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중심이 되는 ‘음악영화’가 주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다. 공연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극 영화도 있고, 특정 음악 장르나 작품을 다큐멘터리로 접근한 영화도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117편의 다양한 음악영화를 선보인다. 이번 축제에서는 특히 유명한 실존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영화들이 시선을 끈다. 팝, 록, 포크, 힙합, 재즈, 클래식 등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음악이란 아름다운 예술을 향해 나아가는 뮤지션들의 모습이나 그들을 추억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이 영화들 덕분에 그동안 음악을 통해서만 알던 뮤지션들을 보다 가깝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8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마이클 잭슨 따라잡기>

Al Sheikh Jackson, Sheikh Jacksonㅣ2017ㅣ감독 아므르 살라마ㅣ출연 마게드 엘 케드와니

이 작품은 이집트의 영화감독 아므르 살라마(Amr Salama)가 연출한 극 영화로, 2009년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을 듣고 패닉에 빠진 이슬람 종교지도자에 관한 이야기다. 감독은 과거 ‘잭슨’이라 불렸던 주인공이 팝스타의 사망 후에 겪는 혼란을 코믹한 드라마로 담아냈다. 팝의 황제와 이슬람 성직자,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일까? 설정에서부터 흥미를 끄는 이 영화는 국제경쟁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섹션의 상영작이다.

<마이클 잭슨 따라잡기> 트레일러

 

 

<벡스>

Becksㅣ2017ㅣ감독 다니엘 포웰, 엘리자베스 로바우ㅣ출연 월리 던, 댄 포글러, 나탈리 골드

알리사 로빈스(Alyssa Robbins)는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4장의 앨범을 발표한 그의 음악은 포크와 팝, 로큰롤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른다. <벡스>는 그의 실제 삶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다. 레즈비언인 주인공 벡스는 연인과의 이별 후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고향 집으로 돌아가 마을에서 공연을 하고 엄마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며, 이별에 관한 노래를 부른다. 영화에 흐르는 음악 중 많은 곡들을 알리사 로빈스가 직접 작곡했으니 영화를 통해 그의 음악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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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거장, 주앙 카를로스 마틴스>

Joao, O Maestro, Joao, the Maestroㅣ2017ㅣ감독 마우로 리마ㅣ출연 호드리고 판돌프

브라질의 마우로 리마(Mauro Lima)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브라질의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주앙 카를로스 마틴스(João Carlos Martins)의 남다른 인생을 살펴볼 수 있는 전기적 성격의 영화다. 1940년 상파울루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기대주로 꼽히며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던 무렵, 축구를 하다 생긴 사고로 손가락 마비를 겪었다. 현재 거장으로 불리는 음악가가 예기치 않게 찾아온 시련을 극복하고 피아노를 다시 만나는 과정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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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

MSTISLAV ROSTROPOVICH, the Indomitable Bowㅣ2017ㅣ감독 브뤼노 몽생종ㅣ출연 브뤼노 몽생종

20세기의 손꼽히는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영화적이다. 소련 출신인 그는 10대 중반이던 1942년 첫 리사이틀을 개최하고 국제 음악제에서 우승하며 촉망받는 첼리스트로 떠올랐다. 1950년에는 23세의 나이로 스탈린상을 받으며 소련 최고의 첼리스트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소련에서 추방된 솔제니친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1972년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자국을 떠나게 되고 이후 파리와 워싱턴에 자리 잡았다.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는 그의 딸과 친구, 동료 음악가 등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의 연주를 좋아하는 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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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Itzhakㅣ2017ㅣ감독 앨리슨 쉐르닉ㅣ출연 이작 펄만

이 작품은 작년에도 내한 연주회를 개최한 바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역시 20세기를 대표하는 연주자다. 유대인 이민자인 이차크 펄만은 4세 때 겪은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를 딛고 세계적 거장이 됐다. 그는 50여 년간 음악교육과 장애인 복지를 위해서도 노력해왔는데 작년 내한 당시에도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한국의 난치병 아동과 만남을 가졌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음악과 인생에 대한 펄만의 생각을 인터뷰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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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떠난다면 – 레너드 스키너드 이야기>

If I Leave Here Tomorrow: A Film about Lynyrd Skynyrdㅣ2018ㅣ감독 스테판 키작

미국 음악사에서 위대한 록밴드로 꼽히는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에 관한 귀한 인터뷰와 최초 공개되는 자료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미국 플로리다 주 잭슨빌의 고등학교에서 결성된 레너드 스키너드는 하드록과 부기우기 스타일의 음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많은 팬을 거느렸다. 그런데 1977년 멤버들을 태운 전용기가 충돌하는 사고로 리더이자 보컬인 로니 반 젠트가 사망했고, 그 뒤 발매된 음반 <Street Survivors>는 가장 히트한 앨범이 됐다. 사고 후 레너드 스키너드는 해체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떠난 로니 반 젠트의 삶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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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걸크러쉬, 실바나>

Silvana - Vack mig nar ni vaknat, Silvanaㅣ2017ㅣ감독 미카 구스타프슨, 올리비아 카스트브링, 크리스티나 치오바넬리스

실바나 이맘(Silvana Imam)은 스웨덴의 래퍼다. <스웨덴의 걸크리쉬, 실바나>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해 하나의 아이콘이 된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는 스웨덴의 여러 주요 상을 거머쥐며 음악적으로 인정받았고, 스웨덴의 싱어송라이터 베아트리세 엘리(Beatrice Eli)와 연인 관계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스타이자 레즈비언 커플인 두 사람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아낸다. 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삶에 지친 실바나의 인간적 면모에 집중하며, 음악과 삶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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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의 거장들 - 장 클로드 프티>

IN THE TRACKS OF JEAN-CLAUDE PETITㅣ2017ㅣ감독 파스칼 쾨노ㅣ출연 장 끌로드 페티, 장 폴 라프노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장 클로드 프티, 마크 아이샴,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등 영화음악가들의 발자취를 살펴보는 작품들이 상영된다. 그중에서도 <영화음악의 거장들 - 장 클로드 프티>는 프랑스의 작곡가 장 클로드 프티의 이야기. 그는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약했고 여러 프랑스 대중가수들의 곡을 편곡했으며, 1982년부터는 자신의 음악을 영화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음악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여러 장르를 거치며 영화에 도달한 그의 예술적 여정을 따라가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음악의 거장들 - 장 클로드 프티> 트레일러

 

 

제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포스터

제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8월 9일부터 14일까지 메가박스 제천, 청풍호반무대, 제천시 문화회관, 의림지 무대 등 제천시 일원에서 개최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홈페이지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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