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는 생을 마감한 영혼들에게 이승에서의 기억을 지워주는 차를 권한다. 문득 이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아일랜드의 단편 애니메이션 <CODA>에 등장하는 영혼은, 이승에 대한 미련이 남아 이승에서의 시간을 더 갈망하고, 저승사자는 그의 어린 시절과 기억의 단편들을 되돌려 보여준다. 영혼은 끊임없이 “More!”라며 더 많은 기억을 가져가기를 원하면서 점차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코다(Coda)’는 이탈리아어로 ‘꼬리’에서 유래하는 용어로, 음악에서 한 작품 또는 악장의 끝에 위치하여 만족스러운 종결의 느낌을 선사하는 부분을 말한다. 문학으로 따지면 에필로그와 유사한 셈이다. 단편 <CODA>는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 것인지에 대한 주제를 단순화한 이미지의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시한다. 한국어 자막을 선택하여 볼 수 있다.

단편 애니메이션 <Coda>

단편을 제작한 알란 홀리(Alan Holly)는 아일랜드의 젊은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함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 결성한 창작 그룹 ‘And Maps and Plans’의 일원으로, 그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Dublin)에 자그마한 제작 스튜디오를 마련하였다. 아일랜드 정부의 펀드 자금을 지원받아 함께 만든 첫 작품인 <CODA>로, 2014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SXSW)을 포함해 총 20여 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간직해온 ‘아기’와 ‘도시에 떠도는 영혼’ 이미지를 연결하는 이야기를 구체화했다. 무시무시한 저승사자가 아닌, 따뜻한 저승사자의 이미지도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였으며 이를 여성, 나아가 어머니의 이미지로 그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4년 SXSW에서 수상한 알란 홀리 감독(좌)과 쉐인 홀리 음악감독(우)

<CODA>는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임에도 일상생활에서 잊고 지내는 ‘죽음’과 ‘존재’라는 심연에만 머물던 주제어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물어 본다. “당신의 시간은 충분합니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