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거윅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볼수록 정이 가는 캐릭터. 무엇보다 그는 본인과 어울리는 배역을 골라 천연덕스럽게 소화할 줄 아는 배우다.

1983년생, 올해로 만 34살인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제는 ‘뉴욕을 다룬 영화’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배우가 됐다. 사실 그는 연기 말고도 각본과 연출을 겸하는 헐리웃의 만능 엔터테이너다. 미국 버나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극작가를 꿈꿨고, 영화 <LOL>(2006)에서 단역을 맡으며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각본을 쓴 <한나 테이크스 더 스테어즈>(2007)와 첫 연출작 <나이트 앤 위켄드>(2008)의 반응은 미미했다. 하지만 조연을 맡은 영화 <그린버그>(2010)를 계기로 노아 바움백 감독과 연인이 되었고, <프란시스 하>(2012) 각본을 함께 작업하며 이 영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로라 버서스>(2012), <에덴: 로스트 인 뮤직>(2014), <더 험블링>(2014), <미스트리스 아메리카>(2015) 같은 영화로 그만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줬다. 제64회 베를린영화제에서는 크리스토퍼 왈츠, 양조위 같은 유명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 그레타 거윅이 조 스완버그와 공동 각본/연출을 맡고 주인공으로 등장한 <나이트 앤 위켄드>(2008). 영화는 장거리 연애를 하는 커플의 고난을 그렸다
▲ 그레타 거윅은 우디 앨런 감독의 <로마 위드 러브>(2012)에 출연하기도 했다. 극 중 ‘잭’(제시 아이젠버그)의 여자친구이자 ‘모니카’(엘렌 페이지)의 절친한 친구 '샐리'로 등장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레타 거윅이 각본을 쓰거나 출연한 작품들은 공통점이 많다. 오는 1월 25일에 개봉하는 <매기스 플랜>도 예외는 아니다. 힌트를 주자면 영화의 배경이 전 세계 여성들의 워너비 도시인 ‘뉴욕’이라는 점. 그가 맡은 인물들은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이라는 점. 한편으로 꿈과 현실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꼭 내 얘기인 것만 같은 거윅의 영화들을 <매기스 플랜>과 함께 소개한다.

 

<프란시스 하>

Frances Ha │2012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그레타 거윅, 믹키 섬너

<프란시스 하>는 그레타 거윅이 노아 바움백 감독과 처음으로 각본을 함께 쓴 영화다. 주인공 '프란시스’(그레타 거윅)는 무용수로 성공해 세계를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 없는 평범한 연습생 신세다. 영화는 발랄하고 유쾌하면서도 어딘가 짠한 구석이 있는 프란시스가 홀로서기 하는 과정을 담았다. 주목할 점은 당시 스물일곱 살이던 그레타 거윅이 본인의 경험을 녹여 스물 일곱 ‘프란시스’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했다는 것. 어린 시절 발레를 배운 경험과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들과 함께 살았던 일화, 배우가 되기까지 방황했던 지난날을 고스란히 녹인 ‘프란시스’는 젊은이들의 꿈과 현실을 대변한다. 우울한 현실을 뒤로하고 흑백 화면 너머 뉴욕의 이곳저곳을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프란시스를 보고 나면 그레타 거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같은 매체가 ‘2013년 미국 최고의 인디 영화’로 뽑았으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올해의 영화 TOP 10'에 꼽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프란시스 하> 예고편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Mistress America│2015│감독 노아 바움백│출연 그레타 거윅, 롤라 커크

<프란시스 하>의 3년 뒤 모습이라고 해도 좋다. 달라진 게 있다면? 꿈을 좇던 27살 아가씨에서 성공한 30살 커리어 우먼이 되었다는 점. 여기에 쉴 새 없는 수다와 활력이 더해졌다.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는 스무 살 새내기 대학생 ‘트레이시’(롤라 커크)가 뉴욕에 사는 의붓언니 ‘브룩’(그레타 거윅)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레타 거윅은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큼 바쁘고 화려한 인생을 살아가지만 속은 허세로 가득 찬 인물 ‘브룩’을 연기했다. 사실 브룩은 이 영화가 아닌 다른 이야기의 조연 캐릭터였다고 한다. 원래는 여러 가지 일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기꾼 캐릭터였지만, 우연히 그레타 거윅이 이 인물을 흉내내는 모습을 보고 노아 바움백 감독은 허영심 많은 여성 캐릭터로 바꿔 영화를 만들었다고. <프란시스 하>에 이어 두 번째로 공동 각본을 쓴 노아 바움백, 그레타 거윅의 더욱 맛깔스러운 대사와 호흡을 엿볼 수 있는 영화. 한층 더 능청스러워진 연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레타 거윅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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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스 플랜>

Maggie's Plan│2015│감독 레베카 밀러│출연 그레타 거윅, 에단 호크, 줄리안 무어

누군가와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언뜻 보면 평범한 연애 공식을 따르는 영화 같지만 <매기스 플랜> 앞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결혼 이후의 이야기가 본격적인 시작이고, 유별난 캐릭터들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레타 거윅은 아이는 갖고 싶지만, 결혼은 원치 않는 감성파 뉴요커 ‘매기’를 연기했다. 좋은 직장에 좋은 친구를 두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던 ‘매기’는 우연히 소설가를 꿈꾸는 대학교수 ‘존’(에단 호크)을 만나 처음으로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그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평범한 가정을 꾸리지만 이후 남편의 변해가는 모습에 뜻밖의 계획을 세우는데.

<안젤라>(1995), <퍼스널 벨로시티>(2002) 같은 작품에서 여성의 삶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레베카 밀러 감독은 ‘매기’의 순수함과 천진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단번에 그레타 거윅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레타 거윅은 감독과 촬영 1년 전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매기’라는 캐릭터를 함께 만들어 나갔다. 그는 매기가 입을 옷을 함께 쇼핑하거나, 매기가 좋아할 만한 물건을 발견하면 감독에게 직접 가져다주기도 했을 만큼 캐릭터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예측 불가능하고 복잡한 현대인의 사랑을 달콤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매기스 플랜>. 에단 호크, 줄리안 무어 같은 실력파 배우들 사이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그레타 거윅의 연기력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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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그레타 거윅의 행보  

▲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준 영화 <워너독>과 <우리의 20세기> (아래)

올해는 그레타 거윅이 네편의 개봉작에 등장하며 더욱 빛나는 한 해가 되었다. 먼저, <매기스 플랜>과 같은 날 개봉한 영화 <재키>에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나탈리 포트만) 보좌관 역할로 출연하였다. 닥스훈트와의 교류를 통해 영감을 얻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워너독>에서는 주인공 ‘돈 워너’ 역으로, 마이크 밀스 감독의 차기작 <우리의 20세기>에서는 아네트 베닝, 엘르 패닝, 왈리드 주에이터, 빌리 크루덥 같은 배우들과 함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그는 현재 두 번째 연출작 <레이디 버드>를 만들고 있다. 영화에는 <브루클린>(2016)의 여주인공 시얼샤 로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니메이션 <아일 오브 독스>에도 스칼렛 요한슨, 틸다 스윈튼 등과 함께 출연한다. 그의 전성기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 

아래는 <우리의 20세기> 예고편이다. 그레타 거윅이 안 보인다고? 놀라지 마라. 빨간 머리(숏컷)를 한 여인이 바로 우리가 찾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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