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민음사는 그동안 다양한 시리즈와 프로젝트의 성공모델을 다수 배출했다. 책과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수집 본능을 자극하는 ‘세계문학전집’, 만족도 높기로 소문난 ‘북클럽’, 손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크기와 합리적 가격, 수준 높은 디자인을 선보인 문고판 ‘쏜살문고’ 등이 그 예다. 특히 ‘쏜살문고’는 작년 첫해의 호응에 이어 최근 전국 곳곳의 동네서점들과 함께 두 번째 ‘민음쏜살 X 동네서점 에디션’을 발간했다. 올해의 책으로는 김수영 시인의 <달나라의 장난> 복간본과 피천득 작가의 <인연>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 두 권의 책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한정 기간 동안 오직 전국의 90여 개 동네서점을 통해서만 판매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독립서점으로 꼽히는 ‘땡스북스’의 이기섭 대표가 표지 디자인 작업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아래는 출판업계 전체가 어렵다는 작금의 상황에서, 민음사가 손해까지 각오하며 동네서점과 손을 잡은 이유와 의미에 대해 짚어본다.

 

1. 상생의 실천

민음쏜살X동네서점 에디션 포스터 ⓒ민음사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상생’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의 독자들은 서점과 그곳에 방문하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문화 경험 또는 라이프스타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서점에 가고 책을 고른 후, 독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련의 과정들에 기꺼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모든 과정과 경험의 가치가 10~15%짜리 인터넷서점의 할인율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기성 출판사나 대형서점보다, 소규모 독립출판과 동네서점에서 독특한 콘셉트와 이벤트,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끌어왔다 해도 과장은 아니다.

즉 민음사는 동네서점과의 상생을 통해 새로운 문화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갈구하는 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또한 동네서점은 전국에 흩어진 자신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일종의 ‘콘텐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더 단단한 기반과 발전의 발판을 얻게 된 것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퍼주는 것이 아닌 모두의 상생이다.

 

2. 결국 즐거움은 우리의 몫

동시에 민음사 ‘쏜살문고’와 동네서점이 손을 맞잡아 가장 큰 즐거움을 얻은 대상은 결국 독자들이 된다.

민음쏜살X동네서점 에디션 표지디자인 ⓒ민음사

먼저 ‘쏜살문고’라는 문고판을 들여다보자. 그동안 우리나라 상당수의 독자들은 같은 책이어도 가볍고 저렴한 문고판보다 무겁고 비쌀지언정 소위 ‘뽀대 나는’ 양장본을 선호해왔다. 시장 또한 이 흐름을 타고 움직였다. ‘책을 읽기’보다 ‘책을 사는’ 특유의 독서문화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했듯, 이제 많은 독자들이 책 내용만큼이나 그 책을 통해 얻는 다양한 실질적, 감성적 경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기에 ‘특별 제작 문고판’은 그러한 독자들의 입맛에 잘 맞는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었다. 양질의 내용이 담긴 익숙한 듯 새로운 문고판을 통해 독자들은 그동안 놓쳐왔던 즐거움을 누리게 된 것이다.

한편, 이 에디션은 독자들의 ‘특별한 디자인’ 과 ‘한정판 아이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도 충분하다. 이 에디션만을 위해 디자인된 감각적인 표지와 전국 단 90여 개 서점에서 3000세트만 구입할 수 있다는 묘한 긴장감은 독자들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같은 작품을 더 저렴하고, 더 가벼우며, 더 특별하게 간직할 수 있는 선택받은 즐거움. 그것이 바로 민음사와 동네서점의 상생에 의한 독자들 누릴 궁극적 즐거움이다.

 

3. 활 쏘는 사람들

여전히 같은 디자인의 로고(민음사 삼국지 1권 4쇄. 1988년) 사진- Jooyoung Her

민음사의 로고 심벌은 ‘활 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활 쏘는 사람은 자신들의 활시위를 떠난 화살들이 아름다운 글줄로 독자의 가슴에 가 닿기를 희망한다는 민음사의 바람을 담고 있다. 그들의 로고가 그렇듯 새 기류를 만난 문고판 ‘'쏜살문고’'와 동네서점이 함께 쏘아 올린 작은 화살도 더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가 닿기를 바라본다. 이 특별하고 착한 프로젝트는 이제 겨우 두 번째니까.

 

메인 이미지 민음쏜살X동네서점 에디션 포스터 일부 ⓒ민음사

 

Writer

자기 역할을 다 할 줄 아는 디자인, 이야기를 품은 브랜드, 몰랐던 세상을 열어주는 다큐멘터리, 소소한 일상을 담은 드라마, 먹지 않아도 기분 좋은 푸드 컨텐츠, 조용한 평일 오후의 책방을 좋아하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언어로 나누고 싶은 ‘나 혼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