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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60도의 혹독한 추위가 엄습한 캐나다 북서부 유콘(Yukon) 지역을 사냥꾼과 그의 시베리안 허스키가 지나간다. 둘은 세상천지가 하얀 눈밭에서 가끔 불을 피워 언 몸을 녹이며 멀리 연기가 피어오르는 민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은 곳곳에 도사린 위험을 피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지만 위기는 피할 수 없다. 그와 그의 개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애니메이션은 런던에서 활동 중인 애니메이션 감독 FX Goby의 작품이다. 그의 음악 콤비 매튜 알바도(Mathieu Alvado)가 작곡하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연주한 배경 음악이 장중한 느낌을 준다.

단편 애니메이션 <To Build a Fire>

이 작품은 지난 2017년, 사후 백 주년을 맞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잭 런던(Jack London, 1876~1916)이 1902년 출간한 동명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것이다. 삶의 냉혹함과 생존을 주요 테마로 한 그의 작품처럼, <To Build a Fire>(불을 지피다) 역시 대자연의 냉혹한 현실과 여기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처절한 생존 본능을 담담하게 묘사했다. 2016년에 칸영화제와 런던 단편영화제, 로드아일랜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후 2017년 말부터 온라인에 배포되기 시작했다.

원작 <To Build a Fire> 표지

실제로 유콘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생생한 경험으로 쓰여진 원작은, 영화나 만화의 소재로 자주 채택되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사냥꾼의 마지막과 이를 확인하고 돌아서 제 길을 가는 개의 엔딩 신에서 작가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BBC에서 제작한 50분 길이의 영화와 2014년 제작하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애니메이션을 모두 감상해보자.

BBC 제작 실사영화(1969)
오손 웰스(Orson Welles)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벨기에 RITS 학생 Olivier Vanden Bussche의 애니메이션(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