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필터가 없다. 드라마 속 인물의 과장된 억양과 대사도 현실에서는 농담의 소재로 오갈 때가 자연스럽다. 실제의 우리는 주변 사람의 별다르지 않은 말과 행동에 때때로 깊이 위로 받는다. ‘바른생활’의 음악은 그렇게 담담하게 귓가를 울린다.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끄덕일 만큼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만큼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 바른생활 앨범 [춤을 춰](2016) 소개글 중

‘바른생활’은 이가을(건반&보컬)과 최혜인(기타&보컬)으로 이뤄진 혼성 팝 듀오다. 이들은 2014년 싱글 앨범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6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이름 그대로 바르고 성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팀이다. 따스한 햇볕이 있던 오후, 바른생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신문방송학과 선후배로 만난 사이라 들었어요. 함께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혜인 저희 과에 연극동아리가 있어요. 거기서 처음 뮤지컬을 하게 됐는데 연출하는 선배가 “신문방송학과 안에서 음악하는 사람 모아보자.” 해서 저랑 오빠를 부른 거에요. 그때 처음 만났고, 뮤지컬 곡을 작곡하면서 서로 음악이 괜찮다. 같이 밴드해볼래? 얘기가 된 거죠.
가을 밴드 하기 전부터 저는 집에서 컴퓨터로 음악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고, 혜인 씨는 작곡과 복수전공을 했어요.

팀 명 ‘바른생활’을 보고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가 떠올랐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가을 처음에 회의를 하며 어떤 이름을 할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바른생활’이 나왔는데, 우선 단어 느낌이 마음에 들었어요. 저희 음악이 약간 복고적인 느낌도 있고. 또 ‘바르다’는 뜻이 개인이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잖아요. 반어적인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아, 이거 괜찮다. 우리가 그렇게 바르진 않으니까.’ 하고 정했죠.(웃음)
혜인 여러 단어가 나왔어요. 오빠 이름이 ‘가을’이니까 가을에 관련된 이름을 지어볼까. ‘즐거운 생활’이 나오기도 했고. 많이 나왔죠.

2014년 발표한 첫 싱글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이후 싱글 앨범을 꾸준히 발표해왔어요. 이름 그대로 음악가로서 ‘바른생활’을 하고 계신데 본업으로 하고 있는 건가요?
혜인 저는 음악 활동이 본업이에요. 영화음악이랑 같이 하고 있어요.
가을 저는 좋게 말하면 프리랜서에요. 음악을 하면서 다른 여러 일을 하고 있어요. 저희 부모님 식당 일도 돕고,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고 있어요.
혜인 가을 씨가 사진을 되게 잘 찍어요.
가을 네, 여러 가지 일을 다 하고 있어요.(웃음)

▲ 장소협찬 Fuse Coffee

곡의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바른생활만의 따뜻하고, 소박하고, 포근한 감성이 녹아 있어요. 사운드도 과하지 않고, 한 사람이 튀는 것 없이 둘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울려 좋았어요. 음악적 공통점이 있을 것 같아요.
혜인 사실 저희가 음악적 성향은 되게 달라요. 그나마 공통된 것이 j-POP이에요.
가을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멜로디가 차분하고 밴드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음악이 한국 인디신에도 많지만 일본 음악에도 많죠. 아무래도 잔잔한 밴드 사운드 취향이 잘 맞다 보니까 지금 ‘바른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뮤지션은요?
가을 요즘은 둘 다 ‘밸 앤 세바스찬' (Belle And Sebastian)이라는 외국 밴드를 좋아해요. 열심히 듣고 있어요. 그분들을 모티브로 삼았죠.
혜인 저는 ‘윤하’ 씨를 되게 좋아해요. J-POP에서도 활동을 많이 하시잖아요. 또 아이돌 노래도 좋아해요. 옛날 꿈이 아이돌이었기 때문에.(웃음)

편곡을 둘이 함께 한다고 알고 있어요. 처음 만들었을 때와 편곡 후 느낌이 많이 다른가요?
혜인 곡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가을 저는 노래를 만들 때, 혜인 씨가 부르는 이미지를 상상하고 만들거든요. 여자 보컬이 이렇게 부르겠다, 상상을 해야 노래가 잘 만들어지는 편이라. 그런 걸 미리 생각하고 만들기 때문에 확 바뀌진 않는 것 같아요.
혜인 근데 확 바뀐 곡이 몇 개 있긴 해요. 대표적인 게 ‘스르륵’이라는 곡인데 굉장히 많이 바뀌었죠.

안 그래도 ‘스르륵’이 좀 서늘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혜인 부제가 ‘바람맞은 날’이라 서늘할 수밖에 없어요.(웃음) 근데 대부분은 처음 편곡이랑 느낌이 거의 비슷해요. 예를 들어 제가 작곡을 하면서 뼈대를 만들면 같이 편곡할 때 살만 붙이는 경우가 많죠.
가을 어차피 작곡이라는 틀이 있으니까. 아예 다시 하는 수준까진 안 가는 것 같아요.

편곡할 때 두 분이 보통 어떤 식으로 조율하세요?
혜인 작곡한 사람의 의도를 존중해요. 최대한 그 사람이 작곡한 의도에 맞추되 거기에 다른 멤버의 색깔을 더하는 거죠.
가을 어쨌든 이건 두 사람의 노래니까 일정 이상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좋은 음악을 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너무 안 맞는다 싶으면 잘라내고, 괜찮은 부분은 살려서 부풀린다거나.
혜인 그래서 버린 곡들도 되게 많아요. 들려줬는데 ‘이건 좀 아닌 거 같아, 버려.’(웃음)

올여름 발매한 싱글 <춤을 춰>는 바른생활의 색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에요. 편곡을 맡았던 ‘9와 숫자들’의 리더 9(송재경) 씨의 영향도 있을 텐데. 그분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혜인 평소 저희끼리만 노래를 만들다 다른 분이 프로듀서로 왔잖아요. 예전에는 둘만 괜찮으면 바로 OK였는데 이번에는 최종으로 9 님이 OK 해야 되는 거니까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많이 거치긴 했어요. 어떻게 보면 의견 조율이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9 님은 저희보다 더 오래 인디신에 계셨으니까 조언도 많이 해 주셨고요. ‘너무 바르게 살지 마라. 너흰 너무 바르다’ 하고.(웃음)

바른생활이 듀오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요. 2016 잔다리페스타에 출연했고, 7월 말엔 이승환의 밴드지원 프로젝트 ‘프리 프롬 올’에 선정되어 쇼케이스도 하셨죠. 앞으로 단독공연이나 큰 계획이 있나요?
가을 좋은 소식이 있어요. 이번에 저희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청년 예술가 지원프로그램 ‘청춘 마이크’에 뽑혔거든요.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그때 여러 문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지원이 나오는데, 바른생활이 서울 지역 공연으로 매달 참여해서 12월까지 해요.
혜인 12월에 연말 느낌이 나는 싱글 앨범을 하나 낼 것 같아요. 내년에는 정규 1집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가을 궁극적인 목표는 큰 페스티벌에 나가서 저희 음악을 알리는 거예요.

▲ 장소협찬 Fuse Coffee

음악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할 계획도 있으세요? 정규 1집에서 그런 시도를 엿볼 수 있을까요?
혜인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외부 뮤지션을 데려와서 새로운 목소리를 저희 곡에 입히고 싶긴 해요.
가을 저는 매번 앨범을 내고 나서 자기반성을 하거든요. 한두 달이 지나면 허술한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는 거예요. 시간이 지면 반성의 시간이 오기 때문에.(웃음) 앞으로 그런 것들을 보완해나가고 싶어요. 좀 더 역량을 끌어올리자고 생각해요.

엔터크라우드에서 기획하는 ‘이색공연’에 ‘동네빵집’과 함께 출연하시죠? ‘이색습관’이라는 테마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번 공연에서 따로 준비한 컨셉이 있나요?
가을 사람마다 여러 습관이 있잖아요. 고치고 싶은 습관일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일부러 갖는 습관도 있고. 연애를 할 때만 생기는 특정 습관일수도 있고. 여러 종류의 습관을 공연 중간에 토크 형식으로 같이 풀어보려 준비하고 있어요.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요. 감성듀오 바른생활이 추천하는 베스트 곡이 있을까요?
가을 한국 뮤지션 중에 좋아하는 밴드가 ‘언니네 이발관’이거든요. 주기적으로 언니네 이발관 음악을 들어요. 그중 사계절 들어도 좋은 ‘산들산들’을 추천하고 싶어요.
혜인 저는 윤하 씨의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을 추천할게요. 노래방 가면 항상 부르는 곡이에요.

마지막으로 바른생활 노래 중에 추천하는 곡은요?
혜인, 가을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동화’를 추천합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잔잔한 음악을 즐겨 듣게 되는 계절이 왔다. 특히 바쁜 일상에 치여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그런 음악들에 더욱 마음이 간다. 그럴 때 바른생활의 음악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귓가를 맴도는 차분한 멜로디와 두 사람의 따뜻한 음색이 더욱 오랜 울림을 줄 것이다.

바른생활을 만나고 싶다면 이 공연에 주목하라
<이색공연 VOL.3 이색습관> 바른생활 X 동네빵집


엔터크라우드(entcrowd)에서 진행하는 '이색공연'은 매달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인디 뮤지션 두 팀을 선정,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사진, 영상과 함께 풀어 나가는 공연이다. 지난 8월에는 '이색여행', 9월엔 '이색소원', 10월에는 '이색습관'이라는 테마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소극장식 공연장인 폼텍웍스홀에서 열린다.

출연 동네빵집, 바른생활
일시10월 27일 목요일 20:00
장소 폼텍 웍스홀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3길 34 1층)
예매 [바로가기]

바른생활 페이스북 [바로가기]
바른생활 ‘춤을 춰’ MV [바로가기]

장소협찬 Fuse Coffee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64-52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인터뷰 이이재
사진 이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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