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ain Fantasticㅣ2016 | 감독 맷 로스ㅣ출연 비고 모텐슨, 조지 맥케이, 사만다 이슬러, 애너리즈 바쏘, 니콜라스 해밀턴, 슈리 크룩스, 찰리 쇼트웰

아버지 ‘벤’(비고 모텐슨)과 여섯 명의 아이들은 도시와 떨어진 숲속에서 ‘자연’스럽게 산다. 사냥과 채집을 통해 음식을 얻고,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훈련을 한다. 텔레비전이나 게임기 대신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책을 읽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여가를 즐긴다. 도시와는 전혀 다른 생활이지만, 캡틴 ‘벤’의 듬직한 지도로 아이들과 함께 꾸려가는 산속 생활은 부족함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 치료를 위해 도시로 잠시 떠나 있던 엄마의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엄마를 만나기 위해 낯선 도시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도시에는 캡틴과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리고 그들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도시의 현실을 난생처음 마주한 아이들은 저마다 혼란에 빠지고, 꿋꿋한 신념을 지키며 살아온 벤 마저 고민에 빠진다. 과연 벤과 아이들은 그들이 원하는 파라다이스에 계속 머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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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시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늘고 있다. 예컨대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나 시사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는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난 ‘귀농’을 소재로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귀농과 비슷한 맥락으로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모두 기존 삶의 방식에 의문을 품고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려는 양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간혹 그 대안적 삶들은 뭉뚱그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이상한’ 것으로 비치곤 한다. <캡틴 판타스틱>의 캡틴 가족이 맞닥뜨리는 갈등도 같은 얘기다. 영화는 캡틴 가족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건 틀린 걸까? 곧 캡틴과 아이들은 정답도, 오답도 아닌 ‘판타스틱’한 답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믿고 보는 캡틴, 비고 모텐슨

“용기 있고 패기 있게 만끽해. 인생은 짧아.”
벤의 지휘로 6남매는 매일 아침 가파른 산을 오르고, 짐승 사냥, 암벽 등반 같은 거친 훈련도 받는다. 어린 막내라고 예외는 아니다. 또한 자본주의와 현대사회 시스템을 거부하는 벤의 교육 방식은 학교 대신 독서다. 아이들은 책만으로도 정치, 철학, 교양, 문학 등을 섭렵하며 학교 교육과정을 훨씬 뛰어넘는 지식을 쌓는다. 자기만의 기준과 신념이 확고한 아버지 벤은 영화 제목처럼 이 자연주의 부족을 이끄는 ‘캡틴’이다.

캡틴은 비고 모텐슨에게 꼭 어울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더 로드>(2009)의 책임감 강한 아버지, <데인저러스 메소드>(2012)의 차가운 카리스마를 지닌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강인한 외모와 리더십을 지닌 아라곤 같은 캐릭터를 통해 일찌감치 카리스마 넘치는 캡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배우뿐만 아니라 시인, 사진작가, 화가로서 다방면에 뛰어난 역량을 펼치고 있는 비고 모텐슨은 이 영화 속 역할에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실제로 극 중 소품에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채워 놓고, 결혼식 때 입었던 빨간 무늬 복고풍 셔츠를 의상으로 활용해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아역 배우들 

"미션, 엄마 구하기!"
숲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먹고, 놀고, 배우는 아이들은 운동선수 못지않은 강한 체력과, 사회에서 자란 또래보다 훨씬 뛰어난 지식을 자랑한다. 그런 아이들이 느낀 첫 번째 결핍은 바로 엄마의 빈자리다. 하지만 엄마의 부재에 대한 슬픔도 잠시, 이내 도시에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미션이라 외치며 씩씩함을 잊지 않는다. 영화 내내 유쾌함을 책임지는 개성 넘치는 아역배우 여섯을 소개한다. 

▲ (왼쪽부터)조지 맥케이, 사만다 이슬러, 에너리즈 바쏘

첫째 ‘보’는 세계 유수의 명문대에 모두 합격하는 수준급 이상의 지식을 갖췄지만, 정작 사랑을 책으로만 배운 탓에 난처한 상황을 겪는다. 올해 27살인 아역배우 출신의 조지 맥케이의 열연은 보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키엘러’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헤쳐가는 역할로, 미국 CWTV 드라마 <슈퍼내추럴>을 통해 배우로서 인지도를 넓히고 있는 사만다 이슬러가 맡았다. 셋째 ‘베스퍼’는 에너지 넘치는 행동대장이다. 최근 공포 영화 <위자 : 저주의 시작>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한 에너리즈 바쏘가 밝은 얼굴로 등장한다. 

▲ (왼쪽부터)니콜라스 해밀턴, 슈리 크룩스, 찰리 쇼트웰

평범한 생활을 원하는 넷째 ‘렐리안’을 맡은 니콜라스 해밀턴은 미국의 사회비판적 지식인 노암 촘스키의 생일을 기념하는 가족들을 향해 “미친 게 아니냐”며 반항하는 리얼한 연기를 선보인다. 다섯째 ‘사자’는 고등학생도 이해하기 어려운 <권리장전>을 줄줄 외우는 똑똑하고 명랑한 꼬마다.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한 아역 배우 슈리 크룩스의 귀여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칼과 도끼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살벌한 매력의 꼬마지만, 엄마를 찾을 땐 영락없는 막내인 여섯째 ‘나이’는 아역 배우 찰리 쇼트웰이 연기해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감독으로 돌아온 맷 로스의 섬세한 시선

▲ 아역배우 옆의 맷 로스 감독

앞서 크리스찬 베일과 함께 주연으로 활약한 <아메리칸 싸이코>(2000),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출연한 <에비에이터>(2004) 같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먼저 얼굴을 알린 맷 로스가 차세대 감독 대열에 합류했다. 데뷔작 <트웬티 에잇 호텔 룸스>(2012)를 통해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단숨에 주목받은 그가 <캡틴 판타스틱>으로 더욱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제69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감독상 수상을 비롯해 2016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으로 선정되며 국내외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맷 로스 감독은 실제로 도시와 떨어진 북캘리포니아 외딴곳에서 지냈던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녹여, 삶에 대한 진솔한 고민을 담았다. ‘훌륭한 부모로 산다는 것’에 관한 감독의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한 영화는 현대의 교육, 사회, 가족에 관한 현실적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것은 차세대 감독의 남다른 경험과 개성 만점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덕이다.

(메인이미지 - <캡틴 판타스틱> 포스터)
(본문이미지 - <캡틴 판타스틱> 스틸컷 출처 I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