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오니어라 칭송되던 많은 재즈 스타들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일 나이에 아깝게 생을 마감했다. 찰리 파커는 35세, 클리포드 브라운은 26세, 에릭 돌피는 불과 36세의 이른 나이에 사망 기사가 나오며 열성적인 재즈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들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또 한 명의 재즈 파이오니어가 역시 이른 나이인 43세에 갑자기 찾아온 심장마비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채 타계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 올리버 넬슨(Oliver Nelson, 1932~1975)보다 1961년의 재즈계를 강타한 앨범 <The Blues and the Abstract Truth>(1961)로 그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이 앨범은 현대 재즈의 출발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앨범으로 인정된다.

<The Blues and the Abstract Truth>에 수록한 명곡 ‘Stolen Moments’

이 앨범에 수록한 곡 ‘Stolen Moments’는 지금까지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리바이벌되고 가사를 삽입한 노래로 불리기도 한 재즈 클래식이다. 당시 최고로 평가되던 재즈 뮤지션으로 구성된 콤보에 의해 녹음되어 더욱 유명세를 탔는데, 프레디 허버드의 트럼펫, 에릭 돌피의 플루트, 올리버 넬슨의 테너 색소폰, 빌 에반스의 피아노 솔로를 차례로 들을 수 있다. 특히 당시 23세의 신예였던 프레디 허버드의 트럼펫 솔로는 그의 생애 최고의 연주로 평가된다.

전작의 성공에 편승한 <More Blues and the Abstract Truth>(1964)에서 올리버 넬슨은 연주를 하지 않은 채 작곡가 겸 어레인저(Arranger)로 남는다

올리버 넬슨은 세인트 루이스의 음악적인 가정에서 어린 시절 피아노와 색소폰을 배웠고 10대 시절부터 직업적인 연주에 나선 음악 신동이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일본에 주재하면서 생애 최초로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현대 음악을 듣고 작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진정한 현대 음악을 처음으로 들었죠. 흑인이 공연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르던 시기였죠. 모든 음악이 베토벤이나 브람스와 비슷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깨달었어요. 그때 작곡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는 귀국 후 고향의 워싱턴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여, 재즈계에서 테너 색소포니스트뿐만 아니라 작곡가 겸 어레인저로 이름을 떨쳤다. 1967년에는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할리우드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음악 일을 했다. 그 중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는 <6백만 달러의 사나이>, <형사 콜롬보> 그리고 이소룡이 출연했던 <롱스트리트>를 꼽을 수 있다.

올리버 넬슨의 유작이 된 드라마 <6백만 달러의 사나이> 주제곡

원래 일벌레였던 그는, 할리우드의 악명높은 창작 스케줄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재즈 콤보와 오케스트라 일을 하면서 별도로 드라마 <6백만 달러의 사나이> 주제곡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레코딩을 진행하던 그는, 동료들의 권유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으로 가던 도중 갑자기 심장마비가 찾아왔다. 후일 재즈 플루티스트가 된 그의 아들에 의하면, 몇 해 전 아프리카 연주 도중 말라리아에 걸리면서 건강과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였으며, 그간 축적된 과로로 인해 쇼크를 견뎌내지 못하고 바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델로니어스 몽크와 함께 있는 올리버 넬슨(우)

신문의 부고 기사에서 그는 작곡가, 재즈 어레인저, 밴드 리더, 재즈 교육가로 소개되었지만, 젊은 시절에는 부드러운 블루스 감성의 테너 색소포니스트였다. 33세에 총기사고로 단명한 전직 경찰 비브라포니스트 렘 윈체스터(Lem Winchester)와 함께 한 앨범 <Nocturne>(1960) 중 부드러운 연주로 유명한 두 곡을 뽑았다. 그에게 좀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퀸시 존스와 쌍벽을 이루는 프로듀서나 영화음악가의 위상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Nocturne>(1960)에 수록한 ‘Azur’te’
<Nocturne>(1960)에 수록한 ‘Man with a H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