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찍은 사진. 아니, Jane과 Kimiko, Nonna를 찍은 사진을 소개한다. 이들이 모델이자 피사체가 된 아름다운 사진을 함께 보자.

 

Jane

Nikki Krecicki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의 호수 마을에 살던 때 사진을 찍기 시작했으며, 이후 그의 작업은 그가 익숙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광경을 포착하는 일로 이어졌다. Nikki Krecicki는 <보그> <얼루어> 등 세계적인 매거진과 작업하거나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화보를 촬영하면서도, 마치 오래된 유화처럼 적요한 분위기를 풍기는 개인 작업 역시 꾸준히 해왔다. 그중 더욱 눈에 띄는 건 약 4년 전부터 진행 중인 <Jane & I> 시리즈. 사진가는 이 작업을 통해 자신의 91세 할머니 ‘Jane’의 여러 모습을 담는다.

Jane in Jacquemus, 2 days after her 90th birthday. 출처 - Nikki Krecicki 텀블러 
Jane at the end of May. 출처 - Nikki Krecicki 텀블러 

키가 크고 마른 Jane은 언제나 자신의 큰 키를 자랑스러워하며 이를 강조하는 옷을 입어왔다. 또한 여성은 치마를 착용해야 한다고 여겨지던 시절에도 바지를 입는 등 여러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평등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써 옷을 활용하기도 했다. 지금도 Nikki Krecicki와 Jane은 <Jane & I> 시리즈를 통해 ‘나이에 맞는 옷차림’과 같은 관념을 지우려 한다. 이 시리즈 속 Jane은 다채롭고 근사한 옷을 걸친 편안한 모습이다.

My grandmother Jane in the humid July air up on i-D magazine. Anderson Osmun의 옷을 입은 모습. 출처 - Nikki Krecicki 텀블러 
My grandmother Jane in the humid July air up on i-D magazine. Anderson Osmun의 옷을 입은 모습. 출처 - Nikki Krecicki 텀블러 

올여름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의 졸업작품 컬렉션과 협업한 사진들이 특히 아름답다. Jane은 Anderson Osmun, Rachel Lee, Jeremy Woods라는 세 명의 젊은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을 입고 손녀의 카메라 앞에 섰다. 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차림, 인위적이지 않은 풍경 속 Jane의 모습은 신비롭고 따스한 감상을 안긴다.

Rachel Lee의 옷을 입은 모습. 출처 - Rachel Lee 인스타그램 
Rachel Lee의 옷을 입은 모습. 출처 - Rachel Lee 인스타그램 
 
참고문서 i-d 


Nikki Krecicki 홈페이지
Nikki Krecicki 인스타그램 

 

 

Kimiko Nishimoto

일본에 사는 89세의 ‘Kimiko Nishimoto’가 사진에 재미를 붙인 건 72세 때, 그의 아들이 가르치는 사진 초급반 수업을 들으면서부터였다. 사진에 푹 빠진 Kimiko Nishimoto는 스스로 피사체가 된다. 그는 사진의 컨셉을 구상하고 소품을 준비할 뿐 아니라 직접 모델이 되어 새롭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해냈다.

출처 – Kimiko Nishimoto 인스타그램 
출처 – Kimiko Nishimoto 인스타그램 

Kimiko Nishimoto는 자신이 유머와 농담을 사랑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야말로 유쾌한 사진을 찍고 있다. 포토샵을 활용하여 기상천외한 효과를 삽입하는 건 약과. 직접 쓰레기봉투에 들어가거나 별난 소품을 착용하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출처 – Kimiko Nishimoto 인스타그램 
출처 – Kimiko Nishimoto 인스타그램 

Kimiko Nishimoto의 첫 개인전은 2011년 그가 사는 도시 구마모토에서 열렸다. 이후 진심과 열정이 담뿍 담긴 작품들은 점점 더 입소문을 타게 되고, 마침내 지난해엔 도쿄에서도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의 이름은 <遊ぼかね>, 한국어로 번역하면 “놀아버리자!”와 비슷한 뜻이라고. Kimiko Nishimoto는 말 그대로 ‘좋아서 하는 일’이 얼마나 빛나고 사랑스러운지를 증명하는 아티스트다.

출처 – Kimiko Nishimoto 인스타그램 

 

Kimiko Nishimoto 인스타그램 

 

 

Nonna

Gaia Squarci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미국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는 사진가이자 영화 촬영 감독이다. 그는 예술과 포토저널리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작업하는데, 이러한 특징은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보그> 등 다양한 성격을 가진 매체에 실린 사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개인 작업 역시 기록과 예술 사이 어디쯤 자리해 독특한 기운을 풍긴다. 특히 사진가의 할머니 ‘Nonna’가 암으로 세상을 뜨기 전, 그와 함께하며 찍은 시리즈 <MY GRANDMOTHER’S LAST MONTHS> 속 사진은 티 없이 정결해 보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을 건드리는 힘을 품었다.

Nonna. 출처 - Gaia Squarci 홈페이지 
Nonna. 출처 - Gaia Squarci 홈페이지 
Nonna. 출처 - Gaia Squarci 홈페이지 

Nonna는 유방암을 두 번이나 이겨낼 만큼 강인했다. 그러나 생의 막바지에 간암이 찾아왔을 때, 그는 죽음을 예감하고 삶을 정돈하며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손녀 Gaia Squarci는 그런 Nonna의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Nonna는 종종 벌거벗은 채 카메라 앞에 섰고, 뚜렷한 병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사진 속 그에게선 조금의 부끄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Nonna의 눈빛과 몸짓은 삶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신뢰만을 드러낸다.

Nonna. 출처 - Gaia Squarci 홈페이지 
Nonna. 출처 - Gaia Squarci 홈페이지 

사진가는 할머니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기록했다. Nonna를 둘러싼 평범한 사물, 가족과 그의 관계, 심지어는 곤히 잠든 모습까지도. Nonna의 사진들은 세월의 흐름과 소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Nonna가 쓰던 물건. 출처 - Gaia Squarci 홈페이지
Nonna. 출처 - Gaia Squarci 홈페이지 

 

Gaia Squarci 홈페이지
Gaia Squarci 인스타그램 

 

메인 이미지 출처 - Nikki Krecicki 홈페이지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