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흑백 로맨스 영화를 소개한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헛소동>과 어쩔 수 없이 거짓을 고해야 하는 주인공의 비애와 고뇌를 다룬 영화 <프란츠>다. 무엇보다 두 거장 감독, 조스 웨던과 프랑소와 오종이 그리는 한 편의 세련된 클래식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헛소동>

Much Ado About Nothingㅣ2012ㅣ감독 조스 웨던ㅣ출연 에이미 아커, 알렉시스 데니소프, 프란 크랜즈, 질리안 모게즈

두 커플(?)이 있다. 첫눈에 반해 영원을 맹세하려는 ‘클라우디오’(프란 크랜즈)와 ‘헤로’(질리안 모게즈), 그리고 만나기만 하면 서로 물어뜯고 으르렁대기 바쁜 ‘베네딕’(알렉시스 데니소프)과 ‘베아트리스’(에이미 아커)다. 상식대로라면, 첫 번째 커플이 잘될 확률이 훨씬 높았겠지만,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클라우디오와 헤로 커플은 누군가의 모함으로 인해 쉽게 상대를 의심하며 돌아서는 반면, 만나기만 하면 독설을 퍼붓던 베네딕과 베아트리스는 상대가 자신에게 푹 빠졌다는 주변인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너무나도 쉽게 사랑에 빠진다. 헛소문으로부터 시작된 한바탕의 헛소동. 빠지기도 쉽지만 깨지기는 더 쉬운 사랑의 소란스러움에 대한 영화다.

<헛소동> 메인 예고편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 동시에 <어벤져스>(2012~2015) 시리즈로 유명한 조스 웨던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점 또한 흥미롭다. 평소 셰익스피어 작품 낭독회를 가질 만큼 그의 광팬이었던 조스 웨던 감독은 <어벤저스>(2012)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일주일의 휴가 기간을 이용해 야심찬 셰익스피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영화 속 가장 큰 볼거리를 꼽는다면 단연 여름밤의 나른함 속에 펼쳐지는 가면무도회의 로맨틱한 무드. 파티가 펼쳐지는 대저택의 근사한 정원을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에 등장하는 구절을 담은 음악이 우아하게 흐르는 장면은 가히 환상적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탁월한 묘사, 감각적인 흑백의 영상미, 사랑과 연애에 관한 예리한 통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려낸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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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Frantzㅣ2016ㅣ감독 프랑소와 오종ㅣ출연 피에르 니네이, 폴라 비어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의 작은 마을, 전쟁으로 약혼자 ‘프란츠’를 잃고 슬픔에 빠진 ‘안나’ (폴라 비어)에게 자신을 프란츠의 친구라 소개하는 프랑스 남자 ‘아드리앵’(피에르 니네이)이 찾아온다. 안나는 서서히 프란츠의 빈자리를 채우는 아드리앵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지만, 비밀을 간직한 채 괴로워하던 아드리앵은 돌연 편지 한 통을 남기고 프랑스로 돌아가는데.

<프란츠> 메인 예고편

<프란츠>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독일과 프랑스다. 약혼자를 잃고 슬픔에 빠진 여인에게 찾아온 수수께끼의 남자와 둘 사이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프랑스 대표 시네아스트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단연 흑백 모노톤과 컬러 파스텔톤을 넘나드는 드라마틱한 연출. 거짓말을 하거나, 과거를 회상하는 신, 행복한 순간들을 표현할 때를 제외한 장면은 전부 무미건조한 흑백으로 처리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폐허가 된 독일과 프랑스를 흑백 필름으로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상처를 애도하려 했던 감독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한데, 실제로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색채를 입혀 모든 장면을 촬영할 계획이었지만 촬영 한 달 전 모든 계획을 변경했다. <이브 생 로랑>(2014)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피에르 니네이와 신인 배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묵직한 내면 연기로 주목받는 폴라 비어의 열연이 도드라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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