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비싸기로 악명높은 홍콩에는 약 20만 명 넘는 사람들이 3평 남짓한 11평방미터 크기의 공간에 거주한다. 이마저도 지불할 수 없는 일부분의 사람들은 그보다도 더 비좁은 1.4평방미터의 공간에 거의 몸을 구겨 넣다시피 생활하면서 매달 1,450 홍콩달러(한화 21만 원 정도)를 넘나드는 사악한 방세를 지불해야 한다.

홍콩 사진작가 베니 램(Benny Lam)은 사회단체 ‘SoCO’와 손잡고 비좁은 단칸방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찍었다.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진 홍콩의 주거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몸 하나 제대로 누일 수 없는 싱글 매트리스 크기의 방에 식기, 잡동사니, 옷 그리고 사람이 무분별하게 뒤섞인 모습은 문득 지금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밀실 공포증이 생길 것 같은 ‘쪽방’ 라이프를 천천히 들여다보자.

©Benny Lam
©Benny Lam
©Benny Lam
©Benny Lam
©Benny Lam
©Benny Lam
©Benny Lam

극악한 인구 밀도와 넘쳐나는 거주공간의 수요를 고려해 홍콩의 집주인들은 쪽방을 만들었다. 공간을 최대한 많이 분할함으로써 비좁은 셋방을 다닥다닥 이어 놓은 거주 공간을 홍콩에서는 ‘코핀 홈(coffin home, 棺材房)’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한 몸 간신히 누일 수 있는 ‘관’처럼 좁은 집이라는 뜻이다.

©Benny Lam
화장실에 주방이 더해져 음식물과 식기, 취사도구들이 변기에 맞닿아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Benny Lam
Benny Lam, <Leben auf 6,4 quadratmeter(6.4 평방미터의 삶)>, Lead Awards 2013 보도사진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넉넉지 않은 경제 사정 때문에 할 수 없이 고시텔, 쪽방, 하숙 등 비좁은 거주공간으로 내몰리는 것은 단지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집값을 충당하지 못하고 아등바등 생활한다. ‘사람답게’ 살고 싶지만 먹고 자는 데 지출하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이러한 현실에 시름하며 퍽퍽한 거주 현장을 고발하는 작업을 벌여온 두 사진가의 작품을 더 감상하자.

©심규동
©심규동

사진작가 심규동은 10개월간 신림동 고시원에 머물며 그곳의 좁은 복도와 벌집같이 다닥다닥 붙은 방들, 공동주방과 욕실, 화장실, 그리고 고시텔에 사는 사람들을 찍었다. 첫 사진집 <고시텔>은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모은 것이다. 2017년에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고시텔 – 영혼의 집>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Brian Cassey
©Brian Cassey
©Brian Cassey
©Brian Cassey

호주 케언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 브라이언 캐시(Brian Cassey)도 홍콩의 ‘코핀 홈’을 찍었다. 베니 램이 똑같은 앵글, 똑같은 포맷으로 각자 다른 삶을 사는 쪽방 라이프를 담았다면, 브라이언 캐시는 구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코핀 홈의 앞뒤, 좌우를 꼼꼼하게 찍었다.

세계 방방곡곡을 직접 발로 뛰며 생생한 삶의 현장을 기록한 브라이언 캐시의 사진을 그의 홈페이지에서 모두 확인하자.

Brian Cassey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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