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나혼자 산다>

'김반장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에게 사뭇 낯선 까무잡잡한 얼굴의 남자는 북한산 기슭에 자리잡은 낡고 오래된 집에 살며 툭하면 지붕 위로 사뿐사뿐 올라가는 더욱 낯선 '나혼자' 라이프를 보여줘 단숨에 화제에 올랐다.

이제 전국의 시청자에게 얼굴깨나 알린 김반장의 진짜 정체성을 말 할 차례다. 도시 속 수수한 자연인의 매력을 뽐낸 그의 진가는 단연 ‘음악’이다. 그의 음악세계를 알고 나면 '김반장을 모르는 이들이야 말로 과연 누구인가'라고 되물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족히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음악가의 태도를 유지해온 실력파, 아니 이 단어만으로 그를 설명하기에는 마땅치 않다. 당장 김반장의 음악을 듣는 것이 더 깊은 매력을 알 수 있는 정확한 방식이다.

 

잊혀지지 않을 소울 펑크의 시작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

<윤도현의 러브레터> 아소토 유니온 ‘Think about' chu’

모던록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드러머(당시 이름 ‘유철상’)로 출발했던 김반장은 2003년 그룹 ‘아소토 유니온’으로 확실히 이름을 알렸다. 아소토 유니온은 1집 앨범 <Sound Renovates A Structure>으로 정통 흑인음악 알앤비를 제대로 들려주며 평단과 인디 신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한 번 들으면 끊임없이 재생하고픈 명곡들을 남긴 채 그룹은 2005년 돌연 해체한다. 김반장은 드러머 겸 리드보컬이라는, 지금도 흔치 않은 독특한 역할을 맡았다. 무려 10년도 더 된 시절임에도 김반장의 소울 가득한 노래와 드럼 연주는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아소토 유니온의 대표곡 ‘Think about' chu’는 지금에서야 듣는 이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들어온 이도, 들을 때마다 새삼 명곡임을 깨닫게 하는 스테디셀러 넘버다.

 

아소토 유니온에 레게를 더하다
김반장과 윈디시티(WindyCity)

김반장과 윈디시티 ‘Love Supreme’ M/V
김반장과 윈디시티 ‘Love Is Understanding’(Feat. 임정희)’

아소토 유니온 이후, 김반장을 주축으로 밴드 ‘윈디시티’가 결성됐다. 국내 소울 펑크 음악의 장르를 개척한 아소토 유니온과 오버랩되는 듯한 윈디시티의 음악은 이전보다 더욱 진하게 레게의 유전자를 담아 한층 리드미컬하고 생동감 넘치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정규 1집 <Love Record>는 독창적인 한국적인 레게 음악으로 ‘2006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알앤비소울 음반상을 받으며 지평을 넓혔다. 따뜻한 건반 연주와 로맨틱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김반장의 목소리가 일품인 'Love Supreme'을 들어보자. 김반장과 윈디시티의 독보적인 소울을 느낄 수 있다. 임정희와 함께 부르는 ‘Love Is Understanding’에서도 김반장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레게로 새로운 장단을 넘나들다
I&I장단(I&I djangdan)

I&I장단 ‘달구경(Moonlight gaze)’ Live

김반장의 존재는 독특한 퓨전 레게 그룹 ‘아이앤아이 장단’의 음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결성한 국내 최초의 덥(Dub)밴드 아이앤아이 장단은 레게와 소울 음악을 연주하는 윈디시티의 김반장과 프랑스에서 온 레게 음악가이자 화가인 롸스타만 화랑이 의기투합한 그룹이다. 한국 전통음악 판소리와 1970년대의 레게에서 기원한 자메이카 음악인 덥이라는 음악 기법이 묘하게 섞인 독특한 사운드에도 김반장 특유의 개성이 드러난다.

 

‘나혼자산다’의 김반장, ‘우리’를 노래하다
김반장

김반장 ‘한 이불 속 우리’
김반장 ‘Boat Journey’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드러밍에 소울 가득한 목소리를 내는 김반장은 최근 좀 더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맥락에 2014년 발표한 첫 번째 싱글 곡 ‘한 이불 속 우리’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따뜻하게 노래한 곡은 역시나 획일적인 사운드를 비껴가는 독창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올해 5월부터 출연했던 방송 덕일까, 같은 달 발매한 싱글 곡 ‘Boat Journey’은 편안하고 잔잔한 멜로디로 김반장의 음악을 한층 친근하게 만든다. 김반장의 모습과 음악이 대중에게 점점 익숙해지더라도 그의 고유한 개성은 흐려지지 않을 것이다. 방송에서 비춘 삶의 방식에서도 느낄 수 있듯, 그가 음악으로 여실히 증명해온 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김반장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메인이미지 출처- © CRAFT AND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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