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생각보다 거대한 도시다. 시내 중심가에 살지 않는 이상 어딜 가더라도 적어도 30분~1시간 정도의 이동시간은 걸린다. 그러니 못해도 하루에 꼬박 1~2시간은 지하철 혹은 버스 신세를 지기 마련이다. 유튜브와 스마트폰은 그런 유목형 도시민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친구로 존재한다. 여느 때처럼, 버스 안에서 유튜브 영상들을 돌려보다가 문득 '혼자’ 등장하여 ‘춤’을 추는 ‘여성’들이 나오는 뮤직비디오가 무척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중 몇 편을 골라봤다. 사이버펑크풍 가로등 불빛이 가득한 서울의 밤 한가운데, 그녀들과 함께 발을 굴려 가며 집을 향해 걸어간다. 쿵짝쿵짝, 타박타박, 빙글빙글.

 

Yaeji 'Feel It Out’ MV (2017)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는 뉴욕 기반의 한국계 아티스트 예지(Yaeji)는 SNS를 통해 국내 음악팬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트레이드마크인 ‘Geek스러운’ 동그란 안경을 쓰고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쓴 가사를 끊임없이 읊조리는 몽환적이면서도 시니컬한 느낌의 하우스 음악을 선보인다. 비주얼 아티스트이기도 한 예지의 재능이 듬뿍 발휘된 독특한 소재의 뮤직비디오들도 모두 하나하나 살펴볼 만 하지만, 그중에서도 ‘Feel It Out’ 뮤직비디오와 함께 그의 세계에 입문해볼 것을 추천한다. 허공 위를 떠도는 파인애플들과 함께 춤을 추는 예지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언뜻 낯설다가도 어느새 영상 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Massive Attack 'Voodoo In My Blood’(feat.Young Fathers) MV (2016)

두말하기도 입 아픈 트립합의 거장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이 2010년 앨범 <Heligoland>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EP <Ritual Spirit>은 타이틀만큼이나 음울하고 영적인 느낌의 곡들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사이키델릭 힙합 밴드 영 파더스(Young Fathers)와 함께 작업한 ‘Voodoo in My Child’ 뮤직비디오에는 영화 <나를 찾아줘>(2014)의 로자먼드 파이크가 등장하여 하드고어 괴작 영화 <포제션>(1981)의 지하도 장면을 오마주한다. 정체불명의 금색 공에 위협받으며 겁에 질린 듯한 모습의 초반부가 지나고 후반으로 갈수록 금색 공에 조종당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그 속에서 마치 현대무용의 한 장면 같이 우아한 움직임을 연출하는 로자먼드 파이크의 춤사위가 흥미롭다.

 

Camille ‘Lasso' MV (2017)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라따뚜이>(2007)의 사운드트랙 ‘La Festin’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까미유(Camille)의 최근 행보는 사운드와 움직임 양쪽을 모두 섭렵하려는 듯 분주해 보인다. 샹송과 재즈를 바탕으로 하는 독특한 보컬 멜로디가 돋보이는 음악에 다른 악기는 하나도 없이 무대에 함께한 백코러스들의 목소리와 박수 소리, 발장구 등을 이용한 아카펠라 형태의 라이브를 선보이며 흥미로운 실험을 이어왔다. 가장 최근의 뮤직비디오 ‘Lasso’에서, 그는 마치 중력을 거스르듯 허공 위에서 춤을 추며 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Mondo Grosso ‘ラビリンス’(feat.Mitsushima Hikari) MV (2017)

몬도 그로소(Mondo Grosso)는 이미 예전에 사라진 팀이라고 생각했다. 2004년 이후로는 사실상 프로듀서인 오사와 신이치(Shinichi Osawa)의 1인 그룹이 되면서 모든 곡을 그의 이름으로 발표하고 몬도 그로소라는 그룹명을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7년 여름, 14년 만에 그들의 신곡 ‘ラビリンス(미궁)’이 나왔다. 최근 일본 음악 신의 경향과는 다르게, 최초로 전곡을 일본어 가사로 썼다고 한다. 뮤직비디오는 1990년대 왕가위 영화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면 으레 떠올릴 법한 홍콩 속 화려한 불빛의 주상복합 건물들과 간판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무엇보다 이 노래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일본 배우이자 가수 미츠시마 히카리(Mitsushima Hikari)가 춤을 추며 등장해 눈길을 끈다.

 

Writer

서울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노래로 지어 부르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낯선 세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작업자.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유유'는 한자로 있을 '유'를 두 번 써서 '존재하기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멋대로 사용 중. 2018년 9월부터 그동안 병행 해오던 밴드 '유레루나' 활동을 중단하고, 솔로 작업에 더 집중하여 지속적인 결과물들을 쌓아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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