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던(Nataly Dawn)과 잭 콩트(Jack Conte)는 스탠포드 캠퍼스의 카페에서 밴드 공연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나탈리는 신입생, 잭은 4학년이었다. 장르와 악기를 가리지 않는 음악광이었던 두 사람은 이내 친해져 연인이 된다. 졸업 후 함께 음악을 하기로 한 두 사람은 메이저 음악 레이블의 제안을 거절하고 자유로운 인디의 세계로 나섰다. 어떤 특정 음악으로 규정되는 데 대한 거부감을 공유했던 것이다. 장기간 이어지는 공연도 멀리했다. 대신 그들의 끼와 재능을 살려 재미난 바이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여 소셜 미디어의 세계로 나섰다.

팝 듀오 Wham!의 ‘Wake Me Up Before You Go-Go’를 개작한 뮤직비디오(2014)

밴드 이름은 폼플라무스(Pomplamoose), 불어로 포도를 뜻한다. 2008년에 유튜브에 채널을 열고 이듬해에는 호기롭게 1만 달러를 들여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였다. 25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유튜브에서 받은 광고 분배수익은 고작 18달러였다. 분노한 잭은 프로그래머인 룸메이트 친구를 끌어들여 창작자와 스폰서를 직접 이어주는 온라인 음악 사이트 패트리온Patreon)을 만들었다. 이 사이트는 놀랍게도 12만 5천 명의 독자들이 모여 한 달에 1백만 달러를 거둘 정도로 성장했다. 이들의 음악에도 기회가 찾아왔다. 2009년에 비욘세의 ‘Single Ladies’를 편곡한 영상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아이튠즈에서 10만 회나 팔린 것이다.

폼플라무스의 첫 바이럴 히트곡 ‘Single Ladies’(비욘세 원곡). 잭이 학창시절을 보낸 방에서 제작했다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들은 곧 광고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토요타의 ‘Avalon’ 자동차 광고에서 이들의 ‘Mister Sandman’을 배경음악으로 썼다. 이듬해에는 현대자동차의 북미 시장 크리스마스 캠페인에 두 사람이 캐럴을 부르는 영상이 광고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이들의 고유한 뮤직비디오 콘셉트가 그대로 글로벌 기업의 광고 캠페인이 된 것이다. 그렇게 유튜브에 채널을 마련한 지 2년 만에 온라인 스타가 됐다. 2009년부터 매년 정규 음반을 내고 있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51만 명에 이른다.

여성 4인조 팝 그룹 코데츠(The Chordette)의 1950년대 히트곡 ‘Mister Sandman’을 개작한 뮤직비디오
현대자동차의 크리스마스 캠페인 시리즈에 등장한 폼플라무스

대학 캠퍼스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연인과 음악 파트너로 지낸 지 10년 만인 2016년에 결혼했다. 이들의 이색적인 음악답게 스키장의 슬로프에서 내려오던 중에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온라인 스타로 성공한 후에도 여전히 ‘인디 정신’을 잃지 않는다. 돈을 버는 것보다 재미를 찾는 것이 우선이며, 가지는 것보다 나누는 것에 더 열심이다. 아동병원을 방문해 자선 공연을 하거나 프리 다운로드 이벤트도 자주 연다.

올해 발표한 뮤직비디오(2018). 자미로콰이와 비지스의 인기곡을 뒤섞었다

 

Pomplamoose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