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서 우리는 모델이 되기 위한 과정과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하편에서는 모델이 되고 난 뒤 그들이 마주하는 문제, 패션계라는 전쟁 속에서 끊임없이 치러야 하는 경쟁들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 필자는 현역에서 활동하는 모델업계 종사자이다. 단 필자가 신원을 밝히는 것을 원치 않아 익명으로 함을 밝힌다.

 

1. 모델, 경쟁의 시작 –남들과의 경쟁-

* 본문에 사용한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자료 사진임을 밝힙니다.

모델계가 경쟁의 연속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모델들끼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힐 신기 전에 압정 없나 확인해봐.”

전편에서 이야기했던 모델 아카데미 속에서 이미 경쟁은 시작되었다.
아카데미 수업 기간 중에 모델 준비생들의 행동과 변화, 성격은 ‘위’의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눈에 띄는 성장, 또는 외모나 끼를 가진 이들은 수료 전부터 미리 ‘위에서’ 언급이 되기 마련이다. ‘위’의 눈에 띄도록 A보다 마르고 B보다 성실하며 C보다 연습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그들은 경쟁하고 또 경쟁한다.

자! 그렇게 수백 명 중 한두 명에게 찾아오는 소속 또는 전속 모델 합격의 기회를 차지했다고 치자. 축하한다. 이제부터 당신의 진짜 경쟁은 시작된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에이전시는 대부분 큰 규모의 에이전시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크게 소속과 전속으로 모델 계약을 나누는데, 소속은 계약 기간이 짧고 에이전시의 간섭이 적은만큼 ‘밀어주는’ 비중도 적다. 에이전시 입장에서 ‘우리 모델’이라고 소개하기엔 안정성이 적기에 기간을 두고 지켜보는 정도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

이에 비해 전속모델은 말 그대로 에이전시에 온전히 속한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주로 더 많은 회사의 지지와 통제를 받게 되고 동시에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광고나 잡지 등의 일을 맡게 된다.

소속이든 전속이든 대형 소속사와 계약할 경우 이제부터 당신은 나이가 서로 다른 동기들, 나이가 같거나 적은데 선배인 모델들, 그냥 대놓고 당신을 무시하는 대선배들 등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많은 예체능계가 그렇듯 선후배 군기 잡기는 모델계에도 역시 존재한다.

물론 업계에서의 룰을 따르지 않고 딱히 그룹에 속하지 않으며 혼자 모델 일을 해도 괜찮다. 하지만 신인 모델의 경우, 한 명을 메인으로 구하는 경우보다 여러 명의 서브 모델을 구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때마다 함께 떠드는 신을 연기하거나, 친한 친구들끼리 콜라잔을 부딪히는 장면을 연출하고, 행사장에서 다 같이 모여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때 당신이 암암리에’ 아웃사이더’라면, 외로움이나 어색함 등은 둘째치고 자연스럽고 좋은 신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 즉, 당신이 카메라에 잡히는 횟수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당신이 소형 에이전시, 즉 상대적으로 소수의 모델과 계약하고 모델의 양보다 질로 승부하려는 에이전시와 계약하게 되었다고 치자. 이런 경우 선후배 간의 갈등은 훨씬 적어질 것이다. 대신 같은 성을 가진 모든 모델이 경쟁자가 된다.

소형 회사는 대표나 관계자의 인맥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클라이언트는 특정 모델을 위해서 A라는 소형 에이전시에 연락하는 경우보다 A 회사와 일하기로 확정하고 그 안에서 모델을 찾을 확률이 더 높다. 즉 에이전시 내에서 모델을 홍보하고 가격을 높이거나 내리는 세일즈 과정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클라이언트는 거래하는 에이전시에서 조건을 좋게 내걸거나 홍보를 많이 하거나 유난히 언급을 많이 하는(즉 푸시하는) 모델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같은 성의 모든 소속 모델들은 정말 캐릭터가 겹치지 않는 이상 ‘나’ 아니면 ‘네’가 일을 갖게 되기에 경쟁은 끊임이 없다.

 

2. 모델, 경쟁의 시작 –나와의 경쟁-

이같은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경쟁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모델이라는 직업은 끝없이 나오는 뉴페이스에 밀려서든, 눈가의 주름살에 밀려서든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이면 은퇴를 준비한다는 모델 일은 모호할지언정 끝이 있기 마련이다.

모델로서의 마지막 경쟁은 모델계에서 벗어날 때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직업을 바꾼다. 낮에는 회사원이었다가 밤에는 드러머일 수 있고, 의사에서 여행가가 되기도, 주부에서 작가가 되기도 한다. 그들 모두 주변의 시선, 새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모델이 모델계에서 벗어날 때의 경쟁과 아마도 비슷할 것이다.

외모로 평가받고, 매 시즌 성과를 세상 모두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직업인 만큼 모델이 다른 직업을 선택하거나, 모델계에서 은퇴할 때 경쟁하는 것은 모델이었을 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될 것이다.

모델로서의 실패와 다른 직업으로의 도피든지, 또 다른 나 자신을 개발하고 싶은 이유에서든지, 모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든지, 그것도 아니면 잠시 활동을 쉬는 것이든지. 어떤 이유에서든 당신은 모델로서 성공했던 시절 혹은 성공하지 못한 이유와 그다음 직업의 예상되는 성취율을 비교하며 사람들에게 판단받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다른 사람들의 추측과 판단이 아닌 자신의 의도와 방향성에 기준을 맞춘다면, 모델로서 실패했든, 성공했든, 질렸든, 당신은 살아 돌아온 모델로서 축하받아야 한다.

메인 이미지 Via globalblue

http://www.globalblue.com/destinations/uk/london/14-things-you-never-knew-about-cara-deleving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