의 시간을 응축한 앨범이다. 그는 앨범 발매 기념으로 상상마당과 벨로주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는데, 두 번의 공연에 모두 무용가 모지민이 퍼포먼서로 참여했다. 상상마당 공연 때 에디터도 그 자리에 있었다. 공간을 가득 메우는 광활한 사운드, 김해원의 절절한 보컬, 이 모든 걸 절제된 손끝과 발끝으로 아우르는 모지민의 퍼포먼스를 자리에 있던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봤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섬세하고도 특별한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에디터 최은제

 

올해의 댄스뮤직, NCT U ‘Baby Don't Stop’

NCT U ‘Baby Don't Stop’ MV

설명 길게 할 필요 있을까? 말 그대로 사람을 춤추게 하는 노래를 꼽았다. NCT U의 ‘Baby Don't Stop’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잘게 쪼개지는 비트, 둔탁한 드럼과 베이스 사운드, 보컬과 속삭임을 자유로이 오가는 목소리, 예상하지 못한 구간에 치고 들어오는 변주까지 지겨울 틈이 없다. 그러나 이런 곡에 어떤 퍼포먼스가 어울릴지는 언뜻 감이 오지 않는데, 태용과 텐의 무대가 완벽한 해답이 된다. 정교한 안무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부여해 춤추는 이들의 모습은 짜릿함을 안긴다. |에디터 김유영

 

올해의 마에스트로, 더 콰이엇

The Quiett ‘brrr (Feat. BRADYSTREET)’

더 콰이엇은 올해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가 <쇼미더머니777>에서 보여준 능력과 유머 감각도 인상적이었지만, 여기에선 9월 발매한 앨범 <glow forever>에 방점을 찍겠다. 한 시대를 풍미한 것은 되레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촌스러워지기 쉽다. 이미 성공을 맛봤기에, 그 방식 그대로 유지하려는 태도가 차라리 인지상정이니까. 하지만 더 콰이엇은 오래전부터 성공한 뮤지션이면서도 과거에 절대 묶이지 않는다. 대신 쌓아온 경험치를 지닌 채 새로운 고지를 밟아나간다. 거침없이, 그러나 우아하게. <glow forever>는 더 콰이엇의 음악성은 물론이고 그가 살아가는 태도마저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스타일과 사운드도 훌륭하지만, 앨범에 참여한 신예 뮤지션들에게 더욱 주목해야 한다. 제네 더 질라, Paul Blanco, BRADYSTREET, 병언…. 참신한 라인업은 이 앨범을 비범하게 만드는 동시에, 더 콰이엇이 끝없이 달라지는 힙합 신을 늘 주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더 콰이엇은 이 앨범으로 말하는 것 같다. 자신은 여전히 뭐든 두렵지 않은 플레이어이며,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는 마에스트로라고. |에디터 김유영

 

올해의 프로듀서, J.Flow

히피는 집시였다 ‘우리에겐’ MV

와비사비룸의 래퍼인 J.Flow의 프로듀서 활동은 많은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그가 손을 거치는 족족 멋진 음악이 완성되는 마법과 같은 프로듀싱 능력을 선보인 것. 그룹 동료였던 짱유의 독창적인 솔로 앨범 <KOKI7>은 물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최고의 R&B 앨범 중 하나로 꼽히는 히피는 집시였다의 <언어>, 소마의 EP 타이틀 ‘꽃가루’, 디뮤지움과 스페이스오디티가 진행한 전시 OST 프로젝트에서 오르내림과 함께 한 ‘여름비(Inspired by 비)’ 등. 그가 참여한 앨범 및 노래마다 인장처럼 새겨 넣은 달콤함과 우울한 낭만이 공존하는 몽환적인 비트는 그 어떤 뮤지션과도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에디터 정병욱

 

올해의 라이브 베뉴, 생기스튜디오

내부 전경, 출처 - 생기스튜디오 인스타그램

음악의 역사에는 역사적인 공연장이 함께 따라다닌다. 신촌 창천동 사거리에서 홍익대학교 정문까지 이르는 이른바 미술학원 길. 길가 한복판 2층부터 4층까지 미술학원뿐인 건물 5층에 떡 하니 생기스튜디오가 자리한다. 신세하, 장기하와 얼굴들의 키보디스트 이종민 등의 라인업으로 올해 3월 3일 첫 공연을 연 이래, 인디 팝, 록, 포크, 재즈, 일렉트로닉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2018년 ‘현재’를 대표할 만한 수많은 라이브 공연들을 펼쳐온 곳이다. 각종 개성 넘치는 공연이나 이벤트는 물론, 안에 들어섰을 때 와우산 방향을 바라보는 커다란 전면 창과 천장에 달린 미러볼, 높은 단이 없어 무대와 객석의 좁은 거리가 주는 이색적인 공간감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에디터 정병욱

 

올해의 연대, 오재환X람 ‘오랜 시간 동안’

변두리에 내몰린 누군가를 위로하고 속절없이 스러져가는 것들을 붙잡고자 하는 음악. 요즘 같은 세상에 이처럼 애틋하고 위안이 되는 음악이 있다. 이전에 사드 배치로 인해 고통받는 성주 소성리에서 두 장의 <새 민중음악 선곡집>을 발매했던 음악가들이 올해 초 다시 모여 시대와 뜨겁게 불화하는 13곡의 음악을 만들었다. 이번 앨범(<새 민중음악 선곡집 Vol.3 - 쫓겨나는 사람들>)은 무리한 강제집행으로 인해 가게주인이 손가락을 부분 절단당한 서촌의 가게 ‘궁중족발’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는 곧 일방적이고 부당한 건물주의 횡포와 법의 허점에 맞서려는 뜻있는 이들의 뜨거운 연대의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에 계속해서 참여하고 있는 뮤지션 오재환은 이번 앨범에서, 싱어송라이터 람(Ram)과 함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궁중족발 주인의 마음을 대변했다. 통통 튀듯 울려 퍼지는 전자음, 그 사이로 흐르는 람의 맑고 차분한 목소리가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것만 같다. 곡에 담긴 의미를 걷어내고 들어도 충분히 멋지고 사랑스러운 트랙이다. |에디터 최은제

 

올해의 내한, Suchmos와 never young beach

Suchmos ‘STAY TUNE’ Live, 출처 – 유튜브 건빵뮤직 GUNBBANG MUSIC
never young beach ‘お別れの歌 (이별의 노래)’, 출처 – 유튜브 나나

입소문 자자했던 아시아 밴드들이 한국을 많이 찾은 해였다. 태국 품 비푸릿, 대만 선셋 롤러코스터, 중국 차이니즈 풋볼 등 색깔 있는 음악을 하는 밴드가 여럿 내한했으며, 일본 밴드 서치모스와 네버 영 비치는 올해 8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네버 영 비치의 라이브엔 여유롭고 밝은 기운이 가득했고, 서치모스는 거친 에너지가 넘치는 연주로 그들을 향한 팬들의 기대를 확실히 충족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올여름은 혹독할 정도로 더웠다. 그 더위를 잊게 하는, 아니 더위와 너무 잘 어울리는 공연이었다고 하면 설명이 충분할까. |에디터 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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