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보통 3단계를 거쳐 완성됩니다. 첫 번째 단계인 작곡과 편곡을 끝마치면, 두 번째 단계인 레코딩과 믹스로 넘어갑니다. 마지막으로 마스터링을 끝내면 비로소 하나의 완전한 음악이 완성됩니다. 녹음실에서 이뤄지는 일들은 보통 두 번째 과정을 일컫는데 똑같은 소스라도 어떻게 믹스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DAW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직접 믹스를 진행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베드룸 믹스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믹스가 일반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뮤지션들은 여전히 최고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앨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엔지니어들은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뮤지션들의 구애를 받고 있습니다.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마법과도 같은 믹스 엔지니어의 세계를 살펴보겠습니다.

 

토니 마세라티(Tony Maserati)

Via soundforums

토니 마세라티는(Tony Maserati)는 뉴욕을 대표하는 믹스 엔지니어입니다. 그는 1980년대 초 버클리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지만, 1983년 프로덕션 및 엔지니어링으로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1987년 그는 뉴욕의 ‘Sigma Sound Studios’에서 엔지니어 Glenn Rosenstein 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휘트니 휴스턴과 제임스 브라운 과 함께 작업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프로듀서인 디반테 스윙(Devante Swing)을 통해 1990년대 초반 퍼프 대디를 소개받습니다. 퍼프 대디는 마세라티를 배드보이 레코드(Bad Boy Record)에 데려왔고, 그 결과 마세라티는 버스타 라임즈, 메리 제이 블라이즈,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페이스 에반스 및 퀸 라티파의 앨범 믹싱을 포함하여 1990년대 뉴욕의 모든 주요 알앤비 및 힙합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마세라티는 한 인터뷰에서 1990년대 뉴욕의 알앤비, 힙합신이 사운드적으로 혁신적이였기때문에 일반적인(얼터너티브나 록 장르) 믹스 스타일 보다는 힙합, 알앤비에 집중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에서 R&B와 힙합 장르가 크게 유행하며 토니 마세라티는 빠른 시간에 유명세를 얻었고, 스케줄을 잡기 어려운 엔지니어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블랙 아이드 피스, 비욘세, 제이슨 므라즈, 로빈 시크, 어셔, 데이빗 보위, 셀레나 고메즈, 마크 앤소니, 아리아나 그란데 등 수많은 뮤지션들의 앨범에 참여했습니다(국내 뮤지션으로는 조용필과 소녀시대의 앨범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총 10개의 그래미상 후보로 지명되었고,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아티스트에게 그들이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믹스도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그는 뉴욕에 있는 그의 부피가 큰 아날로그 장비 대부분을 남겨두고 LA로 이사를 갔습니다. 현재는 대부분 디지털 장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이클 브라우어(Michael Brauer)

Via mediaschool

마이클 브라우어(Michael Brauer)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 최고의 믹스 엔지니어입니다.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과 파리에서 자란 그는 두 곳의 문화와 영국 음악의 영향, 그리고 드러머로서 경력을 시작한 것이 믹스 엔지니어 일을 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은 콜드플레이, 아레사 프랭클린, 밥 딜런, 롤링 스톤즈, 펫샵 보이즈 등 유명 아티스트의 앨범을 믹스했으며, 다수의 그래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2009년 발표한 존 메이어의 <Battle Studies>로 2011년 최우수 엔지니어드 앨범(Best Engineered Album) 부문을 수상했는데, 믹싱에 대한 그의 독특한 방식은 ‘Brauerize’라는 이름으로 유명합니다. 러프믹스와 파이널 믹스를 비교한 영상을 보며 그 차이를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음악은 눈이 아닌 귀로 듣습니다. 음악을 하다 보면 ‘음악’을 하는 것인지 ‘음학’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값비싼 장비와 스피커가 반드시 좋은 사운드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오히려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믹스 엔지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사운드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장인들입니다. 사운드를 훨씬 더 깊숙이 파고들어 연구하고, 어떤 소리가 좋은지, 다양한 옵션 중에서 또 다른 옵션은 없는지 체크하고, 새롭게 시도합니다. 그냥 넘겨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은 작은 디테일까지 중요하게 여기고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합니다. 또한 믹스 엔지니어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세미나를 개최해 서로 토론하는 등 발전을 모색합니다. 결국 이런 작은 차이들이 모여서 큰 차이를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스 로드 앨지(Chris Lord-Alge)

Via acousticfields

크리스 로드 앨지(Chris Lord-Alge)는 세계적인 믹스 엔지니어 중 한 명 입니다. 그의 친형인 톰 로드 앨지(Tom Lord-Alge) 역시 엔지니어로 유명합니다. 크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CLA’라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플러그인 브랜드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1980년대 뉴욕의 ‘Unique Recording Studios’에서 제임스 브라운의 <Gravity> 앨범 믹싱을 하면서 일을 시작했는데 컴프레션을 사용한 독특한 방식의 믹스로 좋은 평판을 얻었습니다. 그 이후 브루스 스프링스틴, 에이브릴 라빈, 셀렌 디온, 마돈나, 그린 데이, U2, 롤링 스톤즈, 에릭 클랩튼 등 장르를 넘나들며 유명 뮤지션들의 앨범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는 많은 뮤지션들이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지만, 시간적, 물리적 한계 때문에 모든 러브콜에 응할 수 없어 인터넷을 통해 그만의 믹스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톤이 변하는지, 어떤 톤이 좋은 톤인지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방법들을 영상을 통해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돈 주고도 얻을 수 없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건 아주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을 상대하면서 언제나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압박감을 견디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불안해하는 아티스트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며,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역할까지 합니다. 믹스 엔지니어는 다양한 옵션과 상황 속에서 음악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주는 소리의 마법사입니다.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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