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ul Company (출처- hiphople.com)

최근 신보를 들고 나타난 힙합 뮤지션 몇 명이 유독 눈에 띄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모두 과거에 ‘소울컴퍼니’ 소속이었다는 점 때문에 눈에 띈다고 하는 게 맞겠다. 명실공히 2000년대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의 중요한 레이블이었던 소울컴퍼니는 이제 과거가 됐다. 하지만 이 곳을 거쳐 간 수많은 아티스트들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2011년 각자의 음악적 방향성을 좇아 흩어진 몇몇 뮤지션들이 최근까지 활동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대수롭지 않더라도, 가장 최근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이들의 음악을 나란히 보는 것은 재미도, 의미도 있다.


더 콰이엇(The Quiett)

2004년 소울 컴퍼니 시작의 중심에 '더 콰이엇’이 있었다. 왕성한 힙합 팬이라면 다 아는 ‘일리네어 레코즈’의 공동 CEO이자 프로듀서, 래퍼다. 그는 소울컴퍼니의 출발점이었던 첫 컴필레이션 앨범 <The Bangerz>의 프로듀싱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힙합 프로듀서 겸 래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래퍼 키비(Kebee)와 같이 부른 ‘Interview’에는 스무 살 더 콰이엇의 풋풋한 자신감이 가득 담긴 가사와 랩이 오간다. 10여 년 전 노래지만, 느껴지는 건 촌스러움보다 신선함이다.


▲ ‘Interview’- 더 콰이엇과 키비가 같이 작업하고 랩을 했다. 이 둘의 작업은 'Bee Quiett' 라는 프로젝트 팀으로도 불렸다.

더 콰이엇은 인스트루멘탈 음반 <Q Train>(2006)을 통해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힙합음반상을 받으며 한국 언더 힙합 신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나갔다. 그 후 2010년 12월, 소울컴퍼니 멤버 대부분이 참여한 디지털 싱글 <Still a Team>을 마지막으로 그해 연말공연에서 탈퇴를 선언해 소울컴퍼니를 지지하던 많은 팬의 아쉬움을 샀다. 그리고 지금의 일리네어로 옮긴 더 콰이엇은 이제 열정과 패기보다는 마땅히 실력과 명예를 자랑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힙합 뮤지션으로 자리잡았다.

▲ ‘Beautiful Life II(ft. Hash Swan)’– 쉴 틈 없이 싱글을 내고 있는 더 콰이엇의 노래. 2013년 발표했던 곡 'Beautiful Life'의 연작이다. 해쉬스완의 피처링이 만만치 않다.

 

 

이루펀트(Eluphant)
- 키비(Kebee), 마이노스(Minos)


더 콰이엇과 함께 소울컴퍼니 창단멤버의 구심점이었던 '키비'를 설명할 차례. 2003년 힙합 레이블 '신의의지' 음반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소울컴퍼니의 시작과 끝을 같이 했다. 키비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노랫말을 중시한 랩으로 당시 한국 감성 힙합의 시작으로도 불렸다. 비트 샘플링을 기반으로 하는 그 시절 전형적인 언더 힙합 스타일이었던 키비는 편안한 스토리텔링을 지향하는 마이노스(Minos)와 2006년 ‘이루펀트’라는 프로젝트 팀을 결성해 같이 곡을 내기 시작했는데, 레이블 해체 직전 마이노스가 소울컴퍼니에 입단하면서 정식 팀이 됐다.


▲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 졸업식(Feat. 정기고)’– 더 콰이엇이 작곡한 이루펀트의 첫 번째 곡. 정기고의 목소리를 더해 한층 달달한 힙합이 됐다.


이루펀트는 특히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한국 힙합 신의 편견을 깼다는 평을 받았다. 주로 보컬 피처링을 더한 부드러운 힙합 스타일은 대중의 인기도 사로잡았다. 어감이 친숙한 '이루펀트'는 키비의 프로듀서명 'Eluka'와, 마이노스가 감명 깊게 읽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에서 따온 'Elephant'를 합성한 것이다. 실제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감성이 이들의 노래와 닿아 있을지는 확인해 볼 일이다.

▲'Newport (Feat. San E)'- 10월에 발표한 신곡. 소울컴퍼니 시절부터 함께 해온 프로듀서 'G-Slow'의 비트 위에 이루펀트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담긴 가사를 얹혔다.

 

크루셜 스타(Crucial Star)

크루셜 스타는 2008년 유일하게 공개 오디션 'Microphone Fiend'을 통해 소울컴퍼니에 입단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크고 작은 공연에 함께하며, 2010년 첫 싱글 <Catch Me If U Can>을 발표해 공식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크루셜 스타는 힙합 트렌드에 맞게, 자신만의 감각으로 구성할 줄 아는 프로듀서이자, 보컬도 소화하는 래퍼다. 크루셜 스타의 트렌디한 개성을 담은 첫 EP 앨범 <A Star Goes Up>(2011)은 당시 힙합 신에 신선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 'Tonight(Feat. 샛별)'– 여성 보컬 샛별의 목소리와 함께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 크루셜 스타는 다양한 보컬리스트의 피처링을 더해 감성적인 힙합을 들려준다.

2011년 소울컴퍼니가 해제하고 다른 소속으로 옮긴 후에도 크루셜 스타는 특유의 팝 스타일 힙합을 들려줬다. 특히 샛별, 어반자카파 조현아, 걸스데이 소진 같은 여성 보컬리스트의 피처링이 더해진 랩은 크루셜 스타 음악의 매력 중 하나다. 최근 10월에 발표한 EP 앨범 <Fall 2>에는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해 더욱 성숙해진 음악적 색깔을 증명하고 있다.


▲ '가을엔(Feat. 김나영)’- 감성 보컬리스트 김나영의 호소력 짙은 음색이 가미되어, 힙합과 얼터너티브 록이 섞인 듯한 느낌을 준다.


소울컴퍼니를 좋아했던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추억 어린 즐거움 하나 더. 2011년 11월 27일에 가진 마지막 콘서트 ‘샘, 솟다’ 영상을 통해 그간 소울컴퍼니를 거쳐 간 뮤지션과 대표곡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 ‘Still A Team’
메인 이미지 출처 hiph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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