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인 면에서 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alis)는 클래식과 재즈 두 분야에 더는 오를 곳이 없을 정도다. 부모 형제 모두 유명한 재즈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음악 신동이란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아버지는 뉴올리언즈의 저명한 피아니스트 엘리스 마살리스(Ellis Marsalis Jr.)이고, 형제 중 브랜포드 마살리스(Branford Marsalis)와 델피지 마살리스(Delfeasy Marsalis) 또한 유명한 재즈맨이다. 이 가족은 뉴올리언스 출신답게 루이 암스트롱의 딕시랜드 스타일을 즐겨 연주한다.

딕시랜드 'Struttin' With Some Barbecue'을 연주하는 Marsalis Family(2001)

그는 줄리아드 음대 졸업 후, 19세에 아트 블레키의 재즈 메신저(Art Blakey and Jazz Messengers) 밴드에서 연주하며 일찌감치 스타 대열에 올랐다. 클래식 음반 16장과 모던재즈 음반 30장 이상을 발매하여 총 5백만 장 이상을 판매하였다. 생애 9개의 그래미를 수상하였는데, 특히 1984년에는 클래식과 재즈 양쪽에서 동시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당시 시상식 기념 연주를 들어 보자. 존 덴버의 사회로 같은 무대에서 클래식과 자신의 재즈 창작곡을 이어서 연주하는 진귀한 장면이다.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클래식 트럼펫을 연주하는 윈튼(그래미 1984)
바로 이어서 재즈 콤보 편성으로 재즈 트럼펫을 연주하는 윈튼(그래미 1984)

윈튼 마살리스의 음악적 성취와는 달리, 재즈계 내에서는 그에 대한 혹평 또한 상당하다. 시작은 30년 전인 1986년, ‘밴쿠버 재즈페스티벌’의 수많은 관중 앞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충돌에서 비롯한다. 마일스의 밴드가 연주하는 도중 예정에 없던 윈튼이 트럼펫을 들고 무대로 들어섰고, 마일스는 연주를 중단시키고 욕을 하면서 그를 내쫓은 것이다. 거의 주먹질이 오갈 뻔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이 사건은 두고두고 재즈 팬들의 입에 오르내린 가십거리가 되었다.

최근에 윈튼 마살리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요약하자면, 세 명의 밴드 친구들과 함께 페스티벌로 가는 차 안에서, 윈튼과 그 가족에 대한 마일스의 계속된 모욕과 험담에 대응하는 의미로 마일스에게 대들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자 1백 달러씩 총 3백 달러를 걸고 내기하였지만, 그 사건 이후에 3백 달러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윈튼 마살리스(좌)와 마일스 데이비스(우)

이때부터 윈튼에게는 ‘일찍 성공한 거만한 악동’ 이미지가 생겼다. 그를 비난하는 평론가나 아티스트들은 그의 연주 테크닉에 비해 즉흥연주 실력은 떨어진다고 평가절하한다. 일례로 재즈 평론가 하비 페커(Harvey Pekar)는 다음과 같이 쓰기도 했다.

“마살리스가 잘하는 건, 남들이 쓴 악보를 연주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가 훌륭한 트럼펫 연주자인 건 맞아요. 그러나 창의성 부족 때문에 (중략) 즉흥연주와 작곡은 잘해봤자 모방하는 정도죠. 게다가 그는 링컨센터 재즈프로그램 총괄로 재직하면서, 혁신적인 뮤지션들에게는 노골적으로 적대적이었어요.”

그 배경에는 그가 1960년대 중반 이후의 프리 재즈(Free Jazz)와 퓨전 스타일 재즈를 인정하지 않고 재즈 본류(Jazz Mainstream)를 중시했다는 데 있다. 그는 링컨센터의 재즈 프로그램 디렉터 같은 요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재즈의 역사와 전통에 박식한 그는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시대의 재즈 본류 스타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종의 근본주의자다. 그에게 1997년 퓰리처 작곡상을 가져다준 ‘Blood on the Field’를 들어보자. 1800년대 후반 뉴올리언스 지역의 노예제도 시절을 떠올리는 곡이다.

윈튼 마살리스 오케스트라 'Work Song - Blood on the Fields'(2013)

젊은 신세대 윈튼이 전통적인 재즈 근본주의자가 되고, 재즈계의 레전드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 록 또는 퓨젼재즈로 변화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재즈 역사의 아이러니다. 윈튼이 젊은 재즈 학도들에게 강조하는 유명한 어록에 그의 재즈 철학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Don’t Settle for Style. Succeed in Substance.” (“스타일을 위해 절충하지 말고, 근본에서 성공하라.”)

윈튼이 트럼펫 명연주로 인기를 날리던 1990년대 초반 녹음한 ‘Standard Time’ 시리즈 중 한 곡을 들어보자. 콤보인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마커스 로버츠(Marcus Roberts)는 30년 전 밴쿠버로 같이 가던 그 세 명의 친구 중 하나다.

<Standard Time Vol.2>에 수록한 'When It's Sleepy Time Down So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