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록시 뮤직(Roxy Music)의 리더 브라이언 페리(Brian Ferry)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영국의 팝 음악계는 80년대 후반 들어 소울과 재즈가 가미된 고급스러운 스타일의 팝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현하였다. 이들은 록에서 벗어나 키보드와 브래스가 가미된 매끈한 팝 사운드를 지향했는데, 평론가들은 이 서브 장르를 소피스티 팝(Sophisti-Pop)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전성기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활동 중이며, 재지하고 부드러운 음악과 두터운 팬층으로 요즘도 재즈 페스티벌의 단골로 등장한다.

브라이언 페리가 보컬로 있던 Roxy Music(1973)

 

스윙 아웃 시스터(Swing Out Sister)

데뷔 싱글 <Break Out>의 세계적 히트로 혜성처럼 등장한 맨체스터 출신의 팝그룹. 이 곡이 영국에서 4위, 미국 컨템포러리 팝차트 1위에 오르면서 스윙 아웃 시스터는 단숨에 국제적인 스타가 되었다.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보컬 코린 드루어리(Corinne Drewery)를 포함한 3인조로, 세련된 감각과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이다.

스윙 아웃 시스터의 데뷔곡이자 최대 히트곡 'Breakout'

하지만 트리오는 듀오로 바뀌고 후속 앨범은 데뷔작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이 년 차 징크스에 빠진 것일까? 하지만 이들의 스무스 재즈 사운드는 일본에서 꾸준히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동시에 이들은 인도네시아 자바 재즈페스티벌의 단골 게스트로 초청되는 등 밴드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2008년 발표한 앨범은 미국 재즈 차트 10위권에 오르며 여전히 고정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도쿄 ‘빌보드 라이브’에서 공연 중인 스윙 아웃 시스터(2013)

 

바시아(Basia) 

폴란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바시아는 데뷔앨범 <Time and Tide>(1987)와 두 번째 앨범 <Prime Time TV>(1989)를 2백만 장씩 팔아 치우며 단숨에 팝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세 옥타브에 이르는 가창력과 도회적 분위기의 음악으로 팝과 재즈 차트 양쪽에서 선두권에 올랐다.

그는 특히 일본, 필리핀, 프랑스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지만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남긴 채 정상의 무대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15년이 지난 2009년 복귀하면서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앨범 <It’s That Girl Again>이 미국 재즈 차트 10위에 진입하여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보여 주었다.

자바 재즈페스티벌 2013에서 공연 중인 바시아

 

심플리 레드(Simply Red)

보컬과 작곡을 맡은 믹 헉널(Mick Hucknall) 중심으로 결성된 맨체스터 출신의 6인조 그룹. 이들의 데뷔 앨범 <Picture Book>(1985)은 수록곡 10곡 모두 영국 차트 톱 10에 오르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제까지 12장의 정규 앨범으로 5천만 장에 이르는 판매고를 올린 정상의 브릿팝 그룹이다.

네 번째 앨범 <Stars>(1991)의 첫 번째 트랙 ‘Something Got Me Started’

멤버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서 혼자 남은 믹 헉널은 2010년 공식적으로 밴드를 해산했다. 동시에 밴드 결성 30주년을 맞은 2015년, 멤버들을 불러 모아 활동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심플리 레드는 약속대로, 2015년 밴드를 재결성해 새 앨범을 발표하고 1년에 걸친 유럽 투어를 강행하는 등 중견 밴드로서 우직한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해에는 열두번째 정규앨범 <Blue Eyed Soul>(2019)을 영국차트 Top 10에 올려 놓았다.

심플리 레드의 최고 히트곡 'Holding Back the Years'를 부르는 믹 헉널(암스테르담,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