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난 괜찮은 걸까?’ 요즘같이 더운 여름밤엔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날밤 새우기 딱 좋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고민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사실 지금 나도 그래요’라는 따뜻한 공감이 절실하다. 지금 내가 찍고 있는 수많은 물음표에 해답을 주진 못하지만 잠시 쉼표를 찍어줄 웹툰들이 있다. 꼭 내 얘기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일러스트 감성 속에 쏙 넣은 작품들. 파스텔 톤의 색감, 아기자기하고 단순한 그림체, 그리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듯한 일러스트레이션 속에 담긴 주인공들의 삶을 읽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지도 모른다.

 

1. <1인용 기분>

웹툰 <1인용 기분> 타이틀 페이지

오롯이 나 혼자 있을 때만 몰려오는 감정들이 있다. 그 기분은 몇 가지 단어로 설명하기 힘들어 다른 누구와도 나누기가 어렵다. 웹툰 <1인용 기분>은 나 혼자서만 느낄 줄 알았던 1인용의 기분을 담백한 언어와 파스텔 톤의 색색깔에 담아낸다.

웹툰 <1인용 기분> 23화 ‘놓아주다’ 중

<1인용 기분>은 작가가 자신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과 경험담을 풀어놓은 작품이다. 작가는 일, 관계, 사랑, 행복 등 우리에게 이상야릇한 기분을 남기는 굵직한 물음들에 대해 고민하다 그 나름대로 얻은 ‘온점’들을 담백한 화법으로 전한다. 문학 전공이기도 한 작가의 문체는 어딘가 묵직해 뜻을 곱씹게 하면서도 그림체는 연분홍과 파랑색 위주의 색감으로 아기자기한 인상을 준다.

웹툰 <1인용 기분> 23화 ‘놓아주다’ 중

특히 작가가 한 출판사의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며 겪은 갈등과 퇴사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까지의 경험담은 막 사회초년생이 된 ‘어른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어릴 적 꿈꿔왔던 나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고 포기해야 할 것이 늘어날 때, 아무도 잘 포기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아 혼란스러움만 가득할 때. 그렇게 불안감이 가득 찬 우리에게 작가는 때로는 놓아주는 일이 잡는 일보다 중요하다고 속삭인다.

웹툰 <1인용 기분> 23화 ‘놓아주다’ 중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위로가 필요할 때엔 <1인용 기분>을 꺼내 보자. 내 일기장 한 귀퉁이에 쓰여 있을 것 같은 글귀들과 몽글몽글한 그림들을 보다 보면, 스스로를 토닥거리며 고민에 쉼표를 찍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 <옥탑빵>

웹툰 <옥탑빵> 프롤로그 중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의 옥상에 고소한 향기가 퍼지는 조용한 빵집이 있다면 어떨까? 부드러운 식빵과 달달한 케이크 냄새가 가득한 빵집을 저녁에 들른다면 지쳤던 하루도 조금은 더 향긋해지지 않을까. 웹툰 <옥탑빵>은 이처럼 동화 속에 튀어나올 법한 가게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고 소소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웹툰 <옥탑빵> 1화 ‘오늘의 케이크’ 중

‘옥탑빵’은 주인공 ‘지영’이 33세가 되던 해에 회사를 그만두고 차린 빵집이다. 회사에 다닐 적 지영은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던 퇴근길에 베이커리에 들러 케이크 한 조각을 사는 것으로 하루의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이젠 그때 그 케이크 한 조각처럼 손님들에게 작은 위로를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빵을 굽는다. 비록 주위 사람들은 지영을 말리기도 하고, 가게 장사가 잘될 리 없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그의 소박하고 단단한 진심은 지영이 만든 빵 냄새처럼 손님들과 독자들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든다.

웹툰 <옥탑빵> 11화 ‘물음’ 중

한편 <옥탑빵>에는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니다. 지영은 빵집을 운영하는 내내 자신이 맞는 선택을 한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흔들린다. 그리고 빵집에 찾아오는 지영의 친구들도 저마다의 고민을 품고 온다. 일, 육아, 연애 등 우리 세대 20~30대 여성들이라면 한 번쯤 앓아 봤을 현실적인 고민들 말이다.

출처 <옥탑빵> 작가 인스타그램

<옥탑빵>은 독자들에게 그 고민들에 대한 답을 내려 주기 이전에 고소한 빵을 차려준다. <옥탑빵> 속 인물들처럼 우리도 빵 한 입 먹고 일상을 차분히 버텨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집에 돌아오는 저녁, 지친 하루에 위안을 받고 싶은 날이면 크레파스로 칠한 옥상 위 빵집으로 놀러 가보자. 그곳에서 <옥탑빵> 한 입을 베어물면 지쳤던 심신에 소소한 행복을 선물해줄 수 있을 것이다.

 

3. <홍차 리브레>

웹툰 <홍차 리브레> 타이틀 페이지

<옥탑빵>이 달달하고 고소한 빵과 같았다면 이 웹툰은 홍차처럼 조금 더 쌉사름한 맛의 이야기를 다룬다. <홍차 리브레>는 각자 자신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 세 명의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7년 사귄 남자친구의 카페에서 파티시에로 일하고 있는 차분한 성격의 ‘소보리’. 웨딩드레스 숍에서 드레스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는 ‘홍차영’. 털털하고 솔직한 입담에 유능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구슬아’. <홍차 리브레>는 개성이 뚜렷한 3명의 주인공이 일상을 보내고, 좌절하고, 아픔을 나누며 위로를 얻는 평범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웹툰 <홍차 리브레> 1화 ‘머무르다’ 중

이들이 펼치는 인생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름처럼 개성이 뚜렷하지만, 또 한편으론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아픔과 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7년 사귄 남자친구와 소원해지며 힘들어하고, 웨딩드레스를 만들며 자신은 언제쯤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속상해하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방음조차 되지 않는 집에서 살아가고.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 때문에 힘들어하는 셋의 모습은 우리네 삶의 모습과도 참 닮았다.

웹툰 <홍차 리브레> 1화 ‘머무르다’ 중

<홍차 리브레>는 하이퍼리얼리즘에 가까운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다루지만 정작 그림체는 사실적이기보단 단순하고, 정교하기보단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하다. 거칠고 단순한 펜 선과 알록달록한 색감의 일러스트레이션은 그 속에 담긴 씁쓸한 감정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렇지만 이 쓴맛을 따뜻한 일러스트 속에 녹여내니 마치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홍차를 마시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에게 솔직한 위로를 들으며 마냥 주저앉아 울고 싶은 날이 있다면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홍차 리브레>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출처 <홍차 리브레> 작가 인스타그램

 

Writer

소소한 일상을 만드는 주위의 다양한 것들을 둘러보길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이야기’들엔 사람들의 일상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믿음을 갖고 공연, 영화, 책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소개해,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화예술 큐레이터가 되길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