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엄마의 사진첩을 들춰본 기억이 있다면, 아래 사진들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산, 호수, 폭포 등 유명 관광지를 배경으로, 저마다 약속이나 한 듯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찍은 사진들은 모두 부모님의 옛 앨범에서나 발견할 법한 이미지들이다. 스프레이로 한껏 세워 올린 머리나, 어깨 패드를 잔뜩 넣은 오버사이즈 재킷, 과장된 메이크업은 촌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순수하고 친근한 기분을 불러온다.

출처- MARRKNULL 인스타그램
출처- MARRKNULL 인스타그램
mood board of AW18. 출처- MARRKNULL 인스타그램

2016 년 중국 베이징에서 설립한 패션 브랜드 ‘MARRKNULL’은 올해 3월, 이러한 옛 앨범 속 여행 사진에서 영감받은 AW18 컬렉션을 공개했다. ‘Countryside Of China‘, 중국의 시골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번 컬렉션은 중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패션 코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치파오의 실루엣이나 단추 디테일을 차용한 복고풍 의상, 땋은 머리, 옛날 보온병 등 아날로그적인 패션 아이템들은 흥미로운 감상을 안긴다.

MARRKNULL AW18 룩북. 출처- MARRKNULL 인스타그램
MARRKNULL AW18 룩북. 출처- MARRKNULL 인스타그램

성별의 경계를 허문 젠더리스 룩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프릴이 달린 블라우스나, 고무 소재의 투명 샌들, 핸드백 등 여성들의 꾸밈으로만 여겨지던 아이템들을 남성룩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남녀 누가 입어도 어색할 것 없는 멋스럽고 섬세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MARRKNULL AW18 룩북. 출처- MARRKNULL 인스타그램

MARRKNULL은 중국의 명문 패션스쿨(北京服装学院, BIFT)을 졸업한 Wang Wei와 건축학을 전공한 Shi Tian이 의기투합해 만든 패션 브랜드다. 이들은 잘 만든 디자인, 예술적 가치를 담은 의류들을 선보임으로써 ‘Made in China’가 적혀 있는 라벨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 즉 퀄리티와 안전성이 떨어지는 제품이라는 인식의 흐름을 바꾸고자 한다. 갓 시작한 신생 브랜드에게 자기만의 올곧은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건 매우 중요한 일. MARRKNULL의 앞으로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자.

MARRKNULL 2019 봄/여름 컬렉션. 오프닝 곡으로 덩리쥔의 ‘월량대표아적심’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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