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여행

미술시장에서 논란의 작가로 불리며 여러 가지 이슈를 만들었던 데미언 허스트가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도하에 있는 병원을 위해 만든 청동의 조각품 ‘기적의 여행’이 그것이다. 이 조각들은 여성의 임신 기간에 자궁 내 태아의 모습을 주기별로 조각한 것으로 조각 자체는 2013년에 이미 만들어졌으나 논쟁이 발생할 것을 걱정한 병원 측에서 병원 개원에 맞춰 오픈한 것이다.

‘기적의 여행’ 작품 via ‘news sky
‘기적의 여행’ 작품 via ‘news sky

 

걸프 지역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나라로 보이기를 원하는 카타르는 현대미술 구매에 매우 적극적이다. 데미언의 작품도 그 일환으로 산 것으로, 그의 작품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카타르 재단에서 구입했다. ‘기적의 여행’으로 명명된 14개의 조각들은 중동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전시된 나체 조각이다. 카타르 정부에서는 여성과 어린아이들을 위한 병원이라는 취지에 잘 맞는 조각이라고 흡족해하며 사람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별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해 데미언은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들’이라는 제목으로 베니스의 박물관 두 곳에서 전시를 하였다. 그 배경에는 기원전 4세기에 아피스토스라는 배가, 원래는 노예였으나 자유의 몸이 된 부유한 컬렉터인 시프 아모탄(Cif Amotan) 2세를 태우고 항해하다가 배에 있던 보물과 함께 인도양에서 침몰한다는 이야기가 깔려 있다. 그 후 2008년에 이 배를 발견한 데미언 허스트가 자신의 돈으로 인양하고 배에 있던 보물들을 재현했다는 게 전시의 스토리다. 물론 지어낸 얘기다. 하지만 전시된 작품과 그 규모에 사람들은 압도되고 놀란다. 실제로 조각된 작품들은 데미언이 청동이나 대리석으로 만들어 3년 전에 바닷속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전시한 작품들이다.

사진 - Andrea Merola/AP via ‘the Guardian
via ‘edition.cnn
전시를 위해 실제 바다에 넣었던 작품 via ‘An Aussie in Italy
via ’cellophane land
via ‘An Aussie in Italy
via ’cellophane land

 

데미언 허스트의 표절 논란

당대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데미언에게도 약점이 있다. 창조가 생명인 예술가에겐 치명적인 표절 논란이다. 아래 세 가지 비교 사진에서 보듯이 데미언 허스트는 사람들의 표절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같다. 결국 그는 올해 4월에 “나는 다른 사람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훔치기도 한다”라고 고백하였다. 그는 또 골드스미스 대학 시절 스승인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경이 “아이디어를 차용하지 말고 차라리 훔쳐라”라고 가르쳤다고 주장하였다. 남의 아이디어를 훔친 걸로도 모자라 스승의 명예까지 더럽힌 구차한 변명으로 들리는 말이다. 이제까지 쌓은 명성을 그나마 지키려면 지금이라도 본인의 아이디어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비아냥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counterpunch

왼쪽은 존 르케이의 1987년 작 <This is My body, This is My Blood>이고 오른쪽은 데미언 허스트의 2005년 작 <In the name of the father>이다.

이미지 출처 – stuckism

왼쪽은 존 르케이가 <캐롤라이나 사이언스> 카탈로그를 위해 만든 1992년 작 <이등분한 소>이고 오른쪽은 데미언 허스트의 2007년 작 <분리된 어미소와 송아지>이다.

이미지 출처 - stuckism

왼쪽은 역시 존 르케이의 1993년 작 <Spiritus Callidus>이고 오른쪽은 데미언의 유명 작품 <For the Love of God>이다.

 

 

메인 이미지 via ‘House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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