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 저마다의 목소리로 성탄을 노래하는 뮤지션들의 신보를 모았다. 떠들썩하진 않더라도 자신의 온도에 맞춰 성탄절을 보낼 계획이라면, 괜찮은 BGM이 되어줄 것이다.

**최신 앨범 순으로 작성.

 

장필순 <그래도 Merry Christmas>
(2017.12.13)

크리스마스라고 모든 사람이 즐거운 건 아니다. 장필순은 홀로 고요히 그날을 지내는 사람을 위해 노래한다. ‘다 사랑받는 건 아냐, 행복한 것도 아냐. 사람들 웃음에 서글퍼져’라고. 장필순의 신곡 <그래도 Merry Christmas>는 어떤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든 괜찮다고 말해주는 노래다. 거리는 엉망으로 흥겹고 다들 들뜬 분위기가 피곤하게 느껴질 때 이 노래를 듣자. 근사한 곳에서 삼삼오오 떠들거나 선물을 주고받지 않아도, 그 자체로 완전한 성탄을 보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이 곡은 장필순과 조동익이 함께하는 ‘소길’ 프로젝트의 열 번째 노래이기도 하다. 제주의 조용한 마을 소길리, 이곳에서부터 울려 퍼진 성탄절 노래라 생각하면 더욱 특별하게 들린다.

 

사람또사람 <크리스마스 저녁에 티비를 보다가>
(2017.12.09)

사람또사람은 ‘화염병’, ‘클린업 트리오’, ‘보이즈 온 더 독스’ 같은 펑크 밴드를 거친 건훈씨와 ‘흰소음’, ‘잠가게’ 등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던 정소임으로 구성된 포크 듀오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로컬 신과 인디 신의 일부를 연결하는 일에 무던히 힘써온 두 사람이 첫 번째 캐럴송 <크리스마스 저녁에 티비를 보다가>를 내놓았다. 주로 어쿠스틱 기타와 아기자기한 키보드 연주를 베이스로 조화롭고 따뜻한 멜로디를 구사하는 이들의 음악적 감성은 캐럴송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이들의 노래 가사처럼, ‘복잡한 거리와 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용기를 내어 보길 바란다.

 

제8극장 <크리스마스 특선영화>
(2017.12.09)

제8극장은 일상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음악을 하는 밴드다. 술 마시고 집에 가다가 쓴 것 같은 ‘양화대교’나 옛 애인의 꿈을 꾸고 일어나 만든 듯한 ‘왜 돼지는 안 나오고’ 등의 노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이 낸 크리스마스 싱글 <크리스마스 특선영화>도 다르지 않다. 제8극장은 그들 기억 속의 성탄절을 떠올려 곡을 만들었다. 거실에 거대한 트리는 없어도 베개 옆에 선물이 있던 크리스마스 아침, 가족이 모여 특선 영화를 봤던 그날 밤. 제8극장이 노래하는 12월 25일의 기억은 많은 사람의 것과 닮았다. 원테이크 합주 녹음으로 완성된 노래는 투박해서 생기 있고, 복고적인 선율은 정겹다.

 

마리슈 <매일이 크리스마스>
(2017.12.08)

마리슈는 밴드 ‘굿바이모닝’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 박성욱, 베이시스트 강규현, 그리고 2인조 여성 듀오 ‘뮤즈메이트’의 키보디스트 고수영이 마음을 모아 새롭게 결성한 혼성 3인조 어쿠스틱 팝 밴드다. '작고 달콤한 음악을 해보자'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마리슈(마이 리틀 슈가밤)'라는 밴드명처럼, 피아노 선율로 부드럽게 시작하는 이들의 노래는 폭신한 질감의 보컬을 만나 따뜻하게 흐른다. 코끝과 함께 마음까지 시려지는 이 겨울, 마리슈 특유의 유려한 스트링 편곡과 따스한 사운드는 어김없이 듣는 이들을 포근히 다독여줄 것이다.

 

허수아비 레코드 <허수아비들의 겨울잡담>
(2017.12.04)

컨트리 싱어송라이터 김태춘을 중심으로 조용호, 신승은, 봉우리 등 그의 일당들이 2015년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허수아비 레코드를 설명하면 적당한 소개가 될까. 자신들은 허수아비 레코드가 “다른 인디 레이블 같이 거창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겸허하게 말하지만, 음반 제작부터 유통과 홍보를 모두 담당하는, 엄연한 레이블이 맞다. 앞서 2015년을 마무리하며 <허수아비들의 성탄절>을 발매했던 허수아비 레코드에서 또 한 번, 성탄절을 주제로 <허수아비들의 겨울잡담>이라는 컴필레이션 음반을 내놓았다. 이 앨범은 CD가 없는 대신, 김태춘, 김일두, 신승은 등 허수아비 레코드의 소속 뮤지션 십여 명과 그의 친구들의 짧은 에세이 20꼭지와 음원 다운로드 코드를 묶은 책의 형식을 띤다. 그래서 이 앨범에는 겨울, 눈, 성탄절을 반가워하는 잡담과 노래들로 빼곡하다. 컨트리에서 포크, 블루스를 망라한 각각의 트랙은 저마다 올드팝의 푸근하고 진득한 향기를 품고 있다. 앨범 소개글 마따나, ‘모두가 전기장판 위에서 서로의 엉덩이를 맞대고 이 겨울을 이겨내기’에 더없이 훌륭한 음반이다.

 

이지형 <Oh Christmas>
(2017.11.30)

이지형 '오 크리스마스' MV

이지형의 목소리는 단번에 귀에 박힐 만큼 독특하지 않다. 언제 들어도 넘치지 않는 편안함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가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다. 얼마 전 발매된 이지형의 싱글 <Oh Christmas>는 그의 음악극 ‘THE HOME: Christmas’의 엔딩 테마곡이다. 이 노래는 ‘크리스마스 노래’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천천히 흐르는 피아노와 기타, 안정적인 드럼 비트. ‘오늘 같은 밤 나만 혼자 왜 이렇게 멈춰 서 있는 걸까, Oh Christmas’라 읊조리는 이지형의 따뜻한 음성까지. 익숙하다는 것은 그 이유만으로 귀하다는 걸 이 노래를 들으며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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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