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시든가>

Whatever│2014│감독 이용훈│출연 고주연, 원호섭, 이미소, 유우상

고등학생 ‘고은’은 편의점 앞에서 자신을 몰래 찍는 남자를 발견하고, 그에게 대가로 담배 두 보루를 부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페이스북에 낯선 남자에게 속옷을 팔았다는 고은의 사진이 올라온다.

단편영화 <그러시든가>

주인공 고은은 학생들에게 비싼 값으로 담배를 팔아 용돈을 챙긴다. 수업도 자주 거른다. 누가 봐도 삐딱한 학생이다. 선생님은 그런 고은을 다정히 나무라지만, 실은 ‘네가 자꾸 그러면 장학금 안 준다’는 반협박에 가깝다. 학생주임은 윽박지르기 바쁘고, 고은의 잘못을 꼬투리 잡아 은근히 자신의 성적 욕망을 드러낸다. 고은의 구멍 난 러닝셔츠를 보고 뒤에서 킬킬거리며 욕하는 아이들, 학부모가 여선생에게 몰래 건넨 값비싼 선물은 또 어떤가? 시종일관 반항적 태도를 보이는 고은은 사실 누구보다 무자비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청소년이자, 이제 누구와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상처 입은 아이다.

이미지=영화 <기담> 스틸컷

까칠한 여고생 고은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배우는 누굴까? 바로 아역 배우로 먼저 이름을 알린 고주연이다. 1994년생인 고주연은 MBC 사극 드라마 <홍국영>(2001)으로 데뷔한 이후 각종 드라마에서 김태희(<유리구두>), 성유리(<눈의 여왕>), 신민아(<마왕>) 같은 미녀 배우들의 아역을 꿰차며 또렷하고 개성 있는 외모를 알렸다. 영화 <청연>(2005)에서는 고 장진영의 아역으로 등장해 '리틀 장진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 <마이웨이>(2011)와 드라마 <총리와 나>(2013)를 끝으로 잠시 스크린에서 얼굴을 감췄던 그는 이 영화로 한층 더 성숙한 연기를 펼치며 제52회 대종상단편영화제에서 여자연기상을 거머쥐었다. 한편 영화 <만신>(2013)의 촬영부, 다큐멘터리 <위로공단>(2014)의 촬영을 맡았던 이용훈 감독은 직접 제작/촬영/연출한 이 영화로 제52회 대종상단편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