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Tuxedo)의 음악을 좋아한다. 메이어호손(Mayer Hawthorne)과 제이크원(Jake One)으로 구성된 듀오 말이다. 이들은 훵크에 기반을 두면서도 멜로디컬한, 쉽게 들을 수 있는 레트로 풍 음악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룹 이름처럼 매번 턱시도를 차려입고 무대에 선다. 나는 이들의 첫 번째 앨범과 두 번째 앨범, 그리고 리믹스 EP까지 모두 바이닐로 가지고 있다. Shut up and take my money.
턱시도의 뮤직비디오도 좋아한다. 턱시도의 뮤직비디오에는 일관성이 있다. 하지만 ‘매번 아름다운 여성이 나와요’라고 말하면 이류다. 대신에 난 일류기 때문에 ‘늘 생동감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줘요’라고 말하겠다. 그래서 난 턱시도의 뮤직비디오를 자주 찾아본다. 이를테면 이런 작품은 나에게 삶의 희망을 줬다.

Tuxedo ‘2nd Time Around’ MV


턱시도는 한국에 자주 온 편이다. 내 기억으론 3번 정도 된다. 물론 난 1번도 가지 않았다. 공연장에서 음악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이브가 진정한 음악이고 라이브를 들어야 진정한 음악 팬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진정한 음악이란 훌륭하게 믹스/마스터된 사운드가 좋은 이어폰을 타고 귀로 흘러 들어갈 때 완성된다. ‘방구석 리스너’란 말에는 삐뚤어진 오만이 담겨 있다.

턱시도를 알게 된 사람 중 상당수는 아마 메이어호손을 따라왔을 것이다. ‘블루아이드소울’로 제법 이름을 알렸던 그다. 하지만 난 제이크원을 따라 이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제이크원의 정체(?)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잘못이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아쉬울 뿐이다. 제이크원은 미국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제이크원을 알게 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즉 제이크원은 20여 년간 힙합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다(턱시도로 활동하는 지금도 물론이다). 랩만큼이나 비트에도 관심이 많았던 나는 좋아하는 프로듀서를 디깅하고 그들의 미발표 비트까지 찾아내어 듣고 다니곤 했다. 디제이프리미어(DJ Premier), 피트록(Pete Rock), 알케미스트(Alchemist)….그리고 제이크원도 그 리스트에 있었다.

힙합 프로듀서로서 제이크원은 누구보다 묵직한 스네어 드럼을 가지고 있다. 투박한 질감을 뽐내지만 실은 잘 다듬어진 소리다. 자신도 이 사실을 아는지 스스로를 ‘스네어조던’이라 부르며 사이트를 열어 자신의 사운드를 판매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제이크원 사운드의 정수를 소개해달라고 한다면 이 노래들을 권할 것이다.

Troublemakers 'Ghostface Killah ft. Raekwon, Method Man & Redman' (Prod. by Jake One)
50 Cent 'Moving on up'(Explicit)(Prod. by Jake One)

 

다음은 ‘유명한 노래인데 제이크원이 만든 건 몰랐지?’ 목록이다.

Drake 'Furthest Thing'

 

DJ Khaled 'I Got the Keys ft. Jay-Z, Future'

 

다음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노래들이다.

Rick Ross '3 Kings ft. Dr. Dre and JAY Z'
Snoop Dogg 'Gangbang Rookie ft. Pilot'
T.I. 'Salute'


턱시도의 사운드와 너무 달라서 놀랄 수도 있겠지만 제이크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힙합 프로듀서로서 이런 비트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세월 동안 그의 커리어를 좇아왔다. 제이크원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냐고? 물론이다. 마침 어제 그의 포스트에 댓글을 남겼다. 한국에서 받았다며 올린 산울림 바이닐 사진 밑에 난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나의 지난 20년을 꾹 눌러 담아서.

제이크원: 내년은 해외음악을 많이 디깅해서 쓰는 한 해가 될 거야.

김봉현: 전 당신을 2000년대 초반부터 지켜봐 왔어요. 한국에서요. 전 당신의 힙합 프로덕션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턱시도를 결성했다는 소식을 들었죠. 음악을 들어봤는데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당신의 기존 음악이랑 완전히 달랐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힙합도, 턱시도의 음악도 모두 즐기고 있어요. 산울림은 한국의 전설적인 그룹이고 360 사운즈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제이 집단입니다. 난 턱시도의 모든 바이닐과 당신의 힙합 인스트루멘탈 바이닐을 소장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사랑을 보냅니다.

제이크원: 고마워 친구! (기도 이모지)

기린: 왜 여기서 고백하세요

김봉현: cause I AM HIP HOP.

- 제이크원의 인스타그램에서 나눈 대화

 

 

Writer

힙합 저널리스트. 래퍼는 아니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힙합을 하고/살고 있다.
김봉현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