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CF와 뮤직비디오를 주로 만드는 영국의 감독 데이비드 힉스(David Higgs)가 2011년에 제작한 단편영화 <The Last Ten>은 영화의 흔한 소재인 치정 살인사건을 다루었다. 예기치 않게 일찍 집으로 돌아온 남자, 집으로 가까이 갈수록 명확해지는 불륜에 대한 심증, 크게 상심하는 남자와 곧이어 벌어지는 비극적 치정 살인, 그리고 남자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10분 안에 모두 담았다. 동시에 감독은 전례 없이 독특한 방식으로 이 모든 것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감독이 전달하려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보기 전에 헤드폰을 끼고 음향 효과를 놓치지 않을 것을 권한다.

단편영화 <The Last Ten>(2011)

천장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카메라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벽에 비치는 그림자, 복도의 센서등, 다양한 음향 효과는 음산하고 불길한 누아르적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남자가 여자의 시신을 문 밖으로 끌고 나왔을 때 카메라 앞으로 지나가는 물체, 그리고 마지막 범죄 현장인 방 안에 서 있는 검은 그림자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며 영화가 끝난 뒤에도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어떤 평론은 “히치콕도 경탄할 만한” 최고의 미스터리 단편이라는 호평마저 내놓았다.

 

데이비드 힉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