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디즈니 픽사의 총괄 디렉터이자,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탄생시킨 장본인, 최고의 애니메이터 존 라세터에게도 풋풋한 시절은 있다. 1980년대로 돌아가 보자. 지금 봐도 ‘픽사스러운’ 퀄리티와 유쾌함이 느껴지는 존 라세터의 단편 애니메이션 4편을 소개한다. 아래 단편들은 픽사의 초기 작품들을 모아 놓은 픽사 쇼트 필름 컬렉션(Pixar Short Films Collection)에 수록된 작품들이다. 

 

1. <안드레와 월리 꿀벌의 모험>

The Adventures Of Andre And Wally B.ㅣ1984ㅣ2분

어린 시절부터 만화에 푹 빠져 살았던 존 라세터(John Lasseter). 디즈니에서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예술학교, 칼아츠를 졸업하고 곧바로 디즈니의 애니메이터로 입사한 그는 우연히 보게 된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곧장 매료된다. 1980년대 초, 영화제작사 루카스필름(Lucas Film)의 컴퓨터 그래픽 부서로 간 그는 생애 첫 3D 단편 애니메이션을 완성한다. 디즈니에서 3D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한 후였다. 이 작품은 당시로써 몹시 혁신적인 3D 디지털 그래픽을 보여주며 시그래프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2. <룩소 주니어>

Luxo Jr.ㅣ1986ㅣ2분

이후 존 라세터는 3D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1986년, 우리가 아는 ‘픽사’가 탄생한다. 당시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퇴출당한 스티브 잡스는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그래픽 파트를 인수하여, 컴퓨터 화면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인 ‘픽셀’(Pixel)과 ‘예술’(Art)을 합쳐 '픽사'(Pixar)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었다. 이 시기 존 라세터가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룩소 주니어>는 픽사의 탄생을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익숙한 스탠드 캐릭터가 주인공. 바로 픽사 애니메이션의 공식 로고에 등장하는 그 스탠드의 데뷔작이다.

 

3. <틴 토이>

Tin Toyㅣ1988ㅣ5분

연이어 만든 작품 <틴 토이>는 한층 향상된 3D 그래픽과 기발한 스토리를 선보인다. 덕분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하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에 첫 번째 상을 안겨주었다. <틴 토이>는 아기를 피해 도망치는 장난감 병정 이야기다. 특히 장난감 병정이 먼저 아기를 피해 침대 밑에 숨어 있던 다른 장난감을 만나는 장면은 픽사의 대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1995)를 연상케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존 라세터가 만든 이 귀여운 ‘틴 토이 스토리’는 추후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세기의 명작 <토이 스토리>가 된다.

 

4. <장식품>

Knick Knackㅣ1989ㅣ3분

존 라세터와 픽사는 혁신적인 3D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접목하여 단연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1989년 선보인 단편 애니메이션 <장식품>은 그러한 픽사의 기술력과 유머 감각을 잔뜩 시도한 작품이다. 스노우 볼에 갇혀 있는 눈사람이 예쁜 인형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 펼치는 별별 탈출 작전을 감상해보자. 3D 그래픽이 보여주는 특유의 질감과 그에 딱 떨어지는 사실적인 효과음, 존 라세터의 재치 있는 각본이 어우러진 애니메이션은 정말 ‘픽사스러운 사랑스러움’의 고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