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가든, 신해경, 키라라, 안녕바다, 지니어스…. 모두 익숙한 뮤지션과 밴드지만 이들이 지금의 이름을 갖기 전, 다른 이름으로 활동해온 사실을 아는지. 개명하고 각각 새로운 전환을 맞은 밴드와 뮤지션들의 곡들을 모았다. 더불어, 얼마 전 ‘컬러풀’이라는 밴드명으로 새로운 앨범을 발표한 파라솔의 신보도 함께 언급해본다.

 

신해경 | 더 미러

신해경 '담다디'

리버브로 공간감을 준 목소리, 꿈 저편에서 온 듯한 몽환적인 사운드, 거기에 슈게이징 록의 향취까지 담뿍 담은 <나의 가역반응>(2017)은 발매하자마자 ‘명반’이란 수식을 얻은 신해경의 첫 EP 앨범이다. 누군가는 불쑥 예고도 없이 등장한 신인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그는 이미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더 미러(The Mirror)’라는 이름으로 다섯 곡의 싱글을 발표하며 음악가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다져왔다. <나의 가역반응>에 수록한 ‘모두 주세요’나, 첫 EP 이후에 발매한 싱글 ‘명왕성’은 모두 그가 더 미러로 활동하던 시절 만들어 둔 음악들(‘모두 주세요’, ‘플루토’)을 새롭게 편곡한 버전이다. 전작보다 한층 짙어진 전자 사운드와 리버브의 사용이 곡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배가한다.

 

카더가든 | 메이슨 더 소울

카더가든 'Little by Little'

카더가든이 앞서 ‘메이슨 더 소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유의 음악적 유연함과 트렌디함으로 빈지노, 팔로알토, 코드쿤스트, 혁오 등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네임 벨류를 쌓아 가던 그는 2016년 중반 발표한 싱글 <LITTLE BY LITTLE>을 기점으로 활동명을 변경했다. ‘카더가든’이라는 단순하고도 신선한 네이밍은 본명을 ‘차=car, 정원=garden’으로 자르고 붙여 탄생한 결과물. 전작에서 보여줬던 스무스한 소울, 알앤비에 칠웨이브, 디스코 등 새로운 장르를 끼얹은 카더가든의 사운드는 그 이름처럼 한층 유쾌하고 날렵해졌다.

 

키라라 | STQ Project

키라라 'ct16041+ct16031'

키라라는 2011년까지 ‘STQ Project’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2014년 3월부터 정식으로 지금의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묵직한 빅비트와 하우스가 조화롭게 버무려진 그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이쁘고 강한’ 음악이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특유의 사운드 질감과 정서를 관통한다. 그는 앞서 5장의 EP 앨범과 2장의 정규 앨범을 내고, 2017년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으며 전자음악팬들 사이 이름값을 높였다. 최근에는 다양한 음악가의 곡을 새롭게 조립한 리믹스 앨범 <KM>을 선보였다.

 

안녕바다 |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

안녕바다 'Love Call'

“별 빛이 내린다 샤랄랄라랄라라”라는 귀에 익은 멜로디 라인으로 유명한 밴드 안녕바다는 2006년 3월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라는 팀명으로 처음 음악을 시작했다. 이후 이름이 길어 난해하다는 주위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2007년 지금의 ‘안녕바다’로 개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EBS 헬로루키에 선정, 2009년 12월 첫 번째 미니앨범 <Boy's universe>를 발매하며 오늘날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 2년 만에 정규 5집 <701> A-side로 돌아온 안녕바다는 한결같이 노련하고 편안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발랄하고 산뜻한 멜로디, 예쁘고 서정적인 보컬로 꾸며진 이들의 음악은 특별할 것 없이 친숙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한자리에서 담백한 위로를 전한다.

 

런 리버 노스 | 몬스터즈 콜링 홈

런 리버 노스 'Funhouse'

런 리버 노스(Run River North)는 멤버 모두 한인 2세로 이뤄진 록밴드지만, 음악만으로는 결코 생김새를 유추할 수 없을 만큼 이국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2011년 보컬 알렉스 황의 주도 아래 결성된 밴드는 몬스터즈 콜링 홈(Monsters Calling Home)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데뷔를 앞두고 밴드명을 런 리버 노스로 바꾸고, 첫 정규 앨범 <Run River North>를 발표했다. 서정적인 포크와 록을 적절한 배합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주던 이들은 2집 <Drinking From A Salt Pond>를 통해 포근하고 밝은 분위기의 포크록을 벗고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단행했다. 최근 발표한 싱글 <Funhouse>에서도 한층 두터워진 질감의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다.

 

지니어스 | 난봉꾼들, 엄마아들

지니어스 '너나나나'

김일두와 리청목, 그리고 스티브 C로 구성된 다국적 로큰롤 연맹, 지니어스(GENIUS)는 부산에서 2008년에 결성됐다. 첫 밴드명은 ‘난봉꾼들’이었고, 이후 ‘엄마아들(Mamason)’을 거쳐 지금의 지니어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그동안 수차례 멤버가 바뀌었고, 그들과 함께 앨범 <양아치>, <Birth Choice Death>, <Beaches>를 녹음하고, 2015년의 싱글 <Lucky Mistake>를 거쳐 지난해 정규 <별바다>를 발표하며 꾸준히 활동 중이다. 미끈하게 잘 만져진 사운드가 넘쳐나는 요즘, 거칠지만 자유분방한 무드를 머금은 이들의 음악은 그래서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컬러풀 | 파라솔

영상 출처- Ant's Night

파라솔은 개명하는 대신, 새로운 밴드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들은 얼마 전 ‘컬러풀(colorful)’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앨범(<EP 1>)을 발표하고 단독공연을 가졌다. 컬러풀의 탄생 비화는 이렇다. 밴드의 보컬이자 베이시스트 지윤해가 앞서 일본의 한 잡지 인터뷰에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외에 3인조 밴드 ‘파라솔’에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잡지에 밴드명이 ‘컬러풀’로 잘못 실렸고, 이를 계기로 진짜 ‘컬러풀’을 결성한 것. 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컬러풀은 멤버들이 결성한 새로운 밴드이자, 이들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총 5개 트랙으로 채워진 앨범은 여태까지 파라솔로 발표했던 음악들과 비슷한 결을 유지하면서도, 차별화되는 지점을 명확히 한다. 예컨대 전작에서 보지 못한 사이키델릭한 신디 사운드의 운용이나, 곡에 따라 기타리스트 김나은과 드러머 정원진이 각각 보컬을 맡는 등 멤버 세 명이 포지션을 번갈아 가며 소화하는 등의 시도는 다분히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EP 1> 디지털 음원 구입처- 밴드캠프
<EP 1> CD구입처- 김밥레코즈, 초원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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