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코미디란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장르를 일컫는다. 블랙 코미디는 즐거움이라는 감정 외에 분노, 씁쓸함 등 다른 감정들을 동시에 유발한다. 사회 부조리와 모순들을 비판하고 풍자함으로써 어딘가 불편하지만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특유의 아이러니한 매력 때문에 시대를 불문하고 지금껏 사랑받아온 장르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민감한 주제들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할 말은 하는 이들’이 있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들은 불편한 만큼 통쾌한 현실 인식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왜냐하면 그들의 작품은 블랙코미디를 통해 한국 자본주의 속 ‘을’들의 열혈 생존극을 다루기 때문이다. 사회를 향해 할 말이 좀 많은 당신이라면 블랙 코미디가 알려주는 생존 법칙을 터득해 보는 것은 어떨까?

 

1. 조자까가 알려주는 생존 법칙. 같이 모여 공감하고 위로하자

2018년 10월 8일자 제보 캡처. 출처- 조자까 인스타그램

<폭언일기>는 조자까가 피키툰과 인스타그램에서 연재 중인 웹툰이다. 고막 때리는 직장 상사의 폭언과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들을 때마다 고통받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재치있게 표현한다. 특히, 상사의 폭언과 만행에 견디지 못하고 귀에서 피를 쏟는 장면은 조자까의 ‘시그니처 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장면을 보면 저절로 감정 이입이 되는데, 어쩐지 피를 나눈 형제를 보는듯한 짠한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 분노 유발의 직장생활을 몸소 겪고 있는 직장인들의 제보와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재구성한 조자까의 <폭언일기>는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도 그럴 것이 권력과 직위를 남용하여 저지르는 상사들의 만행은 하나같이 다 ‘못났다’.

2018년 9월 17일 조자까의 <폭언일기> 중
2018년 9월 22일 조자까의 <폭언일기> 중

조자까의 <폭언일기>는 현실 사회의 축소판과 같은 직장 생활 그리고 직장 내 꼰대들의 ‘향연’을 재치있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지만 절대 조언하지 않는다. 대신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되지만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듯 ‘을’의 입장을 대변하여 같이 모여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같이 모여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 동시에 급변하는 세상에도 좀체 바뀌지 않는 상사의 정제된 가치관에 변화를 일으키고자 내딛는 첫 스텝이 될 것이다.

 

2. 신동엽이 알려주는 생존 법칙. 흙먼지 날리는 거친 우리의 삶에도 가치는 있다

tvN <빅 포레스트>포스터

2018년 방영한 tvN 불금 시리즈 <빅 포레스트>는 유쾌하지만 ‘짠 내 나는’ 스토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업 실패, 음주운전으로 몰락한 연예인 ‘신동엽’과 굴욕 범벅 일상이지만 딸에게만큼은 떳떳하고 싶은 초보 사채업자 ‘정상훈’의 웃픈 대림 생존기를 그린다. 능력이 부족하여 또는 불운하여 거친 비포장도로 인생길에 들어서 버린 이 두 캐릭터는 가꾸지 않아 투박하지만,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고 살아남는 삶을 보여준다.

tvN <빅 포레스트> 캐릭터들

채무자로 전락하여 사채업자들의 독촉에 자살까지 시도하려 했던 신동엽과 소심하고 순박한 성격에 채무자를 독촉하기는커녕 끌려다니는 소심하고 순박한 성격의 정상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삶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좌충우돌 대림 생존기는 씁쓸하고 애잔하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생에 대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처절한 그들의 인생에도 삶은 존재하고 그 삶을 영위하려는 의지 또한 강하다. 포기를 모르는 그들의 오프로드 인생 생존기는 보는 이에게 묘한 희망을 선사한다.

 

3. 유병재가 알려주는 생존 법칙. 덕목을 키워 ‘건강한 반란’을 일으키자

코미디언 겸 방송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유병재. 그는 넷플릭스와 협업해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형태로 지난해 이틀간 스탠드 업 코미디 공연(<유병재: 블랙코미디>)을 진행했고, 올해 4월 29일 <유병재: B의 농담> 블랙코미디 시리즈를 내놓았다. 유병재는 정치,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소재를 풍자하며 부조리 가득 찬 현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대처 방법들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유병재 : 블랙코미디> 포스터

첫 번째 공연 <유병재: 블랙코미디>에서 그는 “그래도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인상 깊은 대사로 오프닝을 선보인다. 유병재는 이어 ‘세상이 나쁜 건 어쩌면, 내가 나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자기반성의 주제를 바탕으로 그만의 블랙코미디를 정의 내린다. 사회 부조리를 지적하기 이전에 내가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한번쯤 의심해보는 성찰의 태도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유병재 : B의 농담> 포스터

이어 두 번째 공연 <유병재: B의 농담>에서 그는 2018년 한국 사회에 현존하는 가장 큰 문제점을 특유의 신랄한 풍자를 통해 지적한다. 그는 가장 먼저 ‘성급한 일반화’로 인한 배척에 대해 꼬집는다. 상대방을 대할 시간과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고 편할 대로 타인을 정의 내리는 성급함으로 인한 존중의 부재는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되는 우리의 사회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병재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이전에 우리가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해 역설적인 조언의 메시지를 남긴다.

tvN <SNL 코리아> 중

유병재의 <블랙코미디> 시리즈, 조자까의 <폭언일기>, 신동엽의 <빅 포레스트>. 이들은 ‘블랙 코미디’라는 웃픈 농담으로 고달픈 우리의 삶을 공감하고 위로한다.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바로잡기에는 너무나 무력한데다 ‘제 코가 석 자’인 우리들에게 위 작품들은 뒷맛이 씁쓸한 웃음을 전달한다. 그러나 그들이 선사하는 웃음 뒤에는 ‘생존 법칙’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꼭 잘 닦인 탄탄대로를 달려야만 인생인가. 거칠고 투박한 길에도 삶은 존재하고 삶을 영위하려는 의지가 있는 이상 우리네 인생에도 가치가 부여될 것이다.

유병재, 조자까, 그리고 신동엽. 그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역설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고통을 감내한 후 마침내 상실마저 받아들이는 생존 법칙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메인 이미지- 조자까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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