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드 재즈(Acid Jazz)는 1980년대 중반 런던의 클럽 등지에서 재즈, 소울, 펑크 같은 장르들과 융합하여 탄생했다. 당시 유행하던 각성제 ‘LSD’의 은어인 ‘애시드’를 붙여, 클럽에서 듣는 몽롱하면서도 그루브 넘치는 음악을 말한다. 애시드 재즈를 클럽 재즈(Club Jazz)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간혹 관악기를 사용하고 타악기 비중이 높다는 점, 그리고 라이브를 중요시한다는 점 외에 애시드 재즈를 '재즈'라고 부를 만한 유사성을 찾기는 어렵다. 대신 소울이 넘치는 보컬, 그루브 중심의 댄스 음악, 중독성을 일으키는 반복적인 멜로디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애시드 재즈’만의 독립적인 장르를 구축했다.

런던의 클럽 신에서 탄생한 만큼 애시드 재즈의 대표적인 세 그룹은 모두 영국 밴드다. ‘브랜드뉴헤비즈’, ‘인코그니토’, 그리고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가 된 ‘자미로콰이’다.

 

브랜드뉴헤비즈(Brand New Heavies)

브랜드뉴헤비즈는 1985년 창단 이래 런던 클럽 신의 ‘컬트’로 추앙 받는 대표 밴드다. 1991년 미국 출신 여성보컬 엔디어 데이븐포트(N’Dea Davenport)를 영입하면서 미국 시장에도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의 데이븐포트를 감상할 수 있는 대표곡 ‘Stay This Way’를 들어 보자.

Brand New Heavies 'Stay This Way'

올해 초 배우 하지원이 일본 방송에서 불렀다는 바로 그 노래, 브랜드뉴헤비즈의 ‘You Are the Universe’의 라이브를 감상해보자. 한동안 밴드를 떠나 솔로 활동을 하던 데이븐포트가 합류해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한동안 침체했던 인기를 만회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Brand New Heavies 'You Are the Universe'

 

인코그니토(Incognito)

인코그니토는 리더인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쟌폴 모닉(Jean-Paul ‘Bluey’ Maunick)을 중심으로 계속 멤버를 교체하면서 현재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프로젝트 그룹이다. 30여 년간 수십 장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향상 감미롭고 세련된 음악을 선보인다.

Incognito 'It's Just One of Those Things'

런던의 재즈 카페에서 새로 합류한 남성 보컬과 함께 공연하는 라이브 영상이다. 최정상의 밴드 인코그니토가 관객과 가깝게 소통하는 모습은 과연 라이브를 강조하는 애시드 재즈 그룹답다.

Incognito 'N.O.T.' at Jazz Cafe, London

 

자미로콰이(Jamiroquai)

자미로콰이는 다른 그룹보다 조금 늦은 1992년에 결성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4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장르의 한계를 넘은 세계적 그룹이 되었다. 리더 겸 보컬인 제이케이(Jay Kay)는 브랜드뉴헤비즈의 보컬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후 방향을 바꿔 친구와 함께 자미로콰이를 결성, 브랜드뉴헤비즈의 인기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Virtual Insanity’은 그들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으로 꼽을 만하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유명 CF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Jonathan Glazer) 작품으로 1997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영상, 특수효과, 촬영, 혁신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Jamiroquai 'Virtual Insanity'

그들의 음악은 갈수록 펑키한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으로 바뀐다. 애시드 재즈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팬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제 제이케이는 100여 대의 고급 차를 소유한 런던의 대스타다.

Jamiroquai 'Little L'


(메인이미지=출처 ⓒYoutube)