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where>

2018ㅣ감독 Mélody Boulissièreㅣ5분

주인공이 어두운 방 안에서 인터넷으로 여행용품을 구매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남들이 다 가니까 덩달아 떠난 여행지, 붐비는 인파 속에서 주인공은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거리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여행자들과 쉴 새 없이 눌러 대는 카메라 셔터음으로 분주하다.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던 주인공은 손에 쥔 지도 어플을 끄고, 자신만의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젊은이들은 소득이 늘지 않아도 ‘힐링’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당장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만 들여다봐도 여행 사진이 줄을 잇는다. 수많은 젊음이 이런저런 이유로 비행기에 오른다. 고단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잘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확인받기 위해, 또는 남들이 다 가니까 덩달아 여행을 떠난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도 비슷한 연유로 여행을 간다. 그리고 여행길에서 예상치 못한 공허감을 마주한다.

자신만의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 주인공은 분주한 도심을 떠나 아무도 없는 자연으로 몸을 옮긴다. 작열하는 태양을 맞으며, 살갗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잘 익은 밀을 손으로 만지며 주인공은 비로소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유리 위에 그림을 그리는 페인트 온 글라스(Paint on Glass) 기법으로 표현한 인물과 풍경은 흐릿하고 모호하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요함과 편안함을 안긴다.

여행에 대한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단편 애니메이션은 프랑스 디자인 학교 ENSAD를 졸업한 Mélody Boulissière 감독이 만들었다. <Somewhere>는 그의 첫 단편 데뷔작으로, 유수의 영화제에 상영되어 수상 실적을 거뒀다.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된 지금, 스스로를 온전히 해방시키고 만족시켜주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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