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1996)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로 평범함을 거부하는 독보적인 영화 스타일을 구축한 코엔 형제와 신생 영화사 안나푸르나(Annapurna)의 메간 엘리슨이 손잡은 첫 결과물이 나왔다. 웨스턴 앤솔러지 형식으로 서로 다른 캐스팅과 스토리로 제작한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영화다.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and Other Tales of American Frontier>라는 단편 서적을 읽는 형식으로, 국내에서는 <카우보이의 노래>라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제목으로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원래 TV 편성용으로 제작되었으나, 6편 모두 이어서 봐야 한다는 형제 감독의 주장에 따라 앤솔로지 영화 형식으로 바꿨다.

<카우보이의 노래> 예고편

네오 누아르를 선도하는 코엔 형제답게 이 영화 또한 전통적인 서부영화의 상투성을 많이 벗어난다. 여섯 편의 단편 영화에는 기타를 치고 노래하며 유랑하는 총잡이, 억세게 재수 없는 은행강도, 배우 하나에 의존해 유랑하는 극단, 광활한 자연에서 홀로 금맥을 캐는 노인, 집단 이주 도중 오빠를 잃고 무일푼이 된 여성 그리고 다섯 명의 역마차 승객이 등장한다. 이는 서부활극의 로맨스나 영웅담과는 거리가 멀고, 힘들고 고단한 서부 개척 시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상을 그린다. 모두 코엔 형제가 쓴 이야기로, 올해 9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최우수 극본상으로 첫 수상 소식을 알렸다.

<카우보이의 노래> 예고편 2

앤솔로지 형식이다 보니 주목해야 할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두 번째 <Near Algodones>에는 최근 성추행으로 논란에 휩싸인 제임스 프랑코가 등장하고, 세 번째 <Meal Ticket>에서 리암 니슨과 함께 사지 없는 역할로 등장하는 배우는 <해리 포터>(2001)에서 아역 ‘더들리’를 연기했던 해리 멜링(Harry Melling)이다. 아역을 맡을 당시에는 퉁퉁한 모습이었으나 성인이 되며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다.

<해리 포터>에 더들리로 출연한 해리 멜링

<All Gold Canyon>에서 혼자 황량한 자연에서 금맥을 찾는 노인은 다름 아닌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톰 웨이츠(Tom Waits)다. 마지막 <The Mortal Remains>에서 역마차의 유일한 여성 승객으로 등장하는 타인 달리(Tyne Daly)는 여섯 개의 에미상을 탔으며 다수의 연극 출연으로 토미상을 받은 명배우인만큼 주목해서 봐도 좋을 것 같다.

주제곡 ‘When A Cowboy Trades His Spurs For Wings’

영화는 로튼 토마토 92%의 평점과 함께 서서히 평단의 호평을 얻고 있다. 영웅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득한 영화관에서 TV 시장으로의 진입을 노리는 안나푸르나의 메간 앨리슨과 코엔 형제, 그리고 가치 있는 영화에의 투자로 안방 영화시장을 평정하려는 넷플릭스의 이해관계가 들어맞는 영화임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단편은 달콤하고, 어떤 단편은 황량하고, 다른 단편은 쾌활하지만, 여섯 편 모두 보석”이라는 <Polygon>지의 논평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