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면 반가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상이 약간 달라졌나 싶다가도 얘기를 좀 하다 보면 그리운 모습이 되살아나지요. 비록 다른 곳에 있었더라도 각자는 같은 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그리고 반가워서 활짝 웃으며 물어보는 거죠. “이게 얼마 만이야?”

 

4년 만이야! 피닉스(Phoenix)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클리셰를 소재로 패러디한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모았던 'Entertainment'를 수록한 앨범 <Bankrupt!>가 나왔던 것이 2013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미발표곡 'Alone on Christmas Day'를 빌 머레이(Bill Murray)와 함께 커버하여 발표한 것이 2015년이었지만, 그것은 넘어가기로 하죠. 2017년 6월 9일, 피닉스가 새 앨범 <Ti Amo(띠 아모)>로 4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너를 사랑해"라는 뜻을 가진 이 앨범에는 여름과 이탈리안 디스코가 떠오르는 곡들을 담았다고 합니다.

Phoenix 'Goodbye Soleil' Live

4년 만이야! 워시트 아웃(Washed Out)

레트로 팝과 여름으로 표현되는, 여러모로 느슨한 장르 칠웨이브(Chillwave)를 대표하는 주자 워시트 아웃이 새 싱글 'Get Lost'를 발표하였습니다. 워시트 아웃은 싱어송라이터 어니스트 그린(Ernest Greene)의 스테이지 네임인데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였지만, 사서로 취직하기가 어려워서 (...)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가 골방에서 댄스뮤직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박태성 씨는 몇 년 전 홍대 앞의 술집 비행술에서 'New Theory'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예, 물론 엄청 취해있었고, 여름이었습니다.

Washed Out 'Get Lost' MV


8년 만이야! 조 가더드(Joe Goddard)

신시사이저의 귀재, 핫 칩(Hot Chip)의 조 가더드는 본인이 공동 창립한 그레코-로망(Greco-Roman) 레이블에서 2009년에 <Harvest Festival> 앨범을 낸 적이 있습니다. 어쩐지 레이블 이름에서 레슬링 생각이 납니다만, 어쨌거나 새로운 앨범 <Electric Lines>는 도미노(Domino) 레코드와 협력하여 발매하는 모양입니다. 핫 칩과 2 베어스(2 Bears) 등의 활동으로 바빴던 시기를 지나, 보다 개인적인 시도를 담은 결과물을 내놓은 조 가더드는 최근 런던에서 좋은 클럽들이 문을 닫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에 대해 유감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밤새 놀다가 아침에 첫차나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쑥스럽게 웃으면서 맞아. 맞아. 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Home’ 들어보시죠.

Joe Goddard ‘Home’ MV


11년 만이야! 코넬리우스(Cornelius)

오야마다 케이고(小山田圭吾)의 솔로 유닛 코넬리우스가 <SENSUOUS> 앨범을 낸 것이 2006년이었습니다. 박태성 씨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이 시기의 음악은 꽤 난해해서 즐겨 들을 수 있는 종류는 아니었어요. 감각적으로 자르고, 붙이고, 늘리고, 어긋나게 배치하는 기술은 감탄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사이로 흐르는 감정이 단조롭다든가, 매듭이 영 모이지 않는다든가 하는 부분이 아쉬웠어요. 물론 그런 불편함도 당연히 의도한 것이겠습니다만. 그런데, 선공개 된 ‘あなたがいるなら(네가 있다면)’에서는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결이 느껴집니다. 기술적으로는 오히려 더 많이 비틀고 있다는 느낌이지만,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해버리면 감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작품을 감독했던 츠지카와 코이치로(辻川幸一郎)가 맡았고, 새 앨범 <Mellow Waves>는 2017년 6월 28일 공개되었습니다.

Cornelius ‘あなたがいるなら’ MV


19년 만이야! 오자와 켄지(小沢健二)

어느 날인가, 유튜브에 오자와 켄지의 예전 뮤직비디오가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는 봤던 것도 있었고, 들었던 것도 있었고, 보지는 못했지만 들었던 것들도 있었어요. 영상을 하나씩 넘겨보던 정우민 씨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 옛날 오자켄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는 듣도 보도 못한 곡이 하나 있었지요. 그 노래는 ‘流動体について(유동체에 대하여)’라는, 조금 알쏭달쏭한 이름을 갖고 있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다소 여전하달까, 그 얼굴 그대로 곱게 나이가 들어 부드러운 인상의 아저씨가 된 사람이, 마치 헤어짐의 공백이란 없었다는 듯이 너무도 당연한 노래를 아주 자연스럽게 부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것이 밤의 잔디 위에 춤추듯 내려올 때 / 무한한 바다는 넓고 깊고, 하지만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네 / 저기 인기척 없는 골목에 확실한 약속이 보여”라는 가사가 귀에 들려왔을 때, 어쩌면 오랜 비행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小沢健二 ‘流動体について’ MV

여담이지만, 코넬리우스와 오자와 켄지는 후지 록 페스티벌에 같은 날(7월 29일) 출연한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혹시라도 마주치게 되면 이렇게 인사하는 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이게 얼마 만이야?”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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