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에 개봉한 영화 <세일즈맨>은 이란을 대표하는 차세대 거장,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내놓은 신작이다. 아쉬가르 감독은 단순한 스토리지만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내는 연출, 무엇보다 인물의 일상과 내면을 가까이 포착하며 도덕적 딜레마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가 이란의 정치, 종교, 사회적 특수성이나 전쟁의 피폐함,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담았을 것이라는 오해는 말자. 영화는 현대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란의 보편적인 풍경을 통해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각자 가지고 있는 선의 대립이 불러일으키는 현대의 비극”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아쉬가르 감독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무슬림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2017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다. 시상식 하루 전날에는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세일즈맨> 무료상영회를 주최하며 “종교, 국적, 문화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세계의 시민이다"라는 영상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영화 <세일즈맨>은 파시즘, 극단주의를 반대하는 감독의 보이콧 선언에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당히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주인공 부부를 통해 숨가쁘게 변화하는 사회 속 인간의 딜레마를 날카롭게 포착한 <세일즈맨>, 이와 더불어 놓치지 말아야 할 감독의 뛰어난 전작들도 함께 살펴보자.

 

<세일즈맨>

The Salesman│2016│출연 샤하브 호세이니, 타라네 앨리두스티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준비 중인 젊은 부부 ‘라나’(타라네 앨리두스티)와 ‘에마드’(샤하브 호세이니)는 살고 있던 건물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이전 세입자의 물건들이 남아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 하지만 남편 '에마드'가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있던 아내가 낯선 사람에게 습격을 당하고, 이후 그들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는데.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더불어 2016 칸영화제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영화 <세일즈맨>은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사실적이면서도 잔잔하게 표현했다. 감독의 전작 <불꽃놀이>(2006)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타라네 앨리두스티,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로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샤하브 호세이의 섬세하고 강렬한 연기 호흡도 인상 깊다. 무엇보다 이슬람 여성 인권에 관한 감독의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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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The Past│2013│출연 베레니스 베조, 타하드 라힘, 알리 모사파

'아마드'(알리 모사파)는 4년째 별거 중인 '마리'(베레니스 베조)와 이혼하기 위해 파리로 향한다. 오랜만에 찾아간 아내의 집에는 두 딸과 마리의 새 연인 '사미르'(타하르 라힘), 사미르의 불만투성이 아들이 있다. 어느 날, 아마드는 자꾸만 엇나가는 큰딸 '루시'(폴린 버렛)로부터 사미르의 전 부인이 혼수 상태이고, 그것이 아내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이혼을 앞둔 부모와 새 동거인, 자녀가 겪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통해 쉴 새 없이 변하는 인간의 욕망을 포착해낸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감독이기도 한 알리 모사파, 동거인 사미르를 연기한 타하르 라힘,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함께 각자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는 과정이 영화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마리 역의 베레니스 베조는 이 작품으로 제66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예고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Nader And Simin, A Separation│2011│출연 레이라 하타미, 페이만 모아디, 사레 바이아트, 샤하브 호세이니

이민 문제에 관한 의견 차이로 별거를 택한 '씨민'(레일라 하타미)과 '나데르'(페이만 모아디) 부부. 나데르는 아내가 떠나자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간병인 '라지에'(사레 바얏)를 고용한다. 하지만 라지에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는 위험에 처하고, 화가 난 나데르는 격한 다툼 끝에 라지에를 해고한다. 얼마 뒤, 나데르는 라지에의 유산 소식을 전해 듣고 이내 살인죄로 기소되는데. 제61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제8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란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획득한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처럼 ‘부부의 별거’로 비롯한 사건을 다루지만, 전혀 다른 양상으로 갈등을 고조한다. 인물들을 공평하게 관찰하는 카메라와 효과적인 교차편집이 배경 음악 하나 없이도 몰입도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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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엘리>

About Elly│2009│출연 골쉬프테 파라하니, 샤하브 호세이니, 타라네 앨리두스티

독일에서 수년간 생활한 '아마드'(샤하브 호세이니)가 이란에 놀러 온 것을 기념하여 그의 대학동창들은 부부동반 휴가를 떠난다. 늘 경조사의 계획과 준비를 도맡아온 '세피데'(골쉬프테 파라하니)는 딸의 유치원 교사인 '엘리'(타라네 앨리두스티)를 여행에 초대해 독신인 아마드와 연결해 주려 한다. 하지만 여행 둘째 날, 엘리가 행방불명 되면서 즐거웠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깨진다. 이들은 엘리의 행방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모함하고, 책임을 전가하며 그간 숨겨둔 거짓과 본성을 드러낸다. <어바웃 엘리>는 아쉬가르 감독이 각본, 연출은 물론 제작, 의상, 미술까지 도맡은 스릴러 작품으로 인간의 이기심, 죄책감 등을 통해 이란의 여성 문제와 계급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제5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영화 <어바웃 엘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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